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2.(3)
화장터에서 소풍 같은 식사를 하고서 다시 대기실로 들어와서 맨 앞줄에 동생 나 언니 이렇게 순서대로 앉았다. 마주 앉은 영정사진 위의 작은 창문으로 푸른 하늘이 보인다.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충분할 정도로 따듯한 빛이 내리쬔다. 언니가 말한다.
"아, 날씨가 너무 좋아서 아빠 발이 안 떨어지겠다.
살아서는 좋은 날 여행도 안 다니더니 이렇게 좋은 날 떠나네"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던 동생의 눈물이 터진다. 언니는 '쟤운다'하면서 웃는다. 하지만 자기는 더 울고 있다. 셋이 그렇게 나란히 앉아서 얌전히 있지 못하고 우는 서로를 놀리며 웃다가 울다가 한다. 뒤에서 누군가 '이래서 딸이 있어야 해'라고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이래서 형제가 있어야 하는구나' 생각했다.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인간이 세상에 부모 말고 둘이 더 있다.
아빠의 화장이 마무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다시 화장을 진행하는 곳으로 같다. 식구들이 가니 작은 창문을 열어 재가 된 아빠의 유골을 확인시켜 줬다. 골반뼈처럼 보이는 커다란 뼈가 눈에 보였다.
엄마가 확인을 하자 그 작은 창문은 다시 무심하게 닫힌다. 그리고 안에서 기계음이 들린다. 분골. 다시 무심하게 열린 창문으로 아빠의 유골함이 나온다. 동생이 그 유골함을 받아 든다. 동생은 장갑을 끼고 있었다.
"아직도 너무 뜨겁다. 뜨거웠겠다."
유골함을 안치하게 될 곳으로 이동했다. 형부가 아침부터 혼자 가서 자리를 확인해 둔 곳이 있었다. 다 똑같은 네모들 하지만 형부는 해가 들어오는 방향도 보고, 무엇보다 아빠가 좋아할 만한 위치에 자리 잡았다. 맨 위 한가운데 자리였다.
"아버님은 위에서 이렇게 딱 내려다보고 싶어 하실 것 같아서, "
큰사위는 이미 아빠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아빠를 두고 다시 장례식장에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금요일에 내려올 때 입었던 옷이다. 이 옷을 입을 때만 해도 장례식장에서 입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검을 한복을 벗고, 다시 일상복을 입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