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고 싶은 마음과 멈추고 싶은 마음 사이
한 점을 찍으면 주변에 검은 잉크가 번져 나간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결심을 하면 마음에도 방점이 찍히고 그 점을 시작으로 다음 단계가 저절로 연결된다.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의미로 해석할지를 선택하는 것은 내 자유이지만 정확히 알지는 못하는 채로 찍은 그 점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내가 완전히 정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쓴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인생이라서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더 어렵고 고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의 어떤 시작이 만든 지금의 결과가 나를 불편하고 슬프게 만들지라도 그 연결성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미래를 위해 다음 시작을 준비하고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더라도 우리는 막연한 미래 앞에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작은 존재와 같다. 빈손과 맨발로 어디로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는 발 앞의 길을 그저 가기로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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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옇게 가려져있는 앞 날의 길을 위해, 이 선택이 만들어낼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저 희뿌연 안개 너머의 미지의 날들로 이어지는 수많은 갈림길 중 날 덜 고통스럽게 하고, 더 편안하게 할 선택지는 무엇일까?
일단 마음의 불안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 불안은 분명 과거에서부터 이어졌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일지라도 현재 내 마음에 담긴 것들 중 과거부터 뿌리내리지 않은 불안은 없다. 과거에 내 삶이 어떠했든지 상관없이 미래의 내 삶을 행복으로, 더 나은 것으로 선택하고 싶다면 내 안에 있는 불안과 두려움을 모두 쏟아버려야 한다.
분명 지금의 두려움은 이유가 있다. 억울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한 이 감정들은 나름의 그럴 수밖에 없는 근거가 있었다. 그 일은 과거의 내가 한 선택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도 내 인생이 힘들어질 줄 모르고 한 선택이었다.
중요한 것은 누구 때문이 든, 운이 나빴든, 나름의 사정이 있었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일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오직 미래의 일만 결정할 수 있다.
그래서, 아직도 과거의 과오 때문에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어서 빨리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은지 결정해야 한다. 누구나 미래에는 행복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이중으로 갈라져 하나의 길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부터 이어진 힘든 마음을 끝내고 싶은 생각과 그래도 끝까지 붙들고 싸우거나 버티고 싶은 생각이 둘 다 공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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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성격의 고민은 거의 매 순간하고 있는 것 같다. 길을 가면서 마주치는 세상의 모든 일들에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반응하며 붙잡혀 있을 것인지, 아니면 그것들이 나를 옭아매려 하더라도 뿌리치고 앞으로 가뿐하게 나아갈 것인지를 매번, 매 순간 선택하고 있다.
자꾸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거나, 미래의 일들을 상상하면서 끊임없이 부정적인 갈고리에 걸려 그쪽으로 끌려갈 것인지, 아니면 아무것도 걸릴 것 없고 붙잡힐 것 없는 상태의 자유를 만끽할 것인지는 오직 나의 결정에 달려있다.
지금 어떤 영상을 볼 것인지,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 어떤 사람과 어울릴 것인지, 이 대화에서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순간의 선택에 의해 갈림길에서 하나의 방향성이 설정되고 우리는 그쪽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타고 이동하면서도 새로운 선택을 계속하고 있다.
순간의 선택들이 그냥 선택이 아니라 어떤 방향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찍힌 단일한 점들이 이어질 확률이 높은 다음 점으로 더 쉽게 이어져 곧 선이 되고, 형태가 되는 것이다. 그 모양은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우리의 인생은 어떤 것인지를 설명하게 된다.
참 정직하고 무서운 결과이다. 앞으로 나갈 의지가 없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며, 점을 찍기 싫어도 찍어야 하는 우리의 운명은 때론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뒤집어보면 이 흐름의 주도권만 잘 잡으면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면서' 살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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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까지 이해한 후에 새롭게 찍는 점에 집중하면서 살고자 했다. 그런데 자꾸 좋은 미래를 꿈꾸면서 찍은 이 점이 예상하고 바랬던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것에 실망하게 되곤 했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왜 안되지? 이 정도 했으면 이제 어떤 결과가 나타나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티 나지 않는 속상함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품고 있던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열심히, 좋은 마음으로 노력하는 마음과 함께 뒤섞여 현재의 점을 찍고 있었던 것 같다. 순수하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부터 이어오던 굵직한 걱정이나 두려움은 많이 놓아버렸다고 생각했지만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실망과 불안이 새롭게 형성되어서 미래를 만드는 오늘날의 원인에 또 다른 씨앗을 뿌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씨앗은 자라서 내일의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동안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뿌리 뽑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기대했는데 실패했던 경험이나 내 생각과 달리 잘 풀리지 않았던 과거의 일들이 나에 대한 작은 불신을 기록했고 순수하게 잘 될 것이라고 믿기만 할 수는 없도록 만들었던 것 같다.
어렵다. 쉽지 않다. 과거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에 있어서 그동안 무너져 본 적이 없는 것처럼 순수하게 믿고, 즐기는 것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쉽지 않은 일이다.
내 두려움은 분명 근거가 있다. 그 정도도 조절하지 못한다고, 놓아버리지 못한다고 자책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 부분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고 내 여린 마음이 상처 입었던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정적인 굴레에서 벗어나 이제는 넓게 펼 펴진 하늘로 마음껏 날아가고 싶다는 간절함은 충분히 크다. 내 마음이라서 쉽지는 않지만 그런 약한 부분까지도 감싸 안고 나는 조금씩이라도 나아가고 싶다.
그 과정에서 분명 또 다른 방향으로의 성장과 개선이 있을 것이고, 그 단계를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멋들어진 비상은 아닐지라도 약간의 활강을 부분 부분 거치더라도 나는 결국 굽이 굽이 올라 내가 원하지만, 지금은 나도 완전히는 모르는 그 지점까지 날아갈 것이다.
'나로 인한 질문들'은 이 글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이 책의 연재를 하는 동안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삶에 대한 질문을 복기하며 생각해 보았던 것 같습니다.
복잡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글을 써보면서 나름의 도전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삶은 모호하고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이 순간에 진심으로 온전히 살아보겠다는 마음가짐만으로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머리로 얼마나 알고 있든 상관없이, 마음으로 삶을 받아들이고 뛰어들고 있다면 충분한 것이지 않을까요?
저는 또 다음 책, 다른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그동안 이 책의 흐름에 저와 함께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