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4. 02(1)
장례식 셋째 날, 발인을 하는 날은 날씨가 너무 좋았다.
아빠와 함께 리무진을 타고 화장터로 가는 길이 그야말로 꽃길이었다.
형부는 앞자리에 영정사진을 들고 타고 있었고,
엄마와 나, 언니 동생이 뒷자리에 앉았다.
우리 뒤에는 아빠가 있다.
우리는 서로 말이 없었다.
엄마가
"아빠 성가라도 좀 틀어줘"
나는
"장례식장에서도 내내 성가 들었으니까 아빠 좋아하는 노래 틀어주자."
핸드폰을 꺼내 내가 알기로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이문세 노래를 틀으려고 했는데
엄마가
'아빠 최근에 그거 많이 들었어. 귀로'
나도 좋아하는 노래다. 역시 이문세도 귀로도, 나는 취향도 아빠 닮았다.
얼른 유튜브 검색을 해서 노래를 재생한다.
화려한 불빛으로 그 뒷모습만 보이며
안녕이란 말도 없이 사라진 그대
쉽게 흘려진 눈물 눈가에 가득히 고여
거리는 온통 투명한 유리알속
그대 따뜻한 손이라도 잡아 볼 수만 있었다면
아직은 그대에 온기 남아 있겠지만
비바람이 부는 길가에 홀로 애태우는 이 자리
두 뺨엔 비바람만 차게 부는데
사랑한단 말을 못 해도 안녕이란 말은 해야지
우 아무 말도 없이 떠나간 그대가 정말 미워요
노래도 슬프고, 가사도 슬프고 날씨가 너무 좋다.
특히
'사랑한단 말은 못 해도 안녕이란 말은 해야지
아무 말도 없이 떠나간 그대가 정말 미워요'
이 부분은 아빠가 엄마에게 하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빠가 엄마 들으라고 틀어놓은 노래네'
우리는 가사를 들으며, 창밖의 벚꽃을 보며 울었다.
화장터에 도착하니 화장터인지 모른다면 꽃구경 명소라도 되는 듯 벚꽃도 사람도 많았다.
화창한 날씨 햇살을 받으며 밖에 서서 아빠의 순서를 기다렸다.
구름 한 점 미세먼지도 없는 푸른 날씨였다.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에 연신 꽃잎만 흩날렸다.
아빠 순서가 되자 우리는 아빠 뒤를 따라 화장장 앞에 섰다.
관 위에는 누군가 올려둔 노자돈이 있었다. 이제 아빠의 육신은 사라진다.
엄마가 오늘도 아빠에게 '고생했어, 고생 많이 했어, 좋은데 가'라고 말해준다.
괜찮고 괜찮다가, 생소하고 생경하다가 눈물이 난다.
마음속으로 인사한다. '아빠 고생 많았어, 잘 가'
그렇게 울고 나서 대기 장소로 안내받았다.
제단 위에 아빠의 영정사진을 올려두고 기도를 한다.
기도가 끝나도 화장에도 긴 시간이 걸리고, 가족들 뿐 아니라 성당에서 함께 오신 손님들이 많아서 식사를 해야 한다. 디기실에서 먹을 수 없으므로 건물 밖에 마련된 나무 의자와 테이블을 이용한다.
김밥을 한 줄씩 받고, 장례식장에서 남은 국과 반찬도 함께 먹는다.
미리 주문해둔 김밥이 너무 맛있었다. 들어간 재료도 평범한데, 이런 날 김밥이 이렇게 맛있을 일인가 싶다.
바람이 분다.
바로 옆에 있던 벚꽃나무의 잎들이 우리 쪽으로 흩날린다.
동생에게 말한다.
"아빠가 소풍 보내줬네, 날씨에 김밥까지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