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당신도 나를 지나쳤다
창문 없는 조명 아래,
손등으로 하루의 먼지를 문질러 지운다.
무언가를 고르러 온 사람들과
무언가를 지우려는 나 사이엔
말 없는 음악이 흐른다.
거울 앞에 선 사람은
나를 비추지 않는다.
목소리는 질문 없이 지나가고
나는 그 모든 말의 끝에
고개를 한 번씩 끄덕인다.
웃음은 내 얼굴이 아닌,
목에 걸린 이름표에 먼저 닿는다.
그 작은 판 하나에만
사람들이 말을 붙인다.
누군가를 위해 예쁘게 접은 셔츠들처럼
나는 조심스럽게 하루를 개켜둔다.
낯선 손끝이 지나간 뒤에도
어떤 것도 어질러지지 않게.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내 이름은 무게를 더해간다.
등 뒤에서 끈질기게 울리는
형광등의 숨소리처럼.
오늘도 나는 나를 접고,
다음 사람을 맞을 준비를 한다.
다시 걸 수 있도록,
누군가에게 걸려야 하니까.
from. 백화점 시급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