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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 Oct 19. 2023

죽음을 앞둔 아빠를 지켜보며 건강을 챙기는 일에 대하여

2023.03.29. 수


1.  아빠가 계속해서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나의 삶은 평소와 같았다. 아빠의 병이 아무리 깊어져도 나는 애 일을 열심히 하고, 계속 춤을 추고, 캠핑을 했다. 언니도 '왜 갑자기 효도모드야?'라고 한다. 갑자기 없던 마음이 생겼다기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이 이 정도. 정말 아빠가 잘못되기 직전인 순간을 기다린 것처럼 이 순간까지 나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서 보내다가 정말 안 되겠다 싶을 때 진심을 다한다. 매사 내가 하는 일과 방식이 비슷하다.


  원래도 잘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요즘 더더욱 그러하다. 주어진 시간을 감사하게, 알차게 잘 살고 싶은 마음.


  그런데 퇴근해서 또 핸드폰을 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피곤해서 잠시 소파에 앉아 한 시간, 잠깐 자려고 누웠다가 또 한 시간.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반복하고 있다.



2. 집안일, 집정리, 그림도, 독서도, 글도, 운동도, 신랑과 놀기는 필수,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그마저도 제대로 못하고 사는데,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로 하자.


일단 지금은 아빠에게 들어가는 시간과 마음과 에너지가 크다. 거기에 집중하자.


 아빠에 대한 생각이 합쳐져 '잘 살아야 한다는'어떤 압박감이 크게 느껴진다. 압박감은 어떤 신경질로 이어지고 있었다. 새삼 신랑이 설거지를 하지 않고 출근한 것에 화가 난다. 화내지 말고 그냥 두면 그가 와서 할 텐데, 나는 짜증이 난 채로 설거지를 한다. 그런데 마침 신랑에게 전화가 온다. 말이 곱게 나가지 않는다. 그를 설득할 수 없는 나의 짜증에 대해 숨기고 싶지만 늘 그렇듯 숨겨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가 '치킨, 떡볶이'를 사 온다고 한다. 내 인생에 치킨 떡볶이 앞에 화가 나는 날이 올지 몰랐다. '괜찮다'라고 스스로 계속 쓰고 되뇌지만 뭔가 어딘가가 뒤틀리고 있다. 나는 '잘'살고 싶은데, 그런 음식은 먹고 싶지 않은데 사 온다고 한다. 그 음식 대신 먹으라고 할 다른 좋은 음식이 없다는 것도 화가 난다.


왜 별거 아닌 일들에 자꾸 화가 날까.


설거지 마치고 두 번째 빨래를 널고

이번엔 운동을 해보려고 한다.


삶에 대해 조바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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