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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 Oct 19. 2023

동생의 밤

2023.03.30.

  오늘은 동생이 전주에 갔다고 한다. 못 가는 나는 덕분에 안심이 됐다. 형제가 있다는 거 이렇게 좋은 거구나. 동생은 최근 회사 일이 계속 바빠서 야근을 새벽까지 하는 날들이 이어졌는데, 그 시즌이 마무리된 것이다. 가족들도 모두 동생이 3월 말까지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아빠는 달력에 동그라미까지 치고 아들의 바쁜 일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아빠는 한결같은 사람이라 오지 못하는 아들에게 오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나에게 늘 그랬듯이'니 할 일이나 잘해'라고 했겠지.

  다만 동생의 바쁜 그 일이 끝나는 날을 기다린 것이다. 


  동생 혼자서 아빠에게 가도 아빠는 매우 기뻤을 텐데 동생은 더 큰 선물과 함께 아빠에게 갔다. 여자친구와 함께였다. 결혼하기 직전에는 집에 데려오지 않는 언니와 나를 거친 집안내력을 볼 때 용기가 필요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동생 졸업식하던 날 함께 온 가족이 같이 만난 그 친구였다. 동그랗고 하얀 얼굴에 예의 바르고 웃는 인상인 동생의 여자친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아빠는 더 좋았겠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여자친구까지 동행하고, 그 먼 길을 함께 따라와 준 마음이 고맙다. 아빠는 이번에도 동생과 동생의 여자친구와 엄마와 서로 손을 잡고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것이 어떤 마음을 담은 기도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동생 여자친구만 보내고 동생만 남아서 엄마아빠와 함께했다. 나와 엄마는 둘이 힘을 합쳐도 아빠를 한 번 일으켜주거나 자세를 바꿔주기가 힘들었는데, 확실히 아들은 아들인지 혼자서도 아빠를 잘 부축했다고 한다. 

  제일 부럽고 좋았던 대목은, 자신이 혼자 아빠를 부축할 수 있으니 엄마 몇 시간이라도 자라고 방에 들어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엄마는 며칠 만에 아빠 옆이 아닌 침대에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아빠 옆에서 잔다는 것은 몇 분, 몇 초 간격으로 이어지는 아빠의 신음과 함께하는 것이다. 잠시 선잠에 들었다가도 아빠가 힘들어하면 자세를 바꿔주고, 물을 떠주고, 이불을 걷어주거나 덮어주고 주물러줘야 한다. 요구하는 아빠의 전달이 정확하지 않으니 그 많은 것들 중에 무엇을 원하는지 집중해야 하는 것도 또 다른 어려움이다. 하지만 민성이가 그날 밤 함께 해준 것이었다.


  그렇게 아빠는 딸과 하룻밤, 아들과 하룻밤을 보냈다. 엄마는 이제 주말에 언니가 오면 언니가 하루 같이 자면 되겠다고, 언니한테 그렇게 하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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