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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원PD Oct 29. 2020

과연, 운동장은 누구의 것인가?

세상은 운동장, 새로운 운동장의 주인은 누굴까

새로운 운동장이 주변에 가득해진 시대, 최신시설의 운동장이 종목 불문하고 다양하게 함께한다.

그 사이, 드는 의문은 과연 이렇게 새롭게 계속 지어지고 있는 운동장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것!


축구장부터 살펴볼까?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우리 곁엔 새로운 운동장이 유행처럼 지어졌다.

21세기 들어 월드컵경기장이란 이름의 새 축구장 10곳이 본격적인 새 운동장의 시대를 열었다.

아직 좀 부족할지는 몰라도 이후 건립된 3곳의 축구전용구장까지 더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다.   

축구장이 새롭게 문을 열자, 운동장의 양대 산맥 야구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제 2구장으로 포항과 울산이 야구없던 도시에 새 야구장을 만들며 운동장으로 새문화를 창출했다.

이어진 정식 1군 경기장들, 가장 낡은 광주와 대구엔 최고의 야구장이 모두 들어섰다.

국내 최초의 돔구장 고척돔이 문을 열었고, 프로야구의 막내뻘 구단 NC도 새 야구장과 함께 한다.


말 그대로 새로운 운동장들이 여기저기 문을 여는 시대, 스포츠 팬들의 선택지는 화려해졌다.

국제대회가 가능한 최고 수준의 최신 시설 운동장들 사이에서 즐길 수 있는 폭은 넓어졌다.

과거 뭔가 어둡고 지저분한 느낌의 운동장의 시대가 아닌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최첨단의 시설들...

엄청난 규모의 자본이 투입되고, 많은 고민과 논의가 이어지며 만들어진 결과물들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새로운 운동장의 주인은 누구일까? 이 운동장은 누구를 위해 지어진 것일까?

재미없겠지만, 정확한 소유 구분을 하자면 이 모든 새 운동장들의 주인은 각 지역자치단체다.

건축과정부터 대부분의 자본이 일단 나라와 지역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물론, 프로팀들 가운데 홈구장을 새로 짓게된 해당 구단의 경우, 모기업이 상당 부분을 투자한 곳도 많다. 

투자만 했다곤 할 수 없겠지, 모기업의 투자에 댓가로 각 구단들은 새 운동장의 운영권을 담보받았다.

시민구단 역시, 지자체가 새로 지어준 운동장을 통해 자립 수단을 모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법적으로는 우리나라부터 전세계 대부분의 운동장은 지자체가 소유하고 구단이 운영하는 형태가 많다.

우리의 경우, 이같은 시스템을 갖추는 것 조차도 쉽진 않았다. 최근까지 오로지 지자체의 소유물에 불과했다.


관련 법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운동장 자체의 가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며 소유구조에도 변화가 생긴 운동장,

-원칙적으로는 기업이나 구단이 운동장을 가질 수 있긴 하지만 관련 세법을 보면 그건 너무나 손해가 크다.-

공공을 위한 시설이라는 점에서 특정 소유자가 있기보다는 공공의 기관으로 둔다는 취지는 결코 나쁘지 않다.

그렇다면, 그 공간의 돈과 운영의 문제만 본다면, 새롭게 문을 연 여러 운동장의 주인은 구단이나 지자체일 터.


하지만, 운동장에 대한 부분을 최근 단순히 지자체의 것이자, 운영을 하는 구단이 있는 공간으로 보긴 힘들다.

그렇다면, 과연 운동장의 주인은 누구인가, 누구를 위해 운동장은 존재하고 진화하고 함께하는 걸까.

각 지역에 위치하고 각 구단이 운영하지만, 그곳에서 뛰는 건 결국 선수. 그리고 그곳을 찾은 건 팬들이다.

그라운드에서 땀방울 흘리며 그 공간의 가치를 만드는 선수들은 그라운드의 주인공이자 중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 공간에서 공간의 소리와 풍경을 만든 팬들이 아마 진짜 운동장의 주인 아닐까? 


선수들의 좋은 경기력으로 운동장이 채워지고, 팬들의 만족이 이 공간을 승화시키는 것이 바로 이곳의 의미,

진정한 운동장의 기능이자 나아갈 방향일 것이다. 운동장의 존재 이유는 결국 이곳의 사용자를 위한 것!

지자체나 구단이 운동장을 새롭게 만들고 구성하며 고민한 것은 결국 이 공간을 완벽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결국, 이 공간을 사랑하고, 이 공간에 긍지를 가진 이들을 위해 존재하니깐.

새 운동장이 지어지는 이유도 우선은 선수들일 것이다. 열악한 운동장은 기피 대상이자, 부상 우려가 있으니깐.

하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운동장 환경은 팬들이 찾지 않는 그래서 텅 빈 관중석으로 의미가 사라진 곳, 아닐까?

새 운동장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그 공간에서 더 높은 경기력이 펼쳐진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특히 그 공간을 소비하고, 그 공간을 영속적으로 찾을 팬들 깊게 만든다면, 그것은 최상의 목적이자 결과!

그런 이유에서 진짜 운동장의 주인에 대한 고민과 내일에 대한 준비는 더욱 중요하다.


팬들에게 운동장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 공간의 내일이 어떨지에 대한 고민은 그래서 더 의미있다.

종목과 팀을 떠나, 도시나 지역을 넘어, 운동장으로 하나가 되고, 그것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전부!

좀 더 나아가 모든 이들이 함께 공유하는 운동장이 좀 더 많아진다면, 조금은 더 좋은 세상이 된 것 아닐런지...

스포츠 자체의 의미는 아마 이런 가치의 공유에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운동장이란 공간 또한 의미가 있다.


건강한 삶이 담긴 그릇, 모두가 달리고 힘차게 뛸 수 있는 넓은 공간. 운동장.

세상 어디든 운동장이 될 수 있다면, 그만큼 건강한 세상일 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 그것이 운동장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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