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운동장, 달릴 수 있는 공간의 고마움
달리기, 어쩌면 모든 운동의 근원이라 할, 아주 원초적인 행위.
피곤함을 느끼는 아침, 그래도 나선 길에서 뛰는 곳은 어디든 운동장이 되는 신기한 마법을 만난다.
언제부터였을까? 이렇게 뛰는 것에 취미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그리 오랜 경험은 아니라 할 터.
한때 운동을 즐기는 이들에게 '도대체 왜 사서 고생을 하냐.'라는 지적과 함께 아무것도 안 했던 사람이다.
달리는 건 아마 버스나 택시를 잡을 때 정도? 몸에 땀은 여름에만 나는 것으로 살던 시간은 꽤 길었다.
스포츠를 취재하고, 선수들의 운동을 그렇게 보면서, 운동장을 매일 같이 찾지만 운동을 하진 않던 사람.
그러던 시간들이 사이, 처음 구체적으로 달리기를 결심했던 건 수년 전 일본 오키나와 출장 무렵이었다.
전지훈련지에서의 아침 시간에 다소 주어졌던 여유를 나름 보람차게 보내겠다는 각오로 뛰어봤다.
뛰는 것, 그리 흥미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걷는 건 그렇게 싫어하지 않았기에, 거의 뛰기보단 걸은 편,
그렇게 아침 시간, 가볍게 몸을 움직인 뒤, 반신욕을 했더니... 저녁 자리, 술이 잘 들어가더라는 거!
이후,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뛰다 보니 조금씩 거리도 늘어나고 속도도 빨라졌다. 조금씩 몸이 변화했다.
어느덧 뛰지 않으면 불안함이 느껴질 만큼 몸엔 새로운 습관이 생겼고, 매일 아침마다 뛰러 나서고 있다.
세상 어디라도 운동장이 될 수 있는 시간을 매일 아침마다 만나는 경험, 길이 있다면 곧 트랙이 펼쳐진다.
크루들과 함께 뛰는 시간도 있지만, 대부분의 달리기는 혼자 뛰는 시간. 나와 만나는 경험 또한 경이롭다.
세상의 여러 운동장을 다니며, 이런저런 경기를 보는 것들을 업으로 사는 삶은 매우 감사한 노릇.
하지만 그것보다 더 고마운 삶의 흔적은 달리기 가득한 삶 속에서 느껴지는 운동장과의 만남, 아닐까?
계속 달리고 달리다 보니, 다양한 달리기의 결과들도 만나고 있다.
코로나 19의 시대, 버추얼 러닝이 흔해지며 늘어난 다양한 나라의 여러 대회들의 참가 경험은 또 다른 새로움.
오늘 안동에서 런던을 달리는 신기함은 그런 경이로움의 또 다른 달리기의 재미랄까?
런던 대회(?), 기록은 좋지 않지만 새로운 대회에서 또 하나의 10k를 마쳤다는 뿌듯함을 남겼다.
기록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즐거움이 남았는 걸!
오늘도 달리는 사람, 그러나 즐겁게 달리는 사람.
어디라도 달리면 그 자체로 행복함이 든다.
길이 있다면 그 어디든 운동장, 즐거움은 그렇게 아주 우리 곁 가까이, 쉽게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