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병과 헬스 만족병에 걸렸다면
퇴사자 생활 지침서
퇴사하고 집에서 쉬다 보면 걸리는 병이 있다. 일명 '백수병'이다. 심신이 편해서 그런지 몸이 바닥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요즘, 백수병 초기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백수병 초기 증상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하게 나타나는 모습이 있다. 대표적인 증상이 '카페병'과 '헬스 만족병'이다.
매일매일 카페에 가는 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 이하 구글 이미지 검색
카페병이 났다면
집 근처에 편의점만큼 많이 있는 곳이 카페다. 퇴사를 하면 집에만 있기 아쉬울 때가 많다. 출근하던 습관이 남아 있다면 어디로든 나가게 된다. 그중에서 제일 만만한 곳이 카페다. 평일 오전과 오후에 카페를 가면 노트북을 들고 노래를 듣거나 무언가 열심히 찾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맞다. 나와 같은 퇴사자나 취업준비생, 혹은 백수다.
카페에서 일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걸 희화화할 생각은 없다. 누구나 차 한잔 마시며 쉴 권리가 있고 편안하게 쉬며 생각을 정리하기에 카페보다 더 좋은 공간은 없다. 다만 퇴사를 하고 카페에 너무 많이 가다 보니 만성이 된 사람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두 달 동안 매일같이 카페를 드나들었다. 처음엔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돈이 꽤 든다는 걸 알게 됐다. 특별히 할 일이 없는데도 가는 경우가 있었는데 대부분 집에 있기 눈치 보여서 도망친 경우였다. 카페에 가서 멍 때 리거나 일하는 것도 모두 좋지만 도망치기 위해 카페에 간 건 돌아보니 아까운 시간이었다. 보약도 몸에 맞게 적당히 먹어야 효능이 나타나듯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적당히 하는 게 지갑 건강에 좋다.
운동은 죄가 없지만 운동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면 곤란하다.
헬스 만족병
'헬스 만족병?'
무슨 소리인가 싶을 거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글이 생각났다.
"백수들은 아침에 운동을 하고 오면 뿌듯해한다.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했다는 마음에 집에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운동은 좋다. 퇴사 후 다이어트를 해보려고 헬스클럽에서 PT를 받고 있다. 낮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려고 아침에 운동을 하는 편인데 운동하고 나면 위 문장처럼 세상 건강해지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그 이후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는데 있다.
"운동 좀 하면서 쉬면 되지? 뭐 그렇게 빡빡하게 구는 거냐?"라고 할 수도 있다. 직장 다니면서 못했던 시간낭비를 퇴사 후에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그게 만성이 되면 곤란하다. 다시 일할 때를 생각해서 부지런한 습관을 유지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쉬더라도 해야 할 게 많은데 헬스장 한 시간 다녀왔다고 퍼져버리면 다른 걸 못하니까 그 점을 조심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제대로 운동한 날은 만족감보다는 조금 다른 감정이 들었다. 욕이 나오거나 아무 말도 못 하거나 물을 마시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퇴사 후 시간은 체감상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고민하다가 반을 보내고 뭐 좀 하려고 계획 세우다가 반을 보낸다. 그러고 나면 남은 시간이 없는 거 같이 느껴져 무언가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루 종일 멍 때리기로 정한 게 아니라면 방황하는 시간은 아낄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