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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에 대하여

나의 '약점'을 바라보는 마음

by flowbella





실수를 했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무엇인지를 보면 내가 나의 약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남들과 비교했을 때 뒤쳐진다는 생각이 들 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보란 듯이 실수를 했을 때, 잘하고 싶었고, 잘해야 하는 일에서 실수를 했을 때, 재능이 없는 나를 발견했을 때 굉장한 수치심과 자책이 들 수 있다.


나의 결점, 약점이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 사회적 기준과 타인의 관점으로 스스로를 보지 않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남들의 눈이 무서워서 더 열심히 하고, 자존심 상하지 않기 위해 나를 밀어붙이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어린 시절에 운이 잘 따라준다면 어느 정도는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내 곧 더 넓은 사회에 나오고, 내가 나를 갉아먹으면서 버티는 것은 한계를 보이게 된다.

결국 난 겨우 사람이고, 불가능과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지점에 놓이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물리적 한계가 있다. 신체적 에너지는 제한되어 있고, 우리가 살 수 있는 시간과 닿을 수 있는 공간 또한 정해져 있다. 그런데 마치 모든 일에 대해서, 모든 순간에서,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항상 잘하고, 부족한 점 없이 살고 싶다는 마음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일까?


이렇게 말하지만 나도 스스로를 밀어붙이고 할 수 있다고 채찍질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신경 쓰지 않는 사이에 그렇게 생각하게 되곤 한다. 아직 이기지 않았기 때문에, 안정궤도에 올라서기 전까진, 적어도 평균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마음 편하게 살 수 없도록 하는' 그런 교육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지는 사람도 있고, 평균이 있다면 그 위뿐 아니라 아래의 공간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 세상은 위가 있으면 아래가 있고, 해가 뜨면 몇 시간 뒤에 반드시 지며, 앞이 있으면 뒤가 있다. 사실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이기고, 반드시 우위에 서며, 항상 빛나야 한다는 주문을 거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좀 더 편하고 안정적인 인생을 살 가능성이 높다는 경험 때문에 어른들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렇게 조언하게 된다.


하지만 아주 좁은 문은 모두가 통과할 수 없는 것이 이치인데, 어떻게 해서든 그 문 사이로 통과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라는 것은 행복과 안정의 확률이 아닌, 불행의 확률을 높이는 도전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모든 부분에서 잘하기 위해, 완벽하기 위해 애쓰라는 조언보다 애초에 우리가 '좋은 것이라고 목표로 삼는 기준' 자체를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사람으로서 자신만의 삶을 살고 있다. 당연히 모든 조건도, 요소도, 목표도, 이상도 다르다.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자신의 입장과 관점'에서 세상을 보며 살고 있다. 열심히의 기준도, 잘한 것의 기준도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려면, 적어도 지금 '내 삶의 전반적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뒤에 피드백해야 할 것이다. 올라가야 하는 때와 내려가야 하는 때, 전속력으로 달려야 할 때와 휴식을 취해야 할 때, 일단 뛰어들어야 할 때와 주춤하고 몸을 사려야 할 때를 구분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그 순간의 최적의 판단'일 것이다.


그 기준은 나만이 알 수 있다. 내 마음만이 알고 있다. 실수를 했을 때 자책하게 된다면, 남들보다 뒤처진 것 같다고 자괴감을 느낀다면 내가 정말 그래야 하는 상황인지, 그 정도는 적합한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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