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걱정에 잠 못 이룬다면

퇴사자 생활 지침서

by 변준수

퇴사한 지 2달이 지나고 있다. 지난번 만났던 동기는 "형 여행도 가고 좀 쉬엄쉬엄해요. 뭘 엄청 많이 하는 거 같던데"라고 말하며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틀린 말은 아니다. 웹진과 브런치에 매일같이 글을 올리고 있다. 여러 모임에도 나가고 있고 콘텐츠 작업을 하자는 분들과 미팅도 가끔씩 갖고 있다. 올 하반기에 함께 출간할 책 원고 작업도 쉼 없이 하고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 강도 높은 운동과 식이요법도 병행하고 있다. 뭐가됐든 하고 있다. 퇴사하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금세 지쳐버렸다.


퇴사 후 시간을 보낼 때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사람과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두 부류 모두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겪는 현상이 있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퇴사하고 6개월 정도가 지나면 사람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하는 편이다. 첫 달은 아무것도 안 하고 두 달째가 되면 이것저것 하다가 귀찮아서 집에 있는 경우가 많다. 3달째가 되면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4달째 계획대로 여행을 간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오면 걱정이 시작된다. 실업급여가 안 나오자 집안에 있던 모든 게 달리 보인다.


문제는 돈일까?


돈의 전방위 압박이 들어오면서 멍했던 눈이 떨리기 시작한다.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생활비와 핸드폰 비용, 각종 보험과 세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거 같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집에만 계속 있다 보니 더 눈치가 보인다. 이 매거진 글 중 카페에 너무 자주 가지 말라는 글이 있다. 하지만 카페 아니면 딱히 갈 곳이 없다. 그러다 한 가지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잊고 지냈던 그 단어 '재취업'이다.


다운로드 (3).jpg 단순히 돈 때문에 불안한 걸까? / 이하 구글 이미지


다른 사람들이 6개월 정도에 재취업을 생각한데 반해 난 좀 일찍 찾아왔다. 사실 퇴사 직후부터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 성공과 재취업, 동종업계로의 취업 여부, 책 발간, 원고 작업 등 신경 쓸게 많았다. 사실 굉장히 불안 초조하다. 고민을 잊고 싶어서, 떨리는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손에 잡히는 대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불안함은 퇴사 때문에 찾아온 걸까?


퇴사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하나 있었다.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불안해한다는 점이다. 정말 퇴사한 것 때문에 불안한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불안한 감정이 온전히 퇴사 때문에 생긴 거라면 애초에 회사를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했다면 회사를 떠나서 생길 감정보다 다닐 때 발생하는 불안함이 더 컸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막상 나와보니 비교 대상이 될 불안함, 회사를 다닐 때 느꼈던 스트레스와 불안정이 사라졌다. 퇴사자에게는 오직 회사를 다니지 않아 생긴 불안함만 남았다. 다시 회사를 다니더라도 입사 후 생기는 불안함은 다시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그 감정은 원래 존재하던 것이 아닐까.


MUSEUM-superJumbo.jpg 불안하면 왜곡해서 해석할 가능성이 커진다 / 뭉크 '절규'



돈이 떨어지고 재취업 생각이 들면서 안절부절못하는 경우가 는다. 누구나 한 번쯤은 '좀 더 다닐걸 그랬나?', '퇴사하지 말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퇴사를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지금 계속 회사를 다녔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해보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어떤 이들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후회한다. 후회하고 나면 더 불안해진다.


얘기하다 보니 '기-승-전-불안'의 구조가 되풀이되는 것 같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초조해진다. 답은 정해져 있는지 모른다. 누구나 불안하고 어느 순간에나 초조하다. 우리는 항상 불안함을 안고 산다. 단순히 퇴사 때문에 불안함이 생긴 건 아니다. 퇴사자에게는 안절부절못하는 그 감정을 설명할 이유가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퇴사'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없다. 자신이 알아서 해야 한다. 나 역시 글을 쓰면서 불안함에 대해 고민하면서 더 초조해졌다. 초조함을 즐기든, 극복하든, 떨쳐버리기 위해 재취업을 하든 각자의 방식대로 해야 한다. 대신 그 초조함이 당신을 잡아먹지 않게 해야 한다. 불안함이 자신을 잠식하는 순간 어느 것도 할 수 없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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