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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Mar 23. 2024

에필로그 : 엄마는 빵이 좋다고 하셨어

엄마를 관찰한 여행이 지난 후

엄마와 첫 해외여행 후 엄마와 나 사이에 변한 것은 없다. 여행으로 인생이 달라지는 이야기는 마치 두 사람의 애절한 로맨스 드라마처럼 환상적이다.


아니다! 변한 게 있다. 매일 자신의 일상을 보고하는 엄마의 전화 속 했던 이야기 또 하는 소재 중에 크로아티아 여행이 추가되었다는 것. 들었던 이야기 또 들어야 하는 스토리가 하나 늘었지만 내가 함께 했던 여행이기에 팩트 체크(!)를 실시간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엄마가 빵을 아침으로 챙겨 먹는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빵을 구워 먹으니 위에도 부담 없고 간단하게 한 끼 먹을 수 있어 좋다고 하셨다. 열흘 남짓 아침으로 먹은 습관이 엄마의 아침 일상을 바꾸다니! 여행은 어쩌면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그리고 엄마는 자신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자주 바꾸는 편인데 여행 후 한동안 여행 사진으로 교체했다. 카카오톡은 엄마에게 소셜미디어인 셈이다. 프친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수단인 것일까.


여행에서 돌아온 후 엄마는 바빴다. 자신의 언니이자 나의 이모를 기리며 관세음보살 부처님 말씀을 노트에 필사하고, 자신의 30년 운전 경력 역사에 처음으로 새 차를 뽑았고, 자식의 이름을 하나씩 따서 새 차에 이름을 붙여주고, 아빠와 본인의 본가에 제사를 지내러 갔고, 본인의 형제들과 겨울 여행도 다녀왔다. 엄마는 확실히 집순이는 아닌 것 같다. 어딘가로 나가는 것이 엄마의 에너지 세포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나도 바쁘게 보냈다. 일도 하고 일 또 하고, 대학원도 다니고, 공부 모임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텃밭도 돌보면서 말이다. 여행 후 동생들과 만나 여행 후기를 들려주다가 어느새 각자 기억하는 엄마 이야기로 본의 아니게 즐거운 뒷담화를 나눴다. ^^;  엄마는 자신의 세 자식이 만났다고 하면 참 좋아라 한다. 그 마음을 알기에 셋이 만날 때마다 인증숏을 찍어 보내준다. 흐뭇하게 그 사진을 볼 엄마 얼굴이 선하다. 그리고 김장시즌에는  엄마의 노동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절임배추를 선물로 보내드렸다. 어랏, 나는 참 효녀네.  


2023년 가을, 무릎이 약한 상태로 손가락 부상에도 딸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 엄마는 해를 바꿔 2024년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로 했다. 지난 연말 지인과 함께 간 장애인 복지관에서 주최한 장애인들의 공연을 보고 와서  감동을 받았다고, 장애인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를 해보겠노라 하면서 나보고 어떻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장애인의 사회 활동을 돕는 엄마를 돕는 나, 괜찮은데! ^^;


엄마는 나의 조그마한 도움을 받고, 무사히 장애인활동지원사 교육을 수료하고 기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도전에 설렘과 긴장 가득한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니 크로아티아 가기 전 엄마의 설렘 가득한 목소리가 겹친다.


영예 씨의 새로운 여정, 기꺼이 응원하리라!   


엄마의 중학생 시절(왼쪽 사람)과 최근 엄마 모습. 영예 씨 화이팅!  

ps. 저와 엄마의 동유럽 여행기는 여기까지 - 읽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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