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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Apr 06. 2021

커뮤니케이션의 구조, 소통은 원래 간단치 않습니다.

어느 하나만 잘못되어도 오해는 발생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면, 


도대체 소통은 왜 이리도 어려운지 그 원인을 이해하고, 좋은 소통에 필요한 핵심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수신자와 송신자의 말 사이에는 많은 일이 벌어집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만 사실 그 안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집니다. <Shannon-Weaver Model of Communication>(1949)을 응용하여 핵심 요소를 살펴 보겠습니다. 


우선 커뮤니케이션의 '송신자, 수신자' 두사람은 자신만의 '기본 태도, 전달 방식, 해석 방식'이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라도 태도가 좋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잘 안되겠지요? 또한 전달하고 해석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은 '메시지의 내용' 입니다. 콘텐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메시지의 반대급부로 상대방의 피드백이 있겠지요. 여기에서 다양한 형식의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송신자의 말을 왜곡해서 듣고 '핀잔'이라는 피드백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기본적인 사항중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커뮤니케이션의 오류가 일어나는데요. 여기에 '소음'의 문제가 더해집니다. 시끄러운 곳에 있을 때 들리는 외부의 소음도 있고, 딴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내부의 소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 이슈가 되는 것은 '채널'인데요. 코로나로 비대면 소통이 증가하면서 소통 채널이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변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디지털 역량에 따라 소통의 질에 편차가 생기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적 배경'이 있습니다. 쌍방의 기본적인 배경 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하다면 메시지 전달이 충분치 않더라도 맥락적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라면 많은 부연 설명이 필요하거나, 명확히 말했음에도 상대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에는 많은 요소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큰 갈등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우리가 매일 같이 하는 소통이 쉽지 않은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효과적인 소통에 장애물이 되는 대표적인 요소를 살펴 보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중심성'이 있습니다.


제가 워크샵에서 자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사람은 이기적인가요? 이타적인가요?' 


그러면 대부분은 '이기적이다'에 손을 드십니다. 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사실 이타적인 행동조차 이기적일 때가 많습니다. 다른 이들을 이롭게 함으로써 내가 기쁨과 행복을 누리는 이들이 있으니까요. 사실 그 기쁨과 행복이 있기에 이타적인 행동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을 이타심을 포함하는 '큰 이기심'이라고 말합니다. 좋은 의미의 이기심인 것이죠. 그런데 나만 생각하는 '작은 이기심'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자기 중심성'입니다. 


 지식의 저주 (The curse of knowledge)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반응을 예상할 때, 자기가 알고 있는 만큼 상대방도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는 고정관념에 매몰되어 나타나는 인식의 왜곡을 의미합니다. 이 개념은 1989년 캐머러(Colin Camerer)외 3인의 경제학자가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언급되었습니다. (The Curse of Knowledge in Economic Settings : An Experimental Analysis) 그리고 댄 히스, 칩 히스의 저서 <스틱> (Made to stick) 에 소개되며 널리 알려졌습니다. 지식의 저주는 지식과 경험치가 쌓일 수록 생겨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는 상식아닙니까?', '이 개념은 다 알고 있겠지요?'와 같은 생각이나 발언을 하고 있다면 지식의 저주를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일반화해서 말해보자면, 인간은 상대방의 말을 절반도 집중해서 듣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무언가의 생각을 동시에 하면서 읽고 계실 것입니다. 그렇지요? 그런데 말이죠. 그 절반도 안되게 들은 것 마저 자기 입맛에 맞게 왜곡해서 듣는다고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쉽지는 않은 일이지요? 


 모든 것을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면 언제나 다른 사람의 세계관과 부딪칠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옳으니까 상대방의 생각은 필요없고, 내 생각대로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화법을 업그레이드 해서 상대방을 어떻게든 설득하거나 굴복시키려 듭니다. 이렇게 하면 단기적인 성과는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리더가 되면 '고집불통의 꼰대'가 되어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일상에서 비즈니스까지 이어지는 크고 작은 협상에서도 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협상 전문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Stuart Diamond) 교수는 강조합니다. 

"당신은 언제나 협상에서 가장 덜 중요한 사람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상대방입니다."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언제나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를 전략적으로 파악해서 이용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상대도 내가 원하는 것을 주기위해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도덕적인 아름다운 말이기 보다는 매우 현실적인 조언입니다. 이 관점을 더 알기 원하시면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를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선입견을 갖지말라'는 말은 사실 비현실적 조언입니다. 인간은 원래 선입견, 편견을 갖고 살아갑니다. '이것도 선입견일 수 있다' 이것이 현실에서 적용하기 훨씬 좋습니다. 나의 생각과 소통 방식은 나만의 방식입니다. 그 방식을 모두 뜯어 고치라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방식이 중요한 만큼 상대방의 방식도 중요하게 보고 관심을 가지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선입견은 자연스럽게 녹아내리게 될 것입니다. 




문화적 요소가 소통에 이슈가 되기도 합니다.


 이제는 먼 옛날(?) 이야기가 되었지만 한국의 조직에도 '종신고용, 연공서열'이라는 개념이 있었습니다. 한번 입사하면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임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회사도 임직원들에게 평생의 안정적 고용 조건은 물론 자녀 학자금을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습니다. 공채로 인원을 선발했고 '기수와 연차'에 따라 서열이 나누어지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사, 선배님'이 말하는 것에는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미덕이었습니다. 네, 빠르게 산업화를 이뤄내야 했던 시기에 적절한 구조와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교적 사고 중심의 한국 문화는 그런 기존의 구조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장유유서로 대변되는 높은 권력격차 (PDI, Power Distance Index), 그리고 일단은 대세를 따른다는 집단주의 (Collectivism), '그걸 꼭 말로해야 아나? 눈치껏 알아서 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고맥락 (High Context) 소통이 잘 작동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지금의 급변하는 시대에는 다른 업무 방식이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대충 말해도 '눈치껏' 알아듣기를 기대하지 말고 명확하게 말을 해줘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나이가 많고 직급이 높으니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거라는 전제가 이미 무너졌으므로 수평적인 소통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사람의 의견에 무작정 복종했다가는 집단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으므로 다양한 관점의 의견을 모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들인데 현실에서는 아직 과거의 방식으로 소통하는 조직이 많습니다. 문화적 요소라는 것은 개개인의 평생에 걸쳐 형성된 것이므로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습니다. 다만 무엇이 문제인지는 명확히 인식을 해야하고, 다음으로 현실에 맞게 스스로를 바꾸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아무리 짧은 커뮤니케이션이라 해도 하나만 잘못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송신자, 수신자, 메시지, 피드백, 소음, 채널, 배경' 중 어느 하나만 잘못되어도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나에게 소통의 문제가 반복된다면 이 7가지 중에 무엇이 해당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


한창훈 (Peter Han)   피터의 커뮤니케이션 

https://www.peter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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