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당신도 나를 지나쳤다
물비린내 나는 말을
천천히 말아 접어 서랍에 넣는다
누구도 묻지 않았지만
오늘은 네 번째로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겨울잠 같은 눈을 가진 사람에게
나는 열이 없는 위로를 건넸고
그는 대답 없이 코끝을 훔쳤다
파란 서류의 번호는
누구의 생을 몇 분으로 요약했는지
그 끝자락이 손에 닿을 때마다
나는 종이를 쓰다듬는 대신
조용히 창밖을 본다
빛 바랜 사진이 끼워진 파일
낡은 재킷 소매에 묻은 먼지
“필요하신 게 있으면 말씀 주세요”
그 말은 오늘 하루
스무 번은 넘게 걸려 나갔다
저녁이 가까워지면
서랍에 접은 말들이 눅눅해진다
어느 날은 그 속에 내 목소리조차 들어 있어
말을 꺼내려다, 다시 넣는다
오늘은, 아무 말 없이
귀가 아닌 어깨로 돌아간다
from. 복지센터 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