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치앙마이 22
마사지를 마치고 다리가 좀 풀린 다음,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인터콘티넨탈 라운지에 방문했다. 라운지 이름이 kam이네.
애프터눈 티는 2시부터 시작되고, 여행 둘째날 점심을 먹고 2시쯤부터 애프터눈티 마시기 시작해서 그날 저녁까지 패스했던 경험으로...... 이번에는 점심무렵에 징짜이 마켓서 진짜 망고밥 하나만 먹고 배 용적을 비워두었다. (각오)
오후 2시에는 라운지에 손님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로비라운지에 애프터눈 티만 이용하러 방문한 손님은 우리가 두번째였고, 그래서 호텔 수영장 바로 옆 시원하고 햇볕이 잘 드는 자리를 안내받을수 있었다.
처음 도착했을땐 라운지가 한산했는데 2:40분 부터 라운지에 체크인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몰렸고, 로비라운지에서는 투숙객 체크인 전 호텔 서비스 안내를 해주는 직원분들이 분주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여행지에서 두번째 애프터눈 티다 보니 포시즌 리조트와 여러모로 비교를 하게 되기는 하더라.
일단 접객 직원분이 무척 친절하게 대응해주시긴 해지만 서비스 레벨 면에서 체인호텔의 그것을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공되는 식기들에서도 그런 기분이 느껴졌는데 한참 서빙받을때는 못느꼈는데, 이후 사진 정리를 하면서 보니 제공되는 테이블웨어가 브로슈어와 다른걸 확인하고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뭐... 로비라운지에 머무르는 동안 2인 세트로 주문한 애프터눈 티세트만 브로슈어처럼 3단 새장 트레이(..)에 서빙되고, 가족단위 3~4인 고객들에게는 케이크 트레이조차 없는 플레이트에 서빙된걸 보면 음.... 로비라운지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우리를 보고 '저게 뭐예요?' 하고 주문하는 사람들을 보는게 재밌었으니깐 그걸로 되었다고 치자.
차도 참 좋았다. 도이수텝 블랜드로 마신 차는 찻잎을 쓴게 아니라 타이특산 허브들을 가져다가 쓴 차 같았는데, 따듯한 성질을 가진 허브들의 온기가 전해지는것 같아서 참 인상적이었다. 단, 주전자로 내준 기물이 절수가 잘 되지 않아서 찻물을 찻잔으로 깨끗하게 부을수가 없었다는 점이 좀 아쉽다. 잔 자체는 예쁘게 생긴 편이었음.
세이버리 메뉴들은 미지근한 온도로 서빙되고 접시도 차가웠다. 뭐 그럴수 있어. 체인호텔이니까. 그런데 후레시컷 샌드위치를 입에 대고 좀 실망했다. 빵의 겉면이 말라 있었던게 방금 주문한 사람을 위해서 만든게 아니라 미리 만들어 놨던걸 꺼내오기만 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후레시컷이 아니라 그냥 샌드위치라고 적었으면 나았을뻔 했다.
처음 차 종류를 주문할때 케이크 2종을 고르는데 나는 오렌지 케이크를, 파트너는 초콜릿 케이크를 골랐다.
케이크에서는 타이와 치앙마이 느낌이 크게 전해지지 않았는데, 딸기잼? 으로 보여야 할 잼 색깔이 흐릿해서 메뉴판을 살펴보니 치앙마이 스트로베리 잼이라고 했다. 스콘도 2종류로 제공됐는데, 하나는 플레인 스콘에 하나는 레몬과 와일드베리, 건포도를 섞은 스콘이라고 했고, 두조각으로 갈라다가 마말레이드랑 잼, 크림 발라다 차랑 잘 먹었다. 샌드위치만큼 스콘도 바로 만든게 아니라 하루이틀 된 친구 같았음. 네네 까탈스럽죠. 제가 좀 이런것에 예민합니다...
제공되는 생크림은 고급이긴한데 큰 특색은 없이 가벼운 느낌이었음.
ㅋㅋㅋ 포시즌에서도 그랬다만 여기서도 트레이에 올라간 티세트 보고 있자니 조금 창피하긴 하더라. 이때만 해도 로비 라운지에 손님들이 없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2:40분쯤 부터 손님들 들어와서 뭔가 화려한 테이블을 구경하면서 저게 뭐냐고, 우리도 저거 달라고 하는 주문들 듣는건 꽤 재밌는 일이었다.
2층과 3층 케이크 디저트의 구성은 같고, 가운데 놓인 크리스마스 인형 초콜릿 모양만 달랐다. 가운데 놓인 인형 초콜릿은 먹어도 되는거긴 하다만, 서빙되는 음식들에 비하면 품질이 썩 좋은건 아니니 안먹고 걍 기념으로 챙겨가게 싸달라고 해도 좋을것 같음 (난 귀찮아서 걍 두고 옴)
1층 초콜릿 어소티드에 놓인 초코 프랄린들에 태국, 치앙마이의 개성을 듬뿍 담겨 있었다.
1인 3개씩 구성인 초콜렛 하나는 치앙마이 꿀, 하나는 태국의 고추맛이 약간 느껴지는 매운 초콜릿 (좋았음), 하나는 녹차 초콜릿이었다. 으음.... 보통 애프터눈 티세트라고 하면 1층부터 3층으로 서서히 먹어 치우는것이 정석인데, 2,3층 구성이 같고 1층만 다른걸 보면 이건 2,3층을 두사람이서 해치우고, 1층을 먹어 치우란건가?
나는 2층의 산타클로스 접스에 놓인 디저트들을 먹었다. 당연하지만 맛있음. 근데 라즈베리.. 어 이거는 좀 ㅋㅋ. 새콤한 과일이긴 한데 익숙치 않아서 곤란했었음 (그래도 잘만 먹음)
좀 헷갈렸다. 보통 애프터눈 티세트라면 케이크 트레이(스탠드)를 서빙해주는 직원이 메뉴를 가져다 준 뒤 디저트들에 대한 설명을 한번 더 해주고 어떤 순서로 먹으라고 알려주기는 하는데 -ㅅ-... 딱히 설명이 없어서 2층먹다 1층 먹다 그랬다. 마지막은 케이크였고.
초콜릿 케이크는 평범한 초코퍼지 케이크라 뭐라 평하기 애매하다만 오렌지 케이크는 맛있었다. 자체 베이커리에서 주문했다기보다 호텔 체인에서 공수한 표준화된 맛이긴 했다만, 오렌지향 듬뿍의 케이크를 티타임의 마지막으로 장식할수 있었던건 행복한 경험이었음.
구성만 보자면 인터콘티넨탈이나 포시즌이나 차이가 없다. 보통 3층으로 서빙되는 애프터눈티가 6층(..)세트로 나온다는 점에서 보면 비슷하지만 로비라운지 직원의 접객서비스가 아쉬웠던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포시즌의 애프터눈 티 경험이 이쪽보다 나았다고 느껴졌는데, 파트너는 직원들이 시선에 보여 신경쓰이는게 별로 없었고, 더 편안한 자리였다면서 인터콘티넨탈쪽에 팁을 더 줬다. (나는 불만족이라 팁 많이 주려는거 한장 뺌 ㅋ)
로비라운지에서도 한참 앉아있다 화장실 다녀왔었는데 여기도 포시즌만큼 잘 관리하고 있긴 하더라. 화장실 직원의 조심스러운 청소 서비스와 손씻고 나올때 돌돌 곱게 말려 접혀 있었던 타올들을 마주한건 참 좋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테이블에서 손닦고 싶다고 젖은타올을 요구했는데 제공할수 있는게 냅킨밖에 없다고 입닦는 냅킨 트레이를 가져다준 직원의 태도는...음. 뭐 그럴수 있지. 여긴 체인호텔이니까. (어이구 까탈스럽다. 근데 까탈스러우니깐 이런거 찾아다니지)
이렇게 2시간 반? 가량 오후의 티타임을 늘어지게 즐겼다. 역시나.... 점심무렵에 망고찰밥 쬐금만 먹고 배 용적을 많이 비워놨는데도 불구하고 역시나 또 배터져 죽는다(....) 상태로 로비라운지를 나왔다. 2인메뉴라곤 하지만 이정도 구성이라면 오후에 호텔로비에서 약속한 손님(팀)을 기다리며 주문해 놓고 환영해주며 반기는 메뉴로 이용하는거도 좋을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