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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 Oct 20. 2023

내 얼굴 같은 아빠의 얼굴

2023.03.31(3)

 1. 모든 장례 준비가 거의 마무리되고 나서야, 지인들에게 연락해야 한다는 생각이 났다. 신랑은 이미 몇몇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장례식장에서 만들어 준 부고 알림 메시지 속 아빠는 환하게 웃고 있다. '나랑 너무 닮아서 사람들이 놀라겠다.' 한편으론 정말 남 같은 사람보다 우리 아빠라는 느낌이 드는 편이 좋지 않을까, 조문을 하든 부의를 하든 사실 우리 아빠를 직접 격은 사람은 몇 안되니까. 그냥 텍스트만 보낼까 하다가, 장례식장에서 만들 어준 부의 메시지를 전송했다. 

  직장과 친구들. 겨우 2년 전에 결혼을 했으므로 결혼하는 과정에서 연락을 해야 할 사람들을 한 번 구분해 뒀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내가 '결혼'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므로 오히려 내 인생에 두 번은 없을 내 아버지의 장례식에 대해서 알리는 일은 크게 망설여지지 않았다. 





2.  아빠가 워낙 오래 투병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직장에서도, 친구들에게도 크게 티 내지 않았으므로 지인들조차도 그렇게 안 좋으셨냐고, 괜찮냐고 걱정해 준다. 그중에 몇 명은 늦은 시간에도 달려왔다. 

  오랜 기간 천천히 죽음을 받아들여서인지, 오랫동안 티 내지 않았던 관성 때문인지, 지인들을 만나도 그렇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딸이 이렇게 안 울어도 되나. 

  하지만 글을 다시 이렇게 쓰면서 생각해 보니 내가 울지 않은 것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쓰다가 얼마나 자주 울었는지 모른다. 어떤 글은 글을 다시 읽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나에게 맞는 애도 방식을 찾은 것이다. 

  천천히 오래 그리워한다.

  

3.  서울에서부터 달려온 작은 아빠는 첫 번째 절을 덤덤하게 하는가 싶었는데, 두 번째 절을 하며

 '나 영정사진 해주기 진짜 싫었는데' 소리 내어 운다. 


  미리 영정사진을 동생에게 부탁한 아빠에 대해서도 슬픔보다는, 아빠는 장례식도 아빠 마음대로 아빠 하고 싶은 대로 하는구나 생각했던 딸은, 작은 아빠의 슬픔을 그제야 짐작해 본다. 

  워낙 사진을 잘 찍지 않는 아빠라, 영정사진을 부탁하면서도 이제 살이 빠지고 병색이있는 모습을 남겨달라고 했을리 없으므로 작은아빠는 큰 숙제를 받은것이다. 

  작은 아빠가 더 고심해서 고른 아빠의 사진은 언니의 결혼식 날의 사진, 그 마저도 엄마 옆에 있는 사진인데 작은 아빠가 직접 엄마의 어깨 부분과 뒷 배경을 편집해서 사진을 완성했다. 사진 속 아빠는 환하게 웃으며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행복한 아빠가 있다.


4. 자정이 다 되어서도 지인들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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