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내 방을 둘러봤다. 그동안 모아뒀던 피규어를 비롯해 여행 갔다 올 때 사둔 자석과 각종 기념품, 책까지 먼지가 쌓여 있었다. 그 가운데 구석에 있던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졸업앨범과 20살 이후 행적을 기록한 나만의 앨범을 발견했다. 다양한 사진첩이 세월의 무게만큼... 아니다. 내가 무관심했던 만큼 희뿌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앨범 이미지 / 구글 이미지 검색
언제까지 사진을 정리했더라?
한동안 앨범을 안 봐서 그런지 3년 전 사진까지 정리돼 있었다. 물건에 쌓인 먼지를 터는 것만큼 비어있는 사진첩에 사진을 채워 넣고 싶었다. 최근엔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도 인화할 수 있다. 혹시 카메라가 아니라 핸드폰으로 찍어서 인화가 될까 싶은 사진이 있다면 찾아보길 바란다.
사진관에서 "비율이 안 맞을 수도 있는데 괜찮으세요?"라고 물을 수도 있다. 구형 핸드폰에서 찍은 사진은 화질도 떨어지고 비율이 안 맞아 사진에 남는 공간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앨범에 못 꽂아둘 정도는 아니었다. 정리해두면 생각보다 근사하다. 꽤 근사한 물건이지만 정리하는 걸 잊고 지낼 때가 많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 앨범을 갖고 있지만 학교 다닐 때 사진까지 있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이 어린 시절 찍어준 사진이나 사진관이 지천에 널렸을 때 필름 카메라로 찍었던 사진까지 앨범에서 볼 수 있다. 핸드폰 카메라가 사진기 성능만큼 나오기 시작한 2010년 이후부터는 필름 카메라나 콤팩트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이와 함께 '사진을 인화한다'라는 생각도 우리 머릿속에서 차츰 사라졌다.
아일랜드 사진을 정리하다 발견한 예전 집 사진. 사진은 보는 순간 그 시절 기억도 함께 떠올리게 한다 / 촬영 포카텔로
사진을 뽑아야 하는 이유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이는 사진. '핸드폰에서 사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데 왜 사진을 인화해?'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사진의 가치를 생각하면 조금 생각해 볼 질문이다.
핸드폰, DSLR로 찍은 사진 중 앨범에 추가할 사진 보다가 우연히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발견했다. 여행 가서 찍은 사진, 외국에 있을 때 찍은 사진, 일하다 찍은 사진,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찍은 사진 등 인생의 책장에서 원하는 단락을 골라보는 기분이 들었다.
만화 주인공 호머 심슨은 "인생은 자칫 지루할 수 있어. 행복했던 추억을 돌이켜보며 웃을 수 있다면 행복한 거야"라고 말했다. 일상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일상의 모든 순간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인상적인 인생의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중요하다. 평범한 순간마저 특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삭제되면 날아가버리는 핸드폰 파일 대신 손에 잡히는 사진으로 추억을 보는 건 추억의 한가운데로 온전히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퇴사하고 쉬고 있는 동안 잊고 지녔던 기억들을 정리하는 건 어떨까? 핸드폰의 파일이 사라지기 전에, 내 기억 속에 있던 추억이 잊히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