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연구자와 함께 학급을 관찰하고, 설문지를 돌리고, 인터뷰를 하면서 1년 동안 교실 생활을 분석했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본고는 학급회의를 중심으로 민주적 학급운영 모형을 설계하고 그것을 실행한 결과를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학생들은 학급회의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공적인 공간에서 표현하는 능력과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를 일정 정도 기를 수 있었다. 둘째, 민주적 운영 원리에 입각한 학급회의와 담임교사의 독재적 학급운영을 번갈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학생들은 이미 정해진 규칙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것과 자신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사이의 차이를 인지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학급 규칙을 위반하였을 때 학생들이 느끼는 미안함의 감수성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개인적인 차원에서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개선되었고, 뚜렷하게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보인 학생들도 나타났다.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점은 학급회의가 학급폭력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장(場)으로 기능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었고 그의 입장에서 학교폭력의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주의 학급운영의 설계와 그 효과: 학급회의를 중심으로」, 『열린교육연구』26, 2018.
위 결론을 토대로 우리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이야기해보겠다. 첫째, 학생들은 함께 자유를 사용하고 공동체를 만드는 경험을 하였다. 나는 학생들이 1년 동안의 학급회의를 통해 ‘솔직하게 생각을 표현하는 게 좋은 것이구나!’라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 우리는 개인이 자유롭게 말하고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개인보다 공동체를 우선하지 않았다.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고, 공동체의 힘으로 개인을 보호했다. 무조건 모두 다 똑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귀찮고, 오래 걸리고, 번거롭더라도 길을 찾기 위해 매일 회의를 했다.
개인을 존중하자 타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았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처벌보다 도와줄 방법을 먼저 생각했다. 우리는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갔다. 작은 공동체의 범위는 세계나 국가가 아니라 지금 내 옆에 친구들과 함께 있는 교실이다. 교실 생활은 교실에서 삶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 공동체는 교실 구성원 모두의 가치관, 도덕 기준, 삶의 목표 등을 반영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모두가 원하는 행복을 찾고, 문제가 생기면 같이 해결한다. 물론 공동체에서 여러 사람이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 그 배려는 책임의 형태로 나타난다. 책임은 법과 제도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향해야 한다. 법과 제도에 규정되어 있는 의무의 형태로서 책임이 아니라, 옆 사람이 불편하거나 불행해지지 않도록 내가 지켜야 할 일이다.
둘째, ‘진짜 민주주의’를 배웠다. 폴 우드러프는 『최초의 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의 대역으로 투표, 다수결의 원칙, 대표 선출제를 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학급회의를 하면 대표를 뽑아서 의견을 모으고, 투표하여 많은 사람이 찬성한 안으로 결론을 맺으려고만 한다. 사람들은 대역에 가려져 있는 민주주의의 진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자유를 바탕으로 서로의 생각을 묻고, 차이를 줄이기 위해 토론하며, 모두를 위한 방법을 찾았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시민이라면 누구든 도시 행정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광장에 모여 치열하게 토론하여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아테네 인들은 공적 사안 참여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직접 민주주의를 실천하였다. 교실은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30〜40명의 소집단이고, 거의 매일 모일 수 있으며, 동등한 입장에서 말할 수 있다. 결정된 사항이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직접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참여 동기도 충분하다.
대화하고 부딪치면서 우리에게 맞는 공동체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개발했다. 학기 초 규칙을 정하고 1년 동안 지속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처음 만난 학생들은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규칙을 정하면 나중에 그 규칙이 맞지 않거나 필요 없는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학급 규칙은 생활하면서 만들어 가야 한다. 한 번 정해졌다고 그것을 무조건 지켜야 하는 법이 아니라 언제든지 논의를 통해서 수정할 수 있는 합의여야 한다. 1년 동안 함께 회의하면서 우리에게 맞는 질서를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