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점을 찍어 '삶'이라는 그림을 그리다
혼자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 전의 내 일상은 내가 속한 시스템에 맞추어져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학교의 룰에 맞추며 살았고, 직장을 다닐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는 그게 참 싫고 답답했는데, 일상의 '틀'이라는 게 사라지고 나니 기준이 없이 하루하루를 설계하고 살아가는 게 낯설고 막막했다.
갇혀있을 때는 자유롭고 싶고, 자유로워지니 막연함을 느끼는 것을 보며 역시 인생은 적당한 게 최고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적당한 것 또한 나에게 맞고, 내가 선택한 것이어야 좋게 느껴질 것이다.
최선은 지금 나의 상황으로부터 시작해서 현재 선택 가능한 범위 안에서 내게 맞는 일상을 설계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그러려면 현재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나의 상태와 내가 지향하는 것을 확인하고 그 사이에 다리를 놓는 느낌으로 조금씩 시도하고 나만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혼자 일할 때뿐 아니라 어딘가에 소속되어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다 해도 이미 형태와 크기가 정해진 방 안을 원하는 가구로 채워나가듯이 일상을 '스스로의 방식에 맞는 선택'으로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스템 안에 있지만 시스템 밖에 있기도 한 삶을 살 수 있다.
나는 자신의 일상을 이루는 기둥 같은 체계를 유연하게, 자신에게 맞는 방식과 속도로써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행하는 것들이 '점'을 찍는 행위라면 일 년, 십 년이 지나고 나면 점이 연결되어 '선'이 되고 그 선이 닿는 지점은 우리의 '삶'이 도달할 곳이기 때문이다.
매일의 루틴이 삶이 힘들 때 버텨주는 기둥이 되고 성공으로 가는 무기가 되듯이, 티끌들이 모여서 태산이 되듯이 우리의 일상은 단편적으로 날아가 사라져 버리는 것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시간을 타고 소멸되는 것 같지만 우리의 내면에 쌓여서 '나를 이루고 삶을 짓는 과정'으로 남아있다.
그렇기에 매일 벽돌 한 장, 한 장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하루의 몫을 다하되, 이 하루의 결괏값이 모여 어떤 집을 지어낼 것인지를 확인하며 살아야 한다. '다 지어진 집'이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하고 내가 꿈꾸던 모습이 맞는지 확인하면서 수정하기도 하고 오늘의 자리로 돌아와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다.
지금 내 삶이 어떠하든, 내 마음이 밝아지는 느낌이 나는 미래를 상상하고, 그 모습을 향해 조금씩 나아간다면 우리는 언젠가 그렇게 살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내가 '어떤 시작'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현재까지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았더라도, 지금부터 방향을 틀어 걸어가면 그만이다. 빳빳한 흰 도화지에서 시작할 수 없더라도 괜찮다. 이미 구겨진 선들을 활용해서 나름의 '내 작품'을 만들어 내면 된다. 내 인생의 구김살 또한 유일무이한 나라는 존재의 '발자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