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춘식 Jul 10. 2021

존맛탱구리(JMTGR)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

당신에게 들려드릴 '오늘의 맛' #6

‘존맛탱구리’ 이젠 이 말의 뜻을 대략 알고 있지만 처음 들었을 때는 너구리라면의 아류작으로 생각했다. 글을 쓰면서 그 때를 떠올려보니 ‘하...아재네’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인터넷 오픈국어사전에는 이 단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매우 맛있음을 뜻하는 '존맛'에 강조하는 의미로 '탱'을 붙인 말.

JMT(존맛탱). 정말 맛있다는 뜻의 은어를 영어 약자로 표현한 신조어다.     


존맛탱구리는 어떻게 생겨난걸까? 갑자기 그 단어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졌고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날씨가 좋은 어느 날, 집에서 인터넷 커뮤니티를 드나들던 A는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던 ‘존맛’이라는 표현이 지겹다고 느꼈다. 맨 앞글자를 들으면 뭔가 욕처럼 들리기도 하고 단어 자체에서 풍기는 강렬한 맛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탱’을 붙이기로 한다.      


한글자를 더했을 뿐인데 인터넷에서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A는 점점 사람들이 많이 쓰는 모습에 기뻐하지만 여전히 맨 앞에 있는 글자가 거슬린다. 그러다가 가수 박진영 씨가 작곡한 노래가 들린다.   

  

“JYP”. 


‘어? 영어로 써볼까?’     


각 글자를 발음나는대로 영어로 쓰고 첫 알파벳을 따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 ‘JMT’. 나쁘지 않다. 이것도 게시글에 써보니 사람들이 좋아한다. 다들 ‘맛있다’는 단어 대신 JMT를 쓰고 있고 이 말이 가장 세련되고 핫한, 유행을 선도하는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배달 어플에도 이 말로 감상평을 남기는 이들이 늘었고 당연하게도 못 알아듣는 사람도 있었다. A는 뭔가 특별해진 기분이다. 내가 만든 것을 특별하다고 여기는 모습을 보며 내적 자신감이 쌓여갔다.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다보니 2달 넘게 인터넷을 제대로 하지 못한 그는 오랜만에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서핑을 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JMT를 많이 쓰는군. 어? 이건 뭐야?’ 자신이 만든건 JMT 세 글자였는데 어느샌가 단어는 5글자로 늘어났고 사람들은 ‘GR’을 붙여 ‘JMTGR’로 쓰고 있었다. A는 새로 추가된 두 글자가 무엇인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래? 구려? 구름? 계란? 도대체 뭐지?’      


궁금함을 참지 못한 그는 인터넷 게시물에 댓글로 그 뜻을 물어본다. 바로 답글이 달린다.   

 

‘이 분 아저씨네ㅋㅋㅋ 존맛탱구리에요. 엄청 맛있다고요’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여겼던 그의 기대는 무너졌다. 어느새 새로운 창작자가 나타나서 그 말을 변형시켜버렸다. ‘내 것인 줄로만’ 알았던 그 말이 떠나갔다는 느낌에 슬퍼졌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던 그는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노트북을 펼쳤다. 오늘도 인터넷에는 많은 이가 그 말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 단어도 옛것이 되어버렸다. 쓰는 사람도 있지만 예전처럼 다시 ‘맛있다’고 하거나 다양한 맛 표현으로 대체됐다. 그 중에서 ‘맛이 참 재밌쥬?’라는 문장이 눈에 띈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그 말이 유행할거 같다. 귀찮으니 그냥 ‘맛있다’고 해야겠다.



이전 06화 ‘매운맛’을 표현할 때는‘맵다’ 말고없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