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기 전에 어떤 계획이나 목적이 없었다
항공권을 끊기 전까지 내가 가게 될 곳이 터키가 될 줄 몰랐었다
이스탄불공항에 발을 내디뎠을 때까지도
내가 무슨 일을 한 건지 실감 나지 않았다
게이트를 나오고 나서 잠시 멍하게 서 있었다
그때까지도 도착한 이후의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이었고 밖은 아직 어두웠는데
우선 어디를 가야 할지 정해야 했다
어쨌든 가능한 크게 한 바퀴 돌아보자는 생각은 있었다
여행 전에 터키에 대해 들은 것이라고는
언젠가 친한 동생이 얘기해주었던 동쪽 끝의 아라라트 산 뿐이었다
말쑥한 차림의 한 남자가 다가와 지금 도착했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시내로 가는 길을 알려주겠다며 따라오라고 한다
하지만 그를 따라 도착한 곳은 여행사 사무실이었다
아마 어리숙한 여행객들을 공항에 입점한 여행사에 데려다주는 아르바이트생인것 같았다
[ 터키에 온 걸 환영합니다. 무슨 계획이라도 있나요? ]
데스크에 앉은 매니저인듯한 사람이 물었다
[ 아라라트 산에 가보려고 하는데요 ]
그는 나를 잠시 바라보았다
[ 거기 가려는 이유가 있나요 ]
딱히 이유가 없기에 대답을 않자 사무적인 태도로 말을 잇는다
[ 지금은 거기에 갈 수 없어요.
그 지역에서 2주 전에 오스트리아인 4명이 납치당했답니다 ]
예상 밖의 정보였다
[ 잘 알겠습니다. 생각해볼게요. 그런데 지도 좀 얻을 수 있을까요? ]
그와 짧게 얘기한 후 이스탄불의 지도를 하나 가지고 나왔다
내 행색을 보고는 그다지 붙잡는 눈치도 아니었다
그렇게 공항에서 나와 우선 터키의 수도인 앙카라로 향해보았다
앙카라에는 터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초대 대통령(무스타파..뭐라던)의 무덤이 있다
지금까지 터키의 영웅이고 국민들이 굉장히 존경한다고 한다
오래된 고성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렇게 인상 깊은 도시는 아니었다
그 성에는 지금도 사람들이 다양한 모양의 집을 지어 살고 있었는데
옛 유적과 일상생활의 터가 한데 뒤섞여 독특한 질감을 나타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