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만난 사람들, 전문대를 다니며 일용직 노동을 하며 취업을 준비할 때 만난 사람들, 편입을 하고 다양한 언어 전공을 공부하며 만난 사람들, 대기업에 입사해서 만난 사람들, 퇴사 후 코칭을 배우며 만난 사람들, 강의와 코칭을 하며 만난 사람들. 제 입장에서는 각각의 사람들이 ‘다른 세상의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일용직 노동을 하며 만난 사람과 대기업에서, 코칭을 하며 만난 사람들의 말투, 행동, 가치관은 매우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누구의 수준이 높다 낮다를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주제도 못됩니다.) 다만 사람들마다 현재 가지고 있는 말투, 행동, 가치관이 사실은 아주 오래된, 지나온 삶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하지만 그 자체를 너무 쉽게 잊고 산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말투, 행동, 가치관은 어릴 적 가까운 주위 사람들에게서 ‘다운로드’됩니다. 컴퓨터를 선물 받았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내꺼는 윈도우 7이, 친구꺼에는 윈도우 11이 깔려 있습니다. RAM 용량도 차이가 납니다. 당연히 퍼포먼스에 차이가 나지 않을까요? 그런데 어떤 이는 평생 윈도우 7이 내 운명이라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또 다른 이는 어떻게든 알아봐서 업그레이드를 합니다. 윈도우도 새로 깔고 RAM도 바꿉니다. 윈도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아예 맥으로 갈아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요? 무조건 업그레이드할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는 중요합니다. 현재에 만족하거나 개선을 하는 것은 그 다음이겠죠.
에이미 커디 교수는 처음 하버드에 갔을 때 본인 스스로가 이런 훌륭한 곳에 있어도 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합니다. “나는 여기에 있을만한 사람이 아니예요.”라고 지도 교수에게 고백했다고 합니다. TED 강연을 들으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무슨 마음일지 너무도 와닿았습니다.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는 훌륭하고 능력 있는 파트너와 고객사를 만납니다. 함께 논의하고 일하면서 좋은 결과, 좋은 피드백을 얻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문득문득 나는 여기에 있을만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인격, 능력, 배경을 자꾸 따져보게 됩니다. 자기 성찰하고는 다른, 건강하지는 못한 태도죠. 시간이 흐르면서 성격도, 사고방식도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혼란이 왔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과거의 저, 과거의 제 생각과 싸우기도 합니다. 때로는 내가 위선자인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때는 ‘내가 이런 분들과 어울려도 되는 사람인가?’ 하는 열등감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반대도 있습니다. ‘내가 이런 사람들과 꼭 어울려야 하나?’ 하는 아주 오만한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제 마음이 제멋대로 이런 생각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예전보다는 잘 알아채게 된 것입니다.
정조 대왕이 즉위하면서 꺼낸 첫마디라고 하죠. 멋지다 생각했습니다. 무수리의 아들로 태어나 궁궐 밖에서 자란 할아버지 영조, 할아버지의 노여움을 사서 뒤주에 갇혀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 본인은 그런 핏줄에서 나온 사람임을 긍정하며 시작합니다. 그리고 조선왕조 전기의 세종과 쌍벽을 이루는 후기의 대표적 임금이 되십니다. 저는 강의에서 이런 질문을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 분야를 가더라도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있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비교가 문화의 일부가 되어버린 한국 사회에서, 열등감은 우리의 일부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저 역시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를 오갑니다. 다만 예전보다 그 진폭이 줄어들기는 했네요. 사람마다 감추고 싶은 콤플렉스가 있습니다. 그것이 개인적 능력에 관한 것이라면 노력으로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가족, 출신 배경, 소위 핏줄 따위인 경우도 있습니다.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은거죠. 학연, 혈연, 지연을 따지는 한국에서는 조건이 좋지 않으면 참으로 사람을 지치게 만들 때가 있습니다.
비교의 무한 반복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고, 바꿀 것은 기꺼이 바꿔야 합니다. ‘남들보다’ 혹은 ‘남들 보기 괜찮게’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내게 필요해서’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말을 들으며 살아왔는지, 그래서 어떤 가치관이 형성되었는지, 어떻게 스스로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먼저 이것이 잘 되어야 이후에 수많은 ‘말 기술’ 들이 건강한 관계를 맺는데 ‘건강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알고 공감하면 중요한 두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내 목소리를 찾게 됩니다. 자신을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였을 때 제대로 된 ‘내 목소리’가 나오게 됩니다. 어떤 말을 하더라도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지요. 두번째는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됩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은 이제 타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경험이 생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