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운동장,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는 법
KBO리그와 K리그가 정규시즌 끝에 이른 10월의 마지막 주, 마지막 순간에 이별이 함께한다.
야구는 아직 포스트시즌이 남아있고, 축구도 플레이오프가 AFC챔피언스리그가 펼쳐지지만...
일단 정규시즌을 마치고, 절반 이상의 팀들은 긴 겨울에 돌입해야 하는 가을의 절정, 끝난 시즌.
시즌만큼이나, 아니 그 시즌의 끝보다 더 아득한 끝이 함께할 운동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의 최종전. -거의 대부분의 팀들의 2020년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의 날.-
야구의 끝과 함께 삼성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영광의 시절을 꾸려갔던, 그와의 이별을 만난다.
22년간 삼성에서만 뛰며, 역대 삼성 프랜차이즈 가운데 출장 경기 숫자로 두 번째인 권오준.
팔꿈치 접합 수술을 3번이나 받고도 현역 생활을 이어갔으며 팀의 최고의 순간들을 함께했다.
현역으로 군대를 -그것도 해병대를- 다녀온 특이한 경력부터, 전역 후 신인왕급 활약을 펼쳤다.
역대급으로 추억되는 삼성 왕조의 구원투수진을 이끌었던 권오준,
오승환이 세이브로 아시아 신기록을 쓸 때, 권오준은 한국 프로야구 홀드 신기록을 쓰는 기염을 토했다.
팀이 우승을 이어가던 시기엔 수술과 재활을 오갔지만, 또다시 복귀하고 살아나는 전설을 보여줬다.
외모의 무거움(?)에 비해, 나이는 이제 40, 어쩌면 그래서 그의 은퇴는 더 짠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물론, 그 많은 재활과 힘겨움의 시간을 떠올려 보면, 고생하셨습니다.. 정도의 인사가 더 어울릴 듯.-
그리고, 2020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홈팀 구장에서 은퇴식을 펼치는 권오준.
운동장에 선수로 나서는 마지막 날이 본인의 은퇴식인 8번째 선수란 영광의 마지막 출근을 준비하고 있다.
팀 성적의 우울함이나 가을 하늘의 처연함만큼이나 운동장엔 눈물이 예고된 10월, 야구의 마지막 날.
그리고 이틀 뒤인 11월의 첫날엔 또 K리그에서 이것보다 더 큰 이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K리그 무대만 놓고 본다면 단연 한국 최고의 선수로 꼽힐만한, 라이온 킹으로 불렸던 남자.
운동장을 떠날 준비를 하는 또 하나의 전설, 그 주인공은 K리그 전북현대의 이동국이다.
SNS를 통해 먼저 은퇴의사를 밝힌 뒤, 은퇴 기자회견까지 치른 이동국. 어느덧 이별은 현실이 됐다.
1998년부터 시작한 23년간의 시간. K리그의 영광과 해외 진출과 같은 화려함도 있었지만...
기다리던 월드컵을 부상으로 나서지 못하며 아픔의 시간도 있었다.
운동장에서 가장 멋졌던, 그러나 그라운드의 감동과 아픔이 교차하는 선수, 이동국. 그의 마지막 경기.
소속 팀의 우승이 걸린, 미묘한 지점이 은퇴식이라는 건 그의 이별에 가장 어울리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직은 좀 더 운동장을 누벼도 될 것 같은 기량과 기대감을 주는 선수,
하지만. 그로 인해 운동장을 찾은 팬들은 충분히 뜨거웠고 감동을 느꼈던 시간을 뒤로한 결정.
이제 운동장엔 또 하나의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때때로 운동장엔 피할 수 없는 슬픔도 있다.
팬들에게는 서글픔과 그리움이 남겠지만... 은퇴식은 선수에겐 가장 최고의 이별이 될지 모를 순간,
운동장이 선수로서 마지막 공간인 그들의 영광스러운 퇴장을 기다리며, 그 공간이 가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