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창훈 May 01. 2020

조직의 허리, 중년들에게 변화란 무엇일까?

조직의 중년들은 변화의 동력인가? 방해요소인가?

비대면과 온라인 기반의 업무 방식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업무방식은 이전과 동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에게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디지털 이주민들인 중간관리자 및 임원 세대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물론 IT관련 기업이나 변화에 익숙한 조직 문화를 가진 기업의 '중년'들은 오히려 앞장서 디지털 사무  환경과 업무 방식을 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에 있는 '중년'들은 변화에 대한 복잡하고 불편한 시선을 갖고 있다.  


변화는 해야하는데 좀 천천히 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나마 상황이 나쁘지 않다.  의외로 많은 조직에서는 '우리 업종을 (회사를, 히스토리를) 몰라서 그래' 라고 생각하며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려 든다.  

그럼 변화를 거부하는 '중년'은 모두 조직의 적인가? 이기적인 사람인가? 아무 생각이 없는건가? 그렇게 단정지을 수 없다.  이들의 입장에서 변화를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잘 살펴보아야 능동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당신이 현재 조직의 '중년'에 위치하다면, 혹은 당신이 '중년'들을 바꿔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면 다음의 요소 중 어떤 것이 해당되는지 한번 체크해 보길 바란다. 



1. 새로운 기술과 도구를 배우는 자체가 두렵거나 불편하다.


 -사람은 35세를 기점으로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는 경향이 생긴다.  영국의 사상가 찰스 핸디가 한 말이다.  굳이 인용을 하지 않더라도 직관적으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젊은 실무자였을 때 열심히 활용해서 익숙해졌던 업무 도구들이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숫자 계산을 한다고 할때 80년대 실무자라면 주판, 90년대 계산기, 00년대 엑셀, 10년대 공유문서 등이 있을 것이다. 그 도구를 쓰면 가장 효율이 높고, 업무를 잘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그런데 중년의 '실무형 리더'가 되면서 갈등이 생긴다.  써보지 않았던 새로운 도구를 익혀야 하는 것이다.  내가 잘 싸울 수 있는 홈 경기장을 놔두고 그렇지 않은 원정경기를 가야하는 기분이 든다.  자존심을 굽혀가며 배워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도구를 조금 써보다가 버럭 화를 내는 이들도 있다.  "거봐, 이거 제대로 안되잖아! 했던대로 해! 그게 더 빨라!" 라고 말한다. 


2. 업무의 효율화, 오히려 불편하다?


-참으로 역설적인 명제다.  업무의 효율화가 이뤄지면 당연히 좋은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조직에서의 경험상 업무 효율화가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양보다 질을 추구하게 되는데, 그 '질'(Quality)이라는 것은 더 고도화된 사고를 요구한다. 인간의 무의식은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하면서 투덜거리는 한편, 골치 아픈 일보다는 편하다고 느끼기 쉽다.  물론 질적 업무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몰입 (flow) 을 활성화 시켜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질적 업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불편한 기간이 존재한다는 것, 또 하나는 질적 업무로 창의적 업무를 할 때 조직에서 오히려 핀잔을 듣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그리고 RPA (Robotics Process Automation) 등을 활용해 단순반복 업무를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얼핏 좋은듯 하지만 불편한 측면도 있다.  AI, RPA라는 상대적으로 낯선 개념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추가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 직원에게 업무를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AI, RPA를 일하게 만드는 것도 처음에는 적지 않은 공부, 투자,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3. 직급자의 기존 고유 권한이 줄어든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가장 심기 불편한 일이다.  온라인, 비대면, 디지털화가 가속되면 내 개인 사무실도 없어지고, 옆에서 비서 역할을 해줄 사람도 없어진다.  업무에서도 이럴진대, 회식을 '내 맘대로' 즐길 기회 역시 사라진다.  내가 신입사원 때 '윗분'들을 생각해보면 업무상에서도, 회식 석상에서도 왕처럼 행동할 수 있었다.  윗분의 한 마디에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회식도 거의 그 분을 접대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래도 그분들이 잘 챙겨주고, 책임져주는 '형님'이었기 때문에 기꺼이 그렇게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 


4. 정보의 공유와 투명성   


-기존에는 각 개인별로, 각 팀별로 고유한 경험치들이 있었고, 개별적으로 관리, 보관하는 정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정보들은 각 개인과  팀들의 소중한 자산이었다.  그 자료가 암묵지로 존재하고 대체 불가능할수록 본인의 조직 내 가치가 올라간다고 믿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그런데 앞으로는 공유되지 않는 정보는 조직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모든 것이 공유 문서로 통합이 된다.  기본적으로 모두가 진행하는 업무와 관계되는 정보들은 조직 전체에게 공유되는 것이다.  누가 암묵지에 해당하는 경험치를 형식지로 잘 만들어 내는지가 중요하며, 모든 진행 상황이 공유되기 때문에 업무를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를 쉽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구성원들은 누가 얼마나 성과에 기여를 했는지 결과 뿐 아니라 과정까지 실시간으로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  내것이라 고집하며 공유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5. 나를 제끼는 상황이 발생한다.  


"왜 나랑 상의도 없이 이러는거야?" 

-기존 환경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선배가 훨씬 일을 잘하고 성과를 냈다.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과 경험이 유용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은 쓸모없다는 뜻인가?  일부는 그럴 수 있다.  그것은 개인의 잘못이나 무능이라기 보다는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경험대로 하면 훨씬 빠르게, 효율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었기 때문에 조직 구성원들은 선배들에게 확인 또는 허락을 받으면서 일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은 '함께 논의'를 해야 한다.  그 논의의 대상은직속 상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유관부서 사람일 수도, 훨씬 더 윗직급의 상사일 수도, 갓 입사한 신입사원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업무 진행방식은 기존의 '상사'에게 상실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가면 좋을까? 


서두에 말한 것처럼 개인이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단지 그 사람이 게으르거나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다.  따라서 그들의 생각을 충분히 듣고, 반대로 변화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이 과정 이후로 실제 변화를 추진할 때는 '돌아가지는 않을 것'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변화를 위한 세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우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 아무리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라도 내가 동의하지 않는 변화는 싫게 마련이다.  게다가 변화는 자칫 잘못하면 기존의 것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식의 인상을 주기 쉽다.  지금까지 조직이 성과를 내며 여기까지 온 것은 구성원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선 충분히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서 심적, 물적으로 여러 불편함이 있으리라는 것도 이해하고 들어주어야 한다.


2. 변화가 구성원들에게도 필요함을 설명해야 한다.


    - 우선 변화는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개별 구성원들에게도 동일하다는 것을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말한 여러가지 불편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변화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논의를 해야 한다.  그들이 변화에 무조건 저항하고 발목을 잡는 존재라고 치부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변화이 이유 (Why)에 공감하기 시작하면, 조직은 아주 빠른 속도로 변화할 수 있다.


3. 변화의 방향에 '복귀'는 없음을 분명히 한다. 


    - 관록(!)이 있는 구성원들은 지난 세월 동안 변화가 실패했던 사례도 명확히 기억하고 있다.  새로운 사장님이 부임해서 가열차게 변화를 추진하지만 기존의 조직 구성원이 똘똘 뭉쳐서(?) 저항하면 기존 방식을 유지할 수 있었던 기억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변화는 '일하는 방식' 자체의 변화이기 때문에 되돌릴 수가 없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앞 부분에서는 충분히 공감과 논의의 과정을 거치지만, 실제 변화를 수행할 때는 분명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조직의 방향성이 매우 명확해 졌을 때 조직을 떠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경우는 오히려 조직과 해당 개인 모두에게 좋은 상황일 수 있다.  각자가 추구하는 방식을 명확히 하고 의식적 선택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진행하는 '오픈스페이스' 워크샵에서는 위의 과정을 함께 하기 위해 사전에 대표자가 '초대장'을 쓰도록 요청한다.  구성원들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알리고, 그들의 의견을 온전히 들어보고 싶다는 대표자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 초대에 구성원 100%가 참여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대표자의 의도를 믿고 기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변화에 대한 관점, 방향, 계획을 논의한다면 매우 좋은 출발을 할 수 있다. 


기존에는 한번 변화하고 나면 몇년 또는 몇십년간 그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변화 자체가 상시화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과 환경이 변화하고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변화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변화의 과정을 마치고 안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변화 그 자체에 조직과 조직 구성원이 익숙해져야 한다.   우리는 기존과는 다른 성격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 10화 조직의 '가치'를 구체적 행동으로 내재화하는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