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역동적인 개념으로 시대와 상황에 따라 재해석된다. 민주주의가 시작될 때는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확대되는 과정으로, ‘왕이나 귀족 등 소수의 사람이 독차지한 정치적 권력이 다수의 국민에게 나누어지는 과정’이라고 민주주의가 정의되었다. 현재의 민주주의는 개인이 가진 다양한 권리를 공동체 속에서 실현하는 것이다. 어린이, 노인, 장애인, 여성 등 소수자의 권리까지 보호하는 것으로 개념이 확장되어가고 있다.
교실 민주주의는 학급과 관련된 일을 교사가 결정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학급 구성원 모두가 대화를 통해 합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민주시민은 국어 시간에 말하는 법을 배우고, 수학 시간에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도덕 시간에 타인 존중의 가치를 인식하고, 사회 시간에 토론하는 법을 익히고, 역사 시간에 민주주의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안다고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교과 시간보다는 학급 활동을 통해 지속적이고 직접적으로 민주적인 경험을 해야 한다.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다른 의견을 존중하거나 비판할 줄 알며, 여러 주장을 조율하여 해결 방법을 도출해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1년 내내 계속해야 효과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하면 아이들은 믿지 못한다. 민주주의가 아이들 생활에 스며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그 공동체가 1년 안에 완성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완성된 공동체를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을 스스로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해야 배운다. 특별한 사건이 있을 때 실시하는 수업이 아니라 교실 생활 속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항상 고민하면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를 익힐 수 있다. 우리가 회의를 통해서 민주적으로 교실 생활을 하는 이유는 교육과정에서 말하는 ‘민주적 인간 형성’이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을 발견하기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민주적 회의를 통해 아이들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자기 나름대로 생각해서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어보며,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내가 경험한 교실 민주주의를 연수라는 이름으로 다른 교사에게 소개할 기회가 종종 있다. 교육계에서 통용되는 연수는 '배운 것을 실제로 익히는 자리'라는 의미를 갖기 때문에 나의 경험이 다른 교실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공동체는 같을 수 없고 비교해서는 안 된다. 그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치와 원칙이 반영되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섣불리 우열을 가리는 것은 옳지 않다. 완전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만든 민주적 공동체는 다 다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모두가 만족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은 이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교실에서는 1년마다 다양한 사람들이 새로운 상황 속에서 만난다. 그러므로 교실 민주주의는 매년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고, 공동체를 운영하는 고유의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해졌다면 공동체에 맞는 민주주의가 만들어진 것이다.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만의 공동체가 만들어졌다면 그때 교실 민주주의가 이루어졌다고 자신해도 괜찮다.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하는 교실 생활은 ‘사회에 나가기 위한 연습’이 아니라 ‘아이들이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다. 교육 활동의 결과는 다음 학년이 시작되면서 바로 산출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졸업하고, 나이가 들고, 사회의 주체로 커가면서 증명될 것이다. 교육의 효과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 교사의 좋은 행동을 본받을 수 있고, 불합리한 처사에 분노하면서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야 한다. 학생들이 옳음과 그름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권력, 자본, 타인에 지배당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해야 한다. 구성원 모두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물어보고, 그것을 위한 규범을 만들고, 행복을 추구하는 공동체를 만들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