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에 적용해보기
'크네빈 프레임워크'
이제 복잡계가 무엇인지는 대략적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복잡계 이론을 실제 비즈니스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때 우리에게 유용하게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이 '크네빈 프레임워크(Cynefin Framework)'입니다.
'크네빈 프레임워크'는 IBM에 재직했던 데이브 스노든(David Snowden)이 제시한 개념으로,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다섯 개의 도메인을 구분하여 설명합니다.
(1) 단순한 영역(Simple Domain) - 모범 사례의 영역
단순한 영역은 원인과 결과가 분명하고 예측이 가능한 영역입니다. 이러한 유형의 문제는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모범사례(Best Practice)'를 적용하면 됩니다. 표준 절차, 매뉴얼, 체크리스트가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기계적이고, 명명백백합니다.
이때 가능한 의사결정 방식은 Sense - Categorize - Respond, 다시 말해 인식하고 분류한 다음 반응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주문 처리 및 이행, 도서 대출 프로세스가 여기에 해당하며, 자동화 또는 벤치마킹이 유효한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난해한 영역(Complicated Domain) - 전문가의 영역
보통 '난해한' 또는 '복합적인'으로 번역되고 합니다. 이 난해한 영역은 단순한 영역 (Simple Domain)과 마찬가지로 원인과 결과가 분명 하나 완전히 알려지지 않았거나 제한된 그룹만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이 영역을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얘기합니다.
예를 들어 차량 정비, 석유 채굴 등이 이에 해당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련 전문가를 찾아가야 합니다. 이때 할 수 있는 주요한 의사결정방식은 '분석(analyze)'입니다. 일반 사람들은 알기 힘들지만 전문가가 분석하면 원인과 결과를 알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 '난해한 영역으로 판단을 내리곤 합니다. 그래서 전문가를 찾게 되죠. 하지만 전문가라고 해서 항상 옳은 판단을 한다거나,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은 미신에 가깝습니다.
(3) 복잡한 영역(Complex Domain) - 창발의 영역
복잡한 영역은 인과 관계가 존재는 하나 이해하거나 알 수 없습니다. 결과가 발생한 후 돌이켜보면 어떠한 일관성, 즉 패턴은 나타나지만 그것이 반복된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를 '회고적 일관성(Retrospective Coherence)'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복잡한 영역은 예측이 불가하며, 단순히 전문가에게 맡기기만 한다고 해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때 할 수 있는 것은 유익한 패턴이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도록 '그럴듯한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선은 'Probe'가 필요합니다. Probe는 '탐색, 탐사'라는 뜻으로, 무인 우주 탐사선을 Space Probe라고 번역합니다. 또한 '탐침'이라고 하여 '지뢰 따위가 있는지 알아내려고 찔러보는 기구'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듯 여기저기를 찔러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애자일 방법론'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애자일 방법론에서는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자주, 더 짧은 기간 내에 전달해서 고객의 반응을 보고 그에 맞춰 다시 제품을 개발합니다. 이를 위해 탐사를 통해 외부와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진행해야 합니다.
(4) 혼돈의 영역(Chaotic Domain) - 신속한 대응의 영역
9.11 테러나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이 긴급한 재난 상황이 보통 이 영역에 해당합니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관계를 알 수 없으며, 패턴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변화를 탐색하거나 실험할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때는 'Act', 즉 행동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러므로 리더는 신속한 대응을 결정해야 하며, 이때는 리더의 권위를 바탕으로 한 강압적인 개입(Authoritarian Intervention)이 용인될 수 있습니다.
(5) 무질서 (Disorder)
마지막으로 무질서의 영역의 경우 다른 네 가지 영역 중 어느 것이 우세한 지 판단이 불분명할 때 적용됩니다.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의사 결정권자들이 동일한 상황을 어떤 영역의 문제로 바라볼 것인지가 중요하며, 리더의 성향에 따라 이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Order vs Unorder vs Disorder
크네빈 프레임워크는 Simple, Complicated, Complex, Chaotic이라는 다섯 가지 영역을 나누기 이전에 세 가지 영역으로 먼저 나눌 수 있습니다. 바로 질서 있는(ordered), 질서를 알 수 없는(unodered), 무질서(disorder)이며, 이때 unorder과 disorder은 다르게 구분되어야 합니다.
스노든에 따르면, '질서 있는(ordered)' 세계는 '단순한 영역'과 '난해한 영역'을 포함하며, '사실'에 근거하여 의사결정을 합니다. '질서를 알 수 없는(unordered)' 세계는 '복잡한 영역'과 '혼돈의 영역'을 포함하며, '패턴'을 근거로 한 의사결정을 진행합니다.
영역 간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Cynefin Dynamics
중요한 것은 크네빈 프레임워크의 이러한 구분들이 인식론적이고 개념적이라는 것입니다. 즉, 누가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는지에 달린 문제라는 것입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의 이동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재난과 같은 사건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이후 조사를 통해 어떠한 패턴을 발견했다거나, 반복됨에
따라 효과적인 대응 방법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혼돈의 영역이었던 문제가 복잡한 영역 또는 단순한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 반대도 가능합니다.
*크네빈 프레임워크는 자연 현상과는 다른 인간의 조직, 특히 경영 및 전략 실무를 위해 고안된 툴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말하는 'Chaos'가 'Chaos Theory'와 동일한 의미인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질서를 알 수 없는(unordered)'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의역입니다. 스노든의 경우 이해를 돕기 위해 <드라큘라>의 작가 브램 스토커(Bram Stoker)가 사용한 '언데드(undead)'를 함께 언급했습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5가지 방법
크네빈 프레임워크의 5가지 영역 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영역은 당연하지만 '복잡한 영역'일 것입니다. Snowden은 이 복잡한 영역의 문제를 다루는 방법으로 5가지를 제시했습니다.
(1) 토론을 열어라 (Open up the discussion)
복잡계는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적응과 학습이 주요합니다. 여기서 Snowden이 제안하는 맥락은 그러한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의사소통의 기회, 즉 ‘대화가 가능한 시공간을 제공해라’가 맞을 것입니다.
Snowden은 그 예시로 '긍정적 일탈(Positive deviance)' 사례를 언급합니다. 1990년대 초반, 가난했던 베트남의 아동 영양실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구호 기관들이 돈을 썼지만 금세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이때, Jerry Sternin이 관찰해 보니 해결책은 해당 집단 안에 있었습니다. 극빈층 아동들 사이에서 체격이 크고 건강한 아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알고 보니 부족한 쌀 대신 섭취가능한 식재료를 주변에서 찾아 먹이고 있었습니다. 곧장 Sternin은 이를 마을 원로들에게 공유했고, 마을 부모들에게 교육하여 영양실조로 인한 발병률과 사망률을 대폭 낮출 수 있었습니다.
이 긍정적 일탈 사례는 집단 또는 커뮤니티의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참여 그리고 상호 작용을 통해 혁신적인 솔루션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이는 복잡한 문제의 경우 외부에서의 강력한 개입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2) 장벽을 설정해라 (Set barriers)
여기서 말하는 '장벽(barriers)'는 다른 말로 '제약(Constraints)'으로 치환 가능합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말했듯 '인간은 가장 큰 제약 속에서 가장 훌륭한 업적을 남깁니다'.
복잡계 관점에서 제약을 잘 활용한 예는 스포츠 코칭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소년 축구 선수들에게 더 많은 압박과 그 압박에 대한 대처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 유능한 코치들은 경기장의 크기를 반으로 줄여버립니다. 그들은 제약으로 인해 새로운 상황에 놓이게 되며, 적응을 통해 학습하게 됩니다.
이를 조직으로 옮겨오면 조직 모델 또는 구조를 변경하는 것 또한 장벽을 잘 활용한 예로 볼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는 기능 중심 팀 구조에서 목적 중심 팀 구조로, 깊게 들어가면 자기 조직화와 인지 부하, 던바의 수 등을 고려하면 구성원들의 행동을 제한하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3) 끌개를 자극해라 (Stimulate attractors)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끌개(attractors)'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행동을 하도록 강제할 순 없지만, 자발적인 의지로 '끌어들임'은 가능합니다.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운동선수의 잘못된 습관을 교정할 때 이 '끌개'가 자주 사용되며, 이는 복잡계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운동선수가 현재의 잘못된 습관, 패턴을 바꾸고 싶을 때, 부정하거나 의식할수록 더욱 바꾸기 어렵습니다.
이미 파인 '골짜기(basin of attraction)'를 벗어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새로운 '골짜기'를 파는 것입니다. 아이는 기어 다니던 습관을 버린 것이 아닙니다. 걷는 것이 돌아다니기에 더 편하기에 기어 다니던 습관은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습관으로 옮겨갈 뿐이죠.
그리고 이를 위해 '끌개'가 필요합니다. 조직의 가장 대표적인 끌개(attractors)라 하면 '미션'이 있습니다. '미션'에 대한 공감과 참여는 구성원들을 스스로 움직이도록 만듭니다.
(4) 반대 의견과 다양성을 장려해라 (Encourage dissent and diversity)
복잡계는 '평형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창발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이러한 비평형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생각과 상반되는 의견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집단의 특성상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이 우리에게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짐 콜린스의 '붉은 깃발'은 자신의 수업 도중 붉은 깃발을 들면 교수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다른 요구를 할 수 있으며, 불이익이 없게끔 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의문을 제기하게 되면 교수인 자신은 그 정보를 무시할 수 없게끔 하였고, 이는 수업의 개선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외에도 고의적으로 반대되는 입장을 대변하는 '악마의 변호인'이나 프로젝트 시작 전에 닥칠 수 있는 위기와 실패를 탐색해 보는 '사전 부검(Premortem)', 구성원으로 하여금 다양한 역할을 부여하는 '6 Hat 등 다양한 도구가 있습니다.
(5) 시작 조건을 관리하고 창발을 모니터링해라 (Manage starting condition and monitor for emergence)
다소 이해하기 어렵게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내용 자체는 간단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복잡한 영역에서 정해진 결과를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좋은 일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멸종 위기 생명체의 멸종을 막기 위해 서식지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그들을 묶어서 끌고 온다거나, 그들이 좋아하는 먹이로 유인하는 수준으로는 멸종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당연하지만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혁신이 계속되는 조직을 원한다면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무시되고, 일이 잘못됐을 때 책임자를 찾아 비난하고,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를 감추는 조직이 '혁신'을 주창한다고 해서 혁신이 튀어나올 리가 없습니다.
참고자료
David J. Snowden and Mary E. Boone (2007), <A Leader’s Framework for Decision Making>, HBR
C.F. Kurtz and David J. Snowden (2003), <The new dynamics of strategy: Sense-making in a complex and complicated world>, IBM Systems Journal
KOOFA (2020), <조직개발 OD STAMP 모듈4 | 시스템과 복잡계>
롭 그레이 (2023), <인간은 어떻게 움직임을 배우는가>, 코치라운드
테니스 이너 게임 (2022), <테니스 이너 게임>, 소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