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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최면, 스스로에게 저주를 거는 사람들

나와의 대화를 바꾸는 것이 변화의 출발

by 한창훈

스스로에게 저주를 거는 사람들


편입 하기전, 전문대를 다녔었다. 그래도 전문대 중에서는 손에 꼽히는 좋은 학교였다. 나처럼 재수를 굳이 하고 싶지 않아서 입학한 친구들이 많았다. 술을 마시면 이런 말을 하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사실 내가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다.”

나는 입밖으로 내뱉은 적은 없지만 사실 비슷한 생각이었다. 현실을 살고 있으면서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니면서 장학금을 받았고, 이후에 운좋게 편입을 했다.) 이후에 생활비까지 의존하고 싶지는 않아서 노가다를 했다. 노가다를 직업으로 하는 분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혼잣말은 이거다.


“어차피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건데 뭐”
“난 그런거 못해. (난 그런거 안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누군가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으면 발끈하며 말한다. (사실은 이 역시 돌아서서 혼잣말로 할때가 많다.)


“지금 나 무시하는거야?”

시간이 흘러 나는 행운이 거듭되어 대기업에 입사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부러운 직장이었다. 그런데 그 안에서도 불만에 가득한 채 일하는 사람은 있었다.


“그냥 시키니까 하는거지 뭐.”
“아~ 여기 그만두고 싶은데 월급이란 뽕을 맞으니까 잘 안되네”

그런 식으로 말하는데에는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 말들은 스스로의 인생에 한계를 긋는다. 처음에 그 생각과 말은 외부에서 들어온다. 하지만 점차 비슷한 생각을 가진 무리속에서 생각을 주고 받으며 굳어진다. 어느새, 그 생각을 벗어나면 불편해지는 지경에 이른다.



패턴을 깨준 사람들


반대의 경우도 많다. 노가다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하는 분이 계셨다.


“뭐. 일단 해봅시다.”

무엇이든 일단 해보고 나서 생각해 보자는 쪽이었다. 그 말을 한 분은 내가 다니던 개척교회의 목사님이었다. 목사님은 교회 헌금으로 살지 않고 평일에 노가다를 하면서 오히려 헌금을 내는 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청교도적 직업 윤리에 투철했던 분이다. 그러면서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저녁에 소주를 마시면 본인도 소주잔에 물을 따라 같이 건배를 외치는 분이기도 했다.


“내 가치를 니가 정하지마” (박새로이, 이태원 클라쓰)

드라마 명대사를 통해서도 좋은 생각의 틀을 접할수있다. 나는 특히 이태원 클라쓰, 낭만닥터 김사부, 스토브리그를 좋아한다. 정말 명언의 향연이다. 실제 사건이 아니라도, 실제 인물의 말이 아니더라도 생각의 틀을 깨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된다. 오히려 멋진 주인공의 멋진 목소리로 들으면 그렇게 좋을수가 없다.


책읽기. 자기 최면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최고의 도구.


나의 청년시절. 앤서니 라빈스의 책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으로 네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그리고 무한능력 두권이 있다. (두권은 대략 10번은 읽은 듯 하다.) 그렇게까지 읽은 이유는 내가 가졌던 기존의 통념을 많이 깨주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패턴이 깨졌다. 이후에 원래 생각으로 돌아갈 때마다 다시 읽으면서 생각의 전환을 해나갔다. 그만큼 기존 생각의 패턴은 견고했다. 한가지 부끄러운 고백은 책을 읽은만큼의 실천은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의 책은 과감한 실행의 결과물이었는데 나는 실행은 뒤로하고 책만 읽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한다. 자기계발 메시지에 대한 비판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 나름의 일리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책이 기존의 통념을 깨주는 중요한 도구임에는 변함이 없다. (미국식 자기계발을 비판하는 책 역시 몇 권을 읽었었다.) 또한 시간이 흐르니 알 것 같다. 한 분야에서 집중된 시간을 훈련한 사람과의 대화는 책 이상의 유익을 준다는 것을. 또한 책은 한 사람이 가진 지혜의 집약체라는 것을. 독서라는 행위에 자신만의 사유를 더하고, 새로운 행동을 할 때, 진짜 변화가 일어난다.


지금의 나에게는 어떤 생각의 패턴이 있을까? 자신의 삶에 유익이 되는, 반대로 문제가 되는 패턴,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생각해보면 좋겠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패턴은 너무도 자연스런 일상의 일부가 되어 버려서 ‘상식’이라 착각하게 된다. 그렇게 되기 전에 한번쯤 돌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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