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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의 귀 뚫기. 등수가 뭐가 중요해!

작은 딸과의 대화

by 김쫑 Feb 25. 2025

    2007. 5. 5

    발신 : 작은 딸

    수신 : 아빠

    제목 : 시험


   아빠! 드디어 시험이 끝났어요. 시험 끝나서 기분은 좋은데 점수가 전교 50등 안에도 못 들어서 귀 하나도 못뚫을 거 같아요 ㅠㅠ 짜증 나 진짜. 시험 못 봤다고 옆에서 뭐라고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난 그래도 엄청 노력했거든요. 엄마랑 언니랑 에휴~~ 전교 50등 안에는 들어가기 힘들겠다 이러고. 기분이 짜증 났어요.

   오늘은 엄마랑 동대문에 가기로 했어요. 근데 엄마가 아침부터 빨래갠 거 치우라 그랬는데 치웠거든요? 근데 그때부터 짜증내고, 시험지 파일에 끼우라는데 난 다른 데다가 끼우고 싶었거든요. 파일에 6학년 시험지가 있어서요. 근데 엄마가 필요 없다고 버리래요 짜증 나 죽겄어요.

   시험점수가 평균 85.9인가 그래요. 난 그래도 내 점수에 만족하는데 엄마랑 언니는 쫌 그런가 봐요. 참 모르겠어요. 그만 줄일게요 엄마가 뭐라고 할 거 같네요. 나갈 준비 해야 해요.


>> 작은 딸은 공부 스트레스가 심했다. 언니가 늘 전교 1등을 하니깐 부모의 그런 기대도 한몫한 셈이다.  전교 50등이라는 목표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모르겠지만 작은 딸은 그래도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했다. 등수로 자식을 평가했던 나는 그 숫자로 위안을 삼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지... 나름 열심히 했다는 한 줄의 항변이지만 하고 싶었던 말이 얼마나 많았을까...

   동대문에 구경 가기로 해 설레던 아침에 집 분위기가 싸한 것이 시험 잘 못 본 거 땜에 그런 거 같아 불편했던 작은 딸은 6학년 때 시험지가 끼워있는 파일을 보며 짜증이 팍 일었다. 시험지만 봐도 스트레스였던 작은 딸을 지금은 충분히 이해하는 편이다 지금이 되어서야. 그 당시 작은 딸이 시험으로 느끼는 중압감, 등수에서 느낄 서열 등은 한국 청소년이 겪는 성장통이었지만 모든 가정이 그렇진 않았을 텐데 아빠로서 교육의 결과를 단순이 등수로 매긴 아쉬움이 많다. 그래도 이 편지에서 엄마의 기분에 맞추려는 대견함이 엿보여 흐뭇하게 다시 읽었다.


PS : 50등 안에 들면 귀를 뚫어준다는 약속을 엄마한테 받았나 보다. 작은 딸은 귀를 뚫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어리지 않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때 동대문에 가는 것이 옷 구경하고 귀를 뚫은 목적이었던 거 같다. 작은 딸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지금 작은 딸은 귀걸이를 하고 다니는 지도 겸사겸사 물어보고. 작은 딸이 다 크고 나서 귀를 유심히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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