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LAXY IN EUROPE Oct 18. 2023

게으른 J (2)

파워J 엄마와 하는 이사준비

누군가 그랬다.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고. 
나도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했을 듯.


콩 심은 데 콩 난다 했던가?

엄마랑 나는 엄청난 계획형 인간이다.

시계열적, 인과적 사고가 뛰어난 편이다.

모든 경우의 수와 타인에 대한 배려까지 

계속 더해지면서 계획은 끝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게으르다는 것.

1950년대생인 엄마는 딸 둘을 키우며

사업하는 아빠 내조와 시댁 케어까지

게으름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기에

나보다 항상 빠.르.시.다.


10월 30일 이사 날짜를 받은 9월 15일부터

엄마의 나누고, 챙기고, 버리는 일이 시작되었다.

10월 이사는 빠르지 않냐고 누가 물었는데,

12월에 이사했으면 3개월 내내 이사할 뻔.

폐가전과 폐기물과 불가연성 어쩌고에 이어

하루에도 몇 번씩 고물상을 드나드시고,

밤 11시 퇴근해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건 뭐야? 버릴까? 가져갈 거야?

하는 물건들이 하루 대여섯 개는 꼭 있다.

피곤에 지쳐 엄마 나중에 하면 안 돼 하면

물론 그래그래 하시지만, 또.있.다.


하루는 엑셀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버릴 물건과 가져갈 물건들 스티커 붙여서

이삿짐센터 사장님 오셔서 방문견적을 받고,

폐가전센터 전화해서 무료방문수거 예약하고,

당근에 물건 내어놓고 하나 팔렸을 때

뿌듯해하는 것도 잠시, 난 엄마에게 안.된.다.

아름다운 가게로 갈 엄청난 박스들이

거실을 며칠 째 가득 채우고 있고,

당근에 팔린 병풍은 빨리 가져가라 신다. 

(돈 보냈는데 어련히 알아서 가져갈라고...)


뛰지도 않았는데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엄마, 왜 그렇게 급해? 그냥 내가 할게...

엄마 딸 다 알아서 잘해! 안 되는 거 없어!!

말이 끝나자마자, 엄마가 하는 말.

가슴이 쪼여서 안 그래도 힘들었어.

그래 네가 다 알아서 해라, 이제.

우리 딸 잘하는 거 알지, 하셨다.

그 이후로 엄마도 나도 좀 편해졌다.

하지만 어제 엄마의 한 마디,

20일까지는 (이사) 생각 안 하려고...

(으음.... 30일, 아니 28일 아니고?)



머릿속 계획형 인간의

복잡 단순 생활기록



매거진의 이전글 게으른 J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