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들려드릴 '오늘의 맛' #8
‘아내의 맛’이라는 종편 프로그램이 있었다. 부부의 삶을 보여주면서 재미와 의미를 담으려고 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여러 논라에 휩싸이며 종영했다. 이 프로그램이 맨 처음 나왔을 때 친구에게 질문을 한 기억이 난다.
“아내는 무슨 맛일까?”
“아이 자식아. 뭔 소리야”
친구는 내가 한 마을 야한 농담으로 이해한 모양이다. 난 그런 말을 편하게 할 위인이 못되는데 아직도 나를 모르다니...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건 사람을 맛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우선 나는 무슨 맛이 나는 인간일지 떠올려봤다. 짠맛? 단맛? 떫은맛? 감칠맛? 신맛?
생각해보니 나는 나를 맛으로 평가할 수 없었다. 내가 객체의 입장에서 나를 겪어본 적이 없으니 인간관계에서 내 모습이 어떤 맛인지 판단하기가 불가능했다. 누군가에게는 달콤한 사람일 수 있고 어떤 이에겐 혀를 내밀게 되는 떫은맛일 수도 있다. 전혀 맛이 안 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맛을 표현할 때 하나의 맛과 단어를 연결하려고 한다. 사람을 맛으로 표현할 때도 비슷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공격적인 사람은 매운맛으로, 부드러운 사람은 단맛으로, 까칠한 사람은 신맛이 난다고 여긴다. 하나의 이미지와 한 단어를 연결해야 하기에 대상의 단면을 전체로 꾸미게 된다.
코미디 스타일이 전혀 다른 유재석과 김구라를 떠올려 보자. 독설과 지적, 논리를 바탕으로 상대를 쥐고 흔드는 코미디 스타일의 김구라 씨를 보면 매운맛이 떠오른다. 유재석 씨는 부드럽고 상대를 편하게 하는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있어 단맛, 고소한 맛처럼 크게 부담이 없는 맛을 생각한다. 하지만 김구라 씨는 자녀에게는 하염없이 부드러운 아버지로 비친다. 평소에는 친절하고 미소를 띤 얼굴로 대하는 유재석 씨도 일에 있어서는 가혹할 정도로 프로페셔널하다. 방송에서 이야기한 모습만 봐도 그가 일할 때 얼마나 진지하고 냉정하게 임하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들은 한 가지 맛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해도 되는 걸까.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와서 답을 해보려고 한다.
‘사람에게선 어떤 맛이 날까’
사람에게서 맛이 난다면 여러 가지 맛이 날 것이다. 어떤 사람이 달콤 쌉싸름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새콤달콤할 수도 있다. 짠맛과 매운맛이 잘 어우러진 얼큰한 사람일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맛은 다 다를 수 있지만, 인간관계의 혀끝에서 나는 상한 느낌은 피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음식과 같다면 그 사람의 사용법과 섭취 방법을 대화와 태도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크게 불편하지 않은 사람과 인간관계를 쌓으면 그 맛이 무엇이든 ‘먹을 만’하겠지만, ‘이건 아니다’ 싶은 맛이 느껴지면 뱉어야 한다. 그 맛이 빨간맛일 수도 있고 파란맛일 수도 있지만 맛을 못 느낄 정도로 부패했으면 애초에 먹지 않는게 좋다.
속병은 상한 것을 먹은 데서 출발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