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들려드릴 '오늘의 맛'#1
“나중에 밥이나 한번 먹어요”
어딜 가나 흔하게 듣는 말을 오늘도 들었다. 웃긴 건 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가장 많이 내뱉는다는 점이다. 매일 뭘 먹었냐는 질문을 받지만 정작 식사시간이 되면 메뉴를 정하지 못한다. 고개만 돌려도 식당이 사방천지에 깔렸는데 마음에 드는 곳은 없다.
점심시간에 은행에 들렀다가 옆에 있는 조그마한 식당에 갔다. 면도 있고 밥도 있고 돈가스도 있는데 다 최근에 먹어 본 메뉴여서 끌리는 게 없다. ‘고기가 낫겠지’라는 생각에 돈가스를 고르고 유튜브를 보며 메뉴가 나오길 기다린다. 눈앞에 넓은 접시가 아른거리는 걸 보니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모양이다.
식탁 바닥에 놓인 돈가스는 작다. 양이 적다기보다 그냥 작다. 세상을 이해하기엔 한없이 부족한 머리처럼, 누군가를 떠올리기엔 이기적인 마음처럼 먹어도 만족스럽지 않을 거 같고 안 먹으면 배고파서 일을 못 한다.
결국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음식을 넘긴다. 밥도 꿀꺽, 고기도 꿀꺽, 물도 꺼억꺼억 마셔댄다. 어찌하다 보니 그릇을 비우긴 했다. 하지만 무슨 맛으로 먹었는지, 정말 음식을 음미했는지 생각조차 못한 채 사라졌다.
오후 일과를 끝내고 퇴근 때가 되니 또다시 뭘 먹어야 하는 시간이 왔다. 좀 여유롭게 먹고 싶은 기분이 들어 식당이 많은 곳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눈에 띈 순두부 가게. 저녁 시간인데 조명이 어두운 게 불안하다.
‘오늘은 개인 사정으로 쉽니다. 내일은 정상 영업합니다’
그럼 그렇지. 맛을 느끼면서 먹을 생각을 하다니... 내겐 사치였던 걸까. 그 식당 말고는 가고 싶은 데가 없어서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몇 시간을 털레털레 걷다가 집 앞에 왔다. 내 옆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나를 보며 ‘생각에 잠긴 것 같다’고 여겼을지 모르지만 하염없이 땅만 보며 걸었다.
집에 들어가서 침대에 눕고 싶어 졌다, 그런데 이놈의 배는 이때 꼬르륵 소리를 낸다. 눈치 없이.
점심때처럼 의무적으로 아무 의미 없이 편의점으로 가서 샌드위치를 집어 든다. 샌드위치에 참치가 들었건 오이가 들었건 중요치 않다. 어차피 맛을 느끼지 못한 채 목구멍을 지나갈 테니까. 목이 메어가지만 애써 무시하면서 빵을 삼킨다. 그러다 목에 걸려 미친놈처럼 기침을 해댄다. 아 이제 맛이 느껴진다. 진한 그 마요네즈 맛과 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