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를 하지 않게 해 주세요

by 숟가락

학급회의를 하면 자유롭게 생각을 말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모두에게 맞는 공동체를 만들 것이라고 상상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많은 아이들이 마음대로 행동하고, 합의를 가볍게 여기고, 회의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는 잠시 멈춰서 생각해야 한다. 멈추고 생각하기 위해 만든 장치가 ‘독재’이다. 독재 기간에는 교사가 독재자가 되어 아이들이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하게 한다. 교사는 엄한 목소리로 잘못을 지적하고, 행동을 규제할 규칙을 정한다. 어기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린다. 이 단순한 작업만으로도 자유를 즐기던 학생들은 다시 순한 양으로 돌아간다.

독재는 강한 형태, 약한 형태로 나뉜다. 강한 형태의 독재는 교사가 아이들의 모든 행동을 결정한다. 화장실 가는 것, 물건 빌리는 것 등 움직일 때마다 교사의 허락을 받게 한다. 쉬는 시간에 교사가 교실에 들어가 감시하고, 아이들은 책을 읽는다. 간단히 표현하면 교실을 도서관처럼 만드는 것이다. 약한 형태의 독재는 교사가 쉬는 시간에 교실에 들어가지 않으나, 수업 종이 치면 수업 준비가 되지 않은 학생을 지적한다. 교칙을 엄하게 적용하여 어긴 학생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냉정하게 내린다.

이렇게 독재를 하면 민주적으로 생활할 때보다 학급이 더 잘 돌아간다. 수업 때 지적을 받는 학생이 줄어들고, 장난치는 학생이 없고,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로 바뀐다. 이 순간 교사와 학생 모두 헷갈린다. ‘역시 교사가 학급을 운영해야 된다'라는 명제가 증명된 것 같다.

자유는 의무나 책임을 다해야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다. 교사라고 해서 학생들의 자유를 함부로 뺏을 수 없다. 독재는 자유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기 위해 잠깐 시행할 뿐이다. 교사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교사인 내가 한다고 독재가 교육적 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악역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깨우침을 주기 위해 잠시 악당이 되어 연기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자와 반대되는 독재자가 출현하면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권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반드시 독재는 일정 기간만 실시해야 하고 다시 민주적 교실로 돌아와야 한다. 독재가 계속되면 사람은 자유의 느낌을 잊어버린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50년을 갇혀 지낸 브룩스는 감옥생활에 길들여졌고, 자유로워지는 것을 무서워한 나머지 결국 가석방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자유와 멀어진 사람은 자유를 두려워하게 된다. 인간이 12년 동안 통제된 삶을 산다면 자신을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학교와 교사는 아이들에게 자유를 경험하게 해야지 잊게 해서는 안 된다.

독재를 실시하면 종종 그 방식을 좋아하는 학생이 있다. 교칙을 잘 따르고 교사의 말을 잘 듣는 성향의 아이들이 특히 더 그렇다. 그들이 독재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제까지 학교생활 과정에서 주로 경험한 통제 방식이 몸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생들에게는 더욱 자유의 경험이 필요하다. 이 경험은 앞으로 누군가가 그들을 지배하려고 할 때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저항해야 함을 알게 한다.

교사는 독재를 실시할 때 아이들의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내 경험을 종합해 보면 학생들은 크게 4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1단계 : 교사에 대한 원망

2단계 : 독재의 장점 인지

3단계 : 자유에 대한 그리움

4단계 : 독재 체제를 타도하고 자유를 얻기 위해 노력


독재를 하면 학생들은 먼저 담임교사를 원망한다. ‘좋은 사람인 척하더니 똑같은 선생이야’라고 생각하면서 어쩔 수 없이 교사의 지시에 따른다. 그러다가 다른 교사의 칭찬을 듣고, 조용한 교실에서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느끼면서 독재의 장점을 인지한다. 동시에 답답한 상황 속에서 벗어나고 싶고 자유를 그리워하게 된다. 이후 독재 체제를 타도하고 다시 자유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대체로 중학생은 3단계에서 4단계로 잘 넘어가지 못한다. 이때 교사가 도와줘야 한다. 독재를 끝낼 때 생각할 문제를 던져주기 위해 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생님이 독재를 하는 동안 여러분은 무엇을 생각했나요? 교사가 학생들의 자유를 뺏는 것이 정당합니까? 교사가 원하는 대로 학급이 운영되는 것이 옳습니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저도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바꾸려고 행동하지도 않았습니다. 뒤에서 무서워진 선생님을 욕하면서, 앞에서는 잘 보이기 위해 연기를 하였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비겁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맞습니다. 서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이야기하고, 해결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독재를 끝내려면 여러분들이 스스로 학급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잘못을 솔직히 고백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한 가지 숙제를 내주겠습니다. 독재를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 각자 생각해보고, 같이 논의하십시오. 논의한 내용을 들어보고 독재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습니다. 자신이 가진 권리를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빼앗길 것입니다. 그러면 독재는 다시 시작됩니다.


독재를 끝낼 때는 독재를 계속할지, 그만둘지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어 스스로 고민하게 해야 한다.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지 않으면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만약 교사가 학생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계속 독재를 한다면 비난의 화살이 교사를 향하겠지만, 선택할 기회를 주면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아이들이 책임을 느낄 것이다.

독재를 통해 학생들은 자유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운다. 독재를 경험한 사람은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질서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위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교실에 맞는 규칙과 질서, 체제를 만들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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