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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 Oct 19. 2023

마음의 소리,

2023.03.31. 금.(1)



 1.  세상에서 가장 싫은 것은 나의 별로인 점을 내가 마주할 때다. 그보다 싫은 것은 심지어 그 모습을 회피하려는 나를 발견할 때다. 요즘 나는 별로인 인간이었다. 매사에 우울하고, 화가 나고 고깝게 들렸다. 


  나는 요즘 왜 더 뾰족하고 뒤틀린 것일까.


  제일 먼저 떠오른 이유는 아빠였다. 예정된 아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나는 괜찮은 일상을 잘 살아내고 있으나 내 마음 어딘가가 계속 뒤틀리고 꼬이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유난히 더 나는 날카로워진 게 아닐까. 늘 듣던 말들에, 있었던 일들에도 새삼스럽게 더 화가 난다.


  몇 일간 쌓여있던 그런 불편한 마음들이 퇴근길에 폭발했다. 나는 차에서 울었다. 


  눈이 퉁퉁 부어서 집에 들어가니 신랑이 왜 그러냐고 묻는다. 나는 부끄러워서 여기에도, 신랑에게도 차마 디테일한 이야기는 할 수가 없었다. 다만 요즘 내가 왜 이렇게 날카롭고 뾰족한 사람이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랑에게 요즘 그랬던 것과 같이 직장에서도 같은 마음이었다고, 나는 또 울었다. 



2.  어쨌든 전주에 가야 한다. 바로 출발을 한다. 감정이 날뛰는 잘 달래주고 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주 함께 길을 나서주는 신랑에게 고맙다. 어차피 가는 길 여행이라고 생각하자. 배가 고프니 휴게소에도 들른다. 휴게소에 정말 딱 알맞게 피어있는 벚꽃은 가짜 나무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피어나있다. 우리는 핫도그 하나를 먹고 차에서 먹을 수미칩하나, 제로콜라 하나를 사서 차에 오른다. 날씨가 너무 좋고 수미칩이 맛있다. 신랑을 먹여주고 나도 먹으며 달리다 보니 한 봉지 금방이다. 


  휴게소도 지났으니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한다고 집에 전화를 했다. 동생이 받는다. '누나 가능하면 빨리 와'라고 말하고는 엄마가 말렸는지 '아니야 이따 전화할게'하고 끊는다. 원래도 안전 운전하라고 운전하면 재촉을 안 하는데, 이미 고속도로에 있는 나에게 '빨리 와'라니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그저 이상하다,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20분 정도 후에 동생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동생이 평소의 통화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말투로 '누나, 아빠 돌아가셨어.' 

  나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말투로 '뭐?'라고 되물었다. 

  '....' 잠시 평소에 없던 공백이 존재할 뿐이었다.


믿어지지 않았다. 화요일에 헤어지면서 다시 보기로 했는데, 

겨우 커피 때문에 그렇게 울어놓고 막상 아빠 소식에는 눈물도 나지 않았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창밖에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벚꽃을 보며 신랑은 울었다. 

너무 좋은 날이었다.  


  '마음의 소리'라는 거 그런 게 아니었을까. 

  유난히 마음이 날카로운 하루였다. 정말 조퇴하고 싶었는데, 강제로 있으라는 것도 아닌데 뭐 하러 꾸역꾸역 사람들에게 못되게 굴기나하고, 결국 아빠의 마지막은 함께 하지도 못했다. 아 절로 손으로 가슴을 치고 있었다. 

  가슴을 두드리는 것 말고는 그 답답함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신랑과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창밖만 보며 집으로 향했다. 

  가끔 울었다. 


  만개한 벚꽃 길을 보면서 

  둘 다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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