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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파이 Jun 26. 2022

그럴듯하게. ‘토마토와 치즈’

그런 일은 흔치 않았다. 뷔페에서 음식을 담다가 ‘나도 해볼 만하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카프레제’가 그랬다. 토마토와 치즈를 잘라서 순서대로 잘 놓기만 하면 얼추 비슷하게 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도전 메뉴로 기억해 두었다.


막상 찾아보면 엄청나게 어려운 요리법을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잠시 긴장했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물론 치즈나 소스를 직접 만든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지만 그렇게까지 무에서 유를 창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소스에 이것저것 섞어 공을 들이는 이들도 많지만 그것조차 조금 더 간소하게 해보았다. 오늘의 목표는 ‘그럴듯하게’ 한 접시 담아내 보는 것이니까.


빨갛고 신선한 토마토를 깨끗이 씻어 썰었다. 구입한 생모차렐라 치즈를 비슷한 두께로 잘라주었다. 하얗고 탱글탱글한 느낌이 손으로 전해진다. 토마토와 치즈를 한 장씩 차례차례 놓고 예전에 사두었던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 오일을 적당히 뿌려주었다.


초록색 바질 잎을 얹으면 훨씬 더 예뻐 보일 텐데 그것까지는 갖추지 못했다. 예전에 방문했던 한 레스토랑에서는 테이블마다 작은 바질 화분을 놓아두고 원한다면 잎을 떼어서 요리에 얹어도 된다고 안내해 주었다. 잠시 자그마한 테라코타 화분을 식탁 한가운데에 두고 바질을 키우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의 허브 육성기는 대체로 끝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상상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대로 토마토와 치즈를 집어 한 입. 제대로 하려면 소금과 후추도 뿌려야 하는 모양인데 간을 못 맞출까봐 약간 겁이 나기도 하고 싱거우면서 신선한 맛이 그런대로 마음에 들었다.


이런 도전 메뉴는 무엇보다 내가 본 것과 비슷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최대한 빨리 확인하고 싶어 마음이 급하다. 첫 시도에서는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어 낸 데 만족하며 다음 시도 때는 좀 더 여유를 갖고 간도 제대로 맞춰 완성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어느 봄날에는 호수 옆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해 볼 만한 요리를 만났다. 부라타 치즈 샐러드.

자연광이 기분 좋게 들어오는 곳에서 기록이자 참고용 사진을 찍고, 처음으로 부라타 치즈를 갈라보며 좋아하고는 남김없이 먹었다.


부라타 치즈를 사고, 방울토마토를 구입했다. 방울토마토는 반드시 컬러 방울토마토여야 한다. 얼마나 쓸지 몰라도 우선 이 샐러드를 완성해 보는 데 혈안이 되어 바질 페스토도 한 통 구입했다.


그 다음부터는 요리라기보다 배치, 플레이팅에 가까웠던 것 같다. 통을 가득 채운 동그란 부라타 치즈를 꺼내 넓은 접시 중앙에 놓고, 컬러 방울토마토를 아낌없이 꺼내 치즈 주변을 둘러 주었다.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 바질 페스토를 적당량 떠서 치즈와 방울토마토 위에 뿌려 주었다. 지나치게 복잡한 시도를 하고 싶지 않아 특별히 레시피는 찾지 않고 먹었던 경험과 사진만 참고했다.


바질 페스토 덕분인지 간도 적당히 맞고, 여전히 나이프로 잘라보는 재미가 있는 부라타 치즈는 부드러웠고, 색색의 방울토마토는 예쁜 색감만큼이나 달콤하고 신선한 맛이 났다.


‘그럴듯하게’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누구든 어떤 요리인지는 알아볼 수는 있어야 하고, 꽤 맛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그럴듯한 정도가 목표이므로 온갖 정성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할 수 있어야 하며, 집들이를 할 때 부끄럽지 않게 내놓을 정도는 돼야 하고, ‘오, 네가 한 거야?’ 하는 반응 정도는 나와 주어야 한다.


완벽주의 성향을 버리면 훨씬 더 행복할 것이라는 조언을 많이 듣는데 이상하게 요리에서 만큼은 그것을 편하게 내려놓는다. 그러니 ‘그럴듯하게’에도 만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매번 요리로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지는 않고, 당장 못해도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고, 실패해도 급히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켜든 무언가를 사 오든 ‘비빌 언덕’이 있다는 생각 덕분일 것이다. 당연히 요리를 업으로 하는 경우에는 전혀 입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온몸에 힘을 주고 정통 레시피대로 만들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고 예쁘다고 말해주는 그럴듯한 요리. 토마토와 치즈만 있다면 오늘도 10분 이내로 그 편안한 행복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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