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지만 함께 한다

by 숟가락

사람들은 자신이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기존의 사회 구조를 벗어나서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과거에는 대학에 들어가서 한국 사회의 모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 청년들의 생각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의 대학에서는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초·중·고등학교에서라도 인위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능력주의를 당연히 여기고,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사고한다. 사회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노력 여부로 치환하고 무임승차를 증오한다.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생의 경험이 개인적, 경쟁적이었기 때문이다. 자본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경쟁에 익숙해져 중요한 것을 모른다.


다양한 구성원과 함께 공동체를 만드는 일은 지금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하다. 옆 사람과 같이 얘기하고 협력해서 무언가를 변화시키는 경험은 사회를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같이 할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느껴야 한다. 또한 주류 사회에 맞춰 자란 아이보다 좋은 것, 나쁜 것, 옳은 것, 틀린 것을 경험한 사람이 지혜로워진다. 세상이 규정한 절대 진리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 아이들은 세상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할 수 있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진리와 삶을 고민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교실이 내 생각처럼 만들어질 필요는 없다. 이렇게 운영되는 교실은 분명히 단점이 있다. 나와 생활한 아이들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제도, 문화, 법 등을 습득하는 데 서툴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닌 다른 선생님이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학생들이 만난 여러 교사 중 한 사람이 채워주리라 믿는다. 나는 나와 생각이 다른 교사의 교육 철학과 방식을 존중한다. 아이들은 다양한 교사와 교실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이 방법이 지금의 현실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지식의 습득, 경쟁에서 승리, 규칙 따르기를 무시할 수 없지만, 학교를 벗어나면 충분히 익힐 수 있는 것들이다. 학교 교육은 그 이상의 것을 체득할 수 있어야 한다. 교실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을 경험하면 좋다. 스스로 움직여서 지식을 알아내고, 협력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고, 자신에게 맞는 공동체를 만들어 보는 것은 학창 시절이 아니면 쉽게 해 볼 수 없다.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이다. 이를 통해 교사는 지금 사회에 적합한 인간을 양성하기보다 우리가 바라는 이상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

학교보다 교실을 바꾸는 것이 더 쉽다. 학교가 바뀌기 위해서는 정책, 제도, 가치 등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지만 교실은 교사의 의지와 용기만으로 시작할 수 있다. 교사가 가진 권력을 학생들과 나누고, 조급해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믿으면 된다. 수많은 학생이 생활하는 학교를 공동체로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교실은 하루 10분만 투자하면 교실 구성원 모두의 생각을 반영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교실 민주주의를 만드는 과정은 교사인 내가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민주적 교실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마련하고 시도했다. 대표적인 장치가 독재였는데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독재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에서 한 학생이 "교사라도 자유를 뺏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해 깨달음을 얻고 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많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가진 문제를 고쳐나갔다. 학생들은 부족한 교사를 가르치며 선생의 역할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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