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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 Oct 20. 2023

아버지 관에 들어가신다.

2023.04.01.


  장례식 둘째 날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가까운 친척부터 먼 친척들, 지인들, 직장동료들, 장례식정도가 아니면 못 만날 사람들도 많았다. 가장 사람이 많았던 시간에 입관식이 시작됐다. 


  가족들은 아빠를 둘러싸고 선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함께 누워있었는데, 

  손에 온기도 아직 기억나는데 

  아빠는 거기 차디찬 스테인리스 선반에 누워있고 

  나는 여기 서있다.


  마지막으로 아빠를 만져주고 인사하라고 한다. 아빠의 육체를 만지고 볼 수 있는 것은 지금이 마지막이다. 당신 생에 어떤 순간보다 하얀 아빠의 얼굴을 만진다. 눈을 꼭 감고 있는 아빠는 차갑다. 암투병보다 죽음보다 삶이 힘들었다는 아빠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 주말 아빠에게 오지 못했던 언니는 아빠의 손목을 붙잡으며 

'왜 이렇게 말랐어'하면서 울었다. 


동생은 장례식 내내 누구보다 의연하게, 장남답게 손님들을 맞았다. 

'너 어른이구나' 나는 생각했다.


  언니도 나도 힘든 내색을 하거나 남들과 공유하는 편이 아닌데, 동생은 더 그렇다. 남자애라 더 그런지, 더 착한 애라 그런지 알 수 없지만 동생은 늘 '괜찮아'라고 하는 편이었다. 장례식중에도 잠시 잠깐 눈시울이 붉어질 뿐 울거나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생이 입관식 절차 중 아빠의 얼굴을 하얀 천으로 덮어주기 전에 아빠의 이마에 입 맞추고 

'사랑해요'라고 말하며 내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참았던 만큼 눈물은 터져 나왔다. 


엄마는 아빠를 만지면서도 참고 있었다. 눈물은 줄줄 흘리고 있었지만 엄마고 말을 못 했던 것 같다. 

아빠의 모든 육체를 천으로 감싸고, 관 안으로 옮기고, 고모들이 차례로 아빠의 몸에 성수를 뿌려주며 또 울고, 엄마는 내내 눈물을 흘렸으나 말을 하진 않았다.


그리고 관을 닿으려고 할 때, 엄마는 그제야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관에 누운 아빠를 향해서 엄마가 목놓아  

'고생 많았어, 너무 고생 많았어. 이제 편한데 가, 편한데 가, 제발 편한데 가.'라고 엄마가 울며 말한다.

아니 '제발'이라고 큰 소리로 호소한다.


그건 딱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엄마가 해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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