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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준수 Jul 10. 2021

나는 맛본다, 고로 존재한다

당신에게 들려드릴 '오늘의 맛' #9 - 에필로그

‘당신은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나요?’     


우리는 힘들 때 ‘인생의 쓴맛’을 느낀다고 하고 한없이 기쁜 순간에 ‘달콤한 인생’이라고 표현한다. 인생의 쓴맛을 이기기 위해 쓰디쓴 독주를 들이키기도 하고 삶에서 가장 황홀한 순간을 기념하려고 달콤한 케이크를 준비한다.      


하지만 대부분 삶의 맛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우리 혀가 한번에 여러 가지 맛을 구분하고 느끼듯이 매순간 경험하는 사건들도 단편적이기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의 맛이 섞인 채 다가온다.     


요즘 너무나 많은 자극과 압박에 지쳐버린 사람들이 많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밥 말아먹듯이 후루룩 목구멍으로 넘긴다. 목적이 생존보다 못한 배를 채우는 정도에 머무른다면 맛이 있는 음식을 굳이 

먹을 필요가 없다. 배를 채울 수 있는 알약이 나오면 그것을 섭취하면 될테니까.      


삶의 양상이 매번 바뀌듯이 우리가 느끼는 맛도 달라진다. 결국 그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생동감 있게 무언가 하고 있고 반응한다는 실존, 인간의 본질을 증명하는 역할을 한다. 데카르트는 자신이 생각한다는 사실을 통해 자기 존재를 증명했고 니체는 비극적인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삶의 의미가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살맛이 나지 않아도 죽을 맛이 느껴져도 지금 내 앞에 있는 음식과 선택에 대해 맛볼 수 있고 구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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