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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 Oct 22. 2023

아빠의 땅

장례가 끝나고 난 후




  모든 장례절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아직 한 낮이었다.

  아빠 없는 아빠의 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빠가 직접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데려온 여리가 우리를 반겼다. 


  나는 엄마보다 먼저 집으로 들어가 아빠가 마지막으로 토했던 종이컵이나, 아빠 해주려던 음식의 흔적을 정리해줬다. 


  언니랑 형부는 둘이 꼭 붙어서 집을 한 바퀴 돌아보고 온다. 

  마당 한쪽에 아빠가 내내 몰던 포클레인, 아파서 누워있는 와중에도 계속 사들인 패널, 철제 프레임, 폴딩도어, 컨테이너, 나무... 다양한 것들이 주인을 잃고 마당 여기저기에 널려있다.


  형부는 

  "아니, 어디를 봐도 아버님 흔적이에요, "하며 웃으며 화내며 슬퍼한다. 


  저녁을 먹자고 형부가 술과 음식을 좀 사 오고, 치킨을 배달시켰다. 오늘은 다른 거 할 생각하지 말고 같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우리는 해가 지기 전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자정까지 이어졌다. 돌아가면서 몇 번이나 울고, 다 같이 여러 번을 웃었다.

  2박 3일의 장례로, 엄마는 오랜 간병으로 피곤한 상태일 텐데도 우리는 시간이 가는지 모르고 떠들었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엄마가 "아빠가 그래도 든든했겠어, 이제 번듯하게 취직한 아들 친구들까지 다 와서 계속 같이 있어주고 아빠 관도 들어주고, 아빠 보기에 흐뭇했을 거야. 아주 아들몫 제대로 했어"라고 말하자. 술 마시던 중에도 내내 울지 않았던 동생이 그 문장이 끝나기가 무섭게 울었다. 목놓아 울었다. 


  아빠에 대한 나의 감정, 나의 슬픔이 언니나 동생과 비슷한 형태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 그 마음이 달라졌다. 동생에게는 동생만의 슬픔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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