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도시에서 길을 잃다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당신도 나를 지나쳤다

by 엘리킴


철근 위를 걷는 꿈을 꿨다
머리 위는 하늘이 아니라
아직 설치되지 않은 유리창이었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는
무언가가 지어지고 있었지만
누구도 내 이름을 남기진 않았다.


도시의 숨은
아스팔트 밑에서 뿜어져 나왔다.
나는 그 숨을 마시며
날마다 조금씩 투명해졌다.
지금 이 거리의 벽 한 장,
계단 하나쯤은
내 손에서 나왔다는 걸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름 없는 손들이
빛나는 구조물을 세운다.
그리고 사라진다.
건물이 다 올라갈수록
나는 조금 더 아래로 꺼졌다.


어느 날은
내가 만든 건물 앞에서
길을 묻는다.
나도 모르는 지명을 말하고,
누군가는 나를 안내원처럼 바라보지만
나는 그곳을 가본 적이 없다.


높은 빌딩의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어색하다.
그 안의 사람들은
바깥을 바라보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어딘가를 짓고 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 도시의 거리는 많고
건물은 더 많은데,
내가 설 자리는
늘 지도 밖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
가끔, 무너지려는 나를
붙들고 있다.










from. 건설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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