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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쫑 Oct 17. 2019

캄보디아 왕궁, 프놈펜  

부활하는 캄보디아 왕국

  프놈펜은 어떤 도시인가?    

캄보디아 국가의 정식 명칭은 캄보디아 왕국(Kingdom of Cambodia)이다. 수도는 프놈펜, 캄보디아 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프놈펜 왕궁 앞은 우기에 메콩강에서 흘러 내려온 강물이 돈레삽으로 역류하는 기점이다. 프놈펜의 명칭은 메콩강 상류에서 떠내려온 불상을 펜이라는 부인이 건져 산에 사원을 세워 모셨다는 데서 유래한다. 프놈('산'의 뜻)과 펜이 합쳐져 프놈펜이 되었다. 그 사원이 왕궁에서 가까이 있는 '왓프놈'이다

  화려했던 앙코르 제국은 쇠락의 길을 걷다가 1431년 태국의 침입을 받으며 시엠립에서 프놈펜 인근으로 수도를 옮기게 된다. 프놈펜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된 때는 1863년 프랑스보호국이 되면서부터다. 프랑스는 프놈펜을 수도로 삼았고 프놈펜은 프랑스의 계획에 따라 수도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2018년 620만 명이 캄보디아를 방문했는데 그중 53%가 프놈펜을 방문했다. 요즘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 프놈펜이다. 프놈펜의 인구는 213만 명, 캄보디아의 모든 경제력은 프놈펜에 집중되고 중국의 남방정책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중국 자본이 밀려들면서 프놈펜은 하루가 다르게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있다. 정치 경제의 중심지며, 교통의 중심지로 캄보디아의 모든 도로는 프놈펜을 중심으로 방사선형으로 뻗어있다.

  프놈펜은 아시아의 진주라는 말에 걸맞게 도시의 아름다움과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프놈펜을 찾는 외국인은 왕궁의 아름다움과 돈레메콩강의 야경을 즐기며 강변의 레스토랑에서 이국적인 밤을 보낸다. 트마이 시장이나 똘똠봉 시장에서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일상을 볼 수 있다. 싸고 질 좋은 실크나 수공예품도 살 수 있다. 왕궁 주변의 많은 프랑스식 건물은 고풍스러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툭툭이나 시클로에 몸을 싣고 시내 이곳저곳을 다녀보면 프놈펜의 멋에 흠뻑 빠지게 된다.

  내가 본 프놈펜은 가난한 나라 캄보디아의 도시가 아니다. 고층빌딩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 프놈펜은 캄보디아 다른 도시와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왕궁 인근의 고급 호텔이나 강변을 따라 신축 중인 고층빌딩은 프놈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있다. 왕궁 앞 돈레삽강과 메콩강이 만나는 거대한 강줄기도 스카이라인의 변화와 함께 밤이면 화려한 네온으로 빛난다. 왕궁 주변은 여행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아침을 맞는 느낌은 무척이나 이국적이다. 나는 프놈펜에서 살 때 매일 아침 이곳을 달리며 강 건너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이곳은 거대한 바다다. 이곳에 서면 누구나 큰 꿈을 꾸게 된다.

프놈펜 왕궁 앞, 돈레메콩강의 일출



 

  돈레메콩강은 캄보디아 사람들의 생명의 근원지다. 거대한 바다를 앞에 두고 왕궁은 아름다운 치마폭을 펼치고 있다. 왕궁 앞의 공원은 늘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외국인이나 캄보디아 사람이나 프놈펜에 여행 오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이곳이다.

왕궁 중앙 홀

  캄보디아 왕궁은 건물의 복합체를 말한다. 1886년 노로돔 왕(1834~1904) 시대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왕궁 안에서 가장 화려한 건물은 중앙 홀(Throne Hall – Preah Tineang Tevea Vinichhay)이다. 이 건물은 1919년에 지어졌으며 59m 높이의 황금탑이 인상적이다. 국왕 즉위식이나 외교사절 영접 등에 사용한다는데 외관의 아름다움만으로도 그 역할을 하고도 남을 듯하다.

국왕 거처

  국왕은 이 건물 뒤편에 살고 있다.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중앙 홀에 비해 국왕의 거처는 소박하기 그지없다.








파빌리온

  왕궁을 빠져나와 실버파고다로 가기 전 좌측에는 파빌리온 나폴레옹 3세 건축물이 있다. 한쪽 공간에 전시되어 있는 것들은 외교 사절로부터 받은 선물이라는데 외관의 화려함에 비해 관리가 안되어 어수선한 느낌이 아쉽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도 외관만 보고 지나친다. 파빌리온 입구를 지키는 아저씨는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졸고 있다. 왕궁이 전혀 권위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갖기에 충분하다.

아저씨의 여유가 부럽다.


  왕궁 옆에는 왕을 위한 사원이 있다. 거대한 석조건물인 실버파고다(Temple of The Emerald Budda)는 원래 목조 건물이었던 것을 1962년에 재건축했는데 명칭은 실내 바닥이 은색 타일로 되어있어 붙여졌다고 한다. 순은으로 만들어진 타일이 5,329개라는데 눈으로 세어 확인하고 싶은 것은 범부의 부질없는 셈법이다. 원래 사원 명칭은 'Temple of The Emerald Budda'며 사원 단 앞에 모셔져 있는 황금부처상 뒤의 에메랄드 불상에서 유래되었다. 실버파고다는 왕실 전용 사원이니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은 다른 사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나다. 오래전에는 이 사원에도 스님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없다. 왕도 사람이요 스님도 사람이니 함께 사는 모습이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실버 파고다

  실버파고다는 사원이기에 현 국왕의 선조인 다섯 명의 국왕을 모신 석탑이 다섯 개 있다. 사원을 중앙에 두고 사면에 알맞게 배치되어 있다. 동상이 하나 있다. 노로돔 국왕이다. 현 국왕의 고조할아버지다. 그가 왕위에 있던 19c 중반, 그는 태국과 베트남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프랑스 보호를 요청한다. 그 당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노로돔 국왕은 지금은 이곳에서 동상이 되어 캄보디아를 걱정하고 있다.

노로돔 국왕의 동상과 석탑

  누구에게나 인생은 굴곡이 있다. 나 또한 그렇다. 동상 앞에서 나의 인생을 되돌아본다. 힘들었던 시절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행복했던 시간들도.. 왕궁은 천천히 걸으며 나를 돌아다보기에 좋은 곳이다. 산보하듯이 다니면 한두 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다.

  왕궁 안에는 열대여섯의 건축물과 탑이 있다. 캄보디아 왕궁은 왕만 사는 곳이 아니다. 외국인은 물론 캄보디아 사람도 많이 이곳에 온다. 모두를 위한 도심 속 휴식처가 왕궁이다. 프놈펜 왕궁은 권위가 느껴지지 않아 좋다. 이곳에 온 많은 사람들은 왕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왕의 공간을 함께 공유한다는 행복감에 빠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프놈펜에 오면 제일 먼저 왕궁을 찾는지도 모른다.

  현 국왕의 아버지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 캄보디아 국민들이 가장 존경한다. 그가 왕위에 있던 시절 그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여러 번 캄보디아의 운명을 맞는다. 비운의 역사도 있었고 고난의 역사도 있었다. 폴포트에 의해 쫓겨나 시작된 13년의 망명생활에서도 그는 언젠가 돌아올 그날을 기약하며 중국과 북한을 떠돌았다. 그러다 1993년 다시 왕위에 오른다. 사원 한쪽에 있는 그의 석탑은 앙코르 제국의 부활을 부르짖으며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다.  

왕궁 길

  왕궁은 걷는 게 아니라 거닌다고 말한다. 프놈펜 왕궁은 거닌다는 말에 딱 들어맞는 곳이다. 거닐다 보면 자신이 왕이 된 느낌이 든다. 왕궁은 관람객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만의 시간에 빠진다면 어느덧 왕궁이 내 맘속에 들어온다.  왕궁을 빠져나오면 왕궁 담벼락이 여운을 이어간다. 노란색 담장부터가 색다른 느낌이다. 길게 이어진 담벼락, 보도블록을 따라 걷다 보면 왕궁을 빠져나와 세상을 걷는 또 다른 왕이 된다. 노란색의 황금빛 길은 나를 위해 준비해 놓은 길이다.

 


  

  왕궁 담을 따라 걸으면 돈레삽강과 메콩강이 만나는 곳이다. 그곳에 공원이 있다. 로열팰리스 공원. 왕궁의 공원이니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사람만큼이나 비둘기도 이곳을 좋아하는지 사람의 모습이나 비둘기의 모습 다 평온하다. 잠시 왕이 되었던 나는 다시 범부로 돌아와 공원의 군중 속에 묻혔다.

왕궁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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