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한 주를 보내고 난 한 주의 토요일, 오늘 아침 커피와 함께 먹어볼 메뉴는 ‘시나몬 롤’이다. 월요일부터 이번 주말이 돌아오면 이것을 마음 편히 먹어보겠다고 다짐하고, 고르고 골라 배송을 받았다.
냉동실에 넣어둔 시나몬 롤은 기대감과 함께 며칠 숙성을 거쳐 식탁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맛에 까다롭지 않은 덕분에 전자레인지에 돌린 시나몬 롤의 따끈함과 계피 향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직접 만든 갓 구운 시나몬 롤을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체력과 의지가 따라주지 못했다. 이스트와 버터를 샀지만 버터는 다른 빵에 발라 먹어 버리고, 이스트는 팬트리에서 부를 날만 기다리고 있다.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시선을 피하게 된다.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고 시나몬 롤에 없던 관심이 생겼다. 돌돌 말린 반죽을 새끼손가락 두 개로 빵 한 개 분량씩 끊어내는 장면을 보고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나가던 노부인 세 명이 커피와 함께 갓 만든 시나몬 롤을 주문해 먹는 장면에서는 마치 계피 향이 솔솔 나는 것만 같았다. 그때부터 난데없는 ‘시나몬 롤 앓이’를 했던 것 같다.
친한 언니가 핀란드로 교환 학생을 다녀왔다. 아마 핀란드에서는 김밥처럼 흔히 먹는 빵인 것 같다고 했다. 교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 프로그램에서 만드는 법도 가르쳐 줬다고 한다.
시나몬 롤 굽는 체험이라니 듣기만 해도 신청서에 이름을 적어 넣고 싶었다.
뒤늦게 시나몬 롤 앓이를 하고 나니 핀란드 여행을 갔을 때 한 번 안 먹어본 것을 어찌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COVID-19가 발발하기 바로 전 해인 2019년 여름이었다. 그때는 아직 시나몬 롤이 수많은 빵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던 때라 큰 관심이 없었다.
여행 앨범을 뒤적거리며 핀란드에서 먹었으면 의외로 계피 향이 굉장히 진하다던지 빵이 지나치게 건강한 맛이라던지 어떤 방향으로든 더 맛이 없었을지 모른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실제로 굽이굽이 찾아간 핀란드 난탈리 무민 랜드에서 한껏 기대하고 먹었던 도넛 맛이 영 별로이기도 했다. 계피 맛이 너무 강했던 것 같다.
먹고는 싶은데 수중에 없을 때, 시나몬 롤을 만드는 영상을 몇 개씩 시청하곤 했다. 밀가루, 설탕, 소금, 이스트, 우유, 계란, 버터로 반죽을 만들고 버터, 설탕, 시나몬 가루를 섞어 반죽에 발라주고는 돌돌 말아주기. 한 개 크기로 일정하게 잘라내고는 오븐에 넣어 구워주기.
시나몬 롤 여러 개가 한 판으로 구워지는 모습은 얼마나 먹음직스러운지 모른다. 영상에서는 이 맛있지만 번거로운 것을 어찌나 편안하게 만들던지. 사 둔 이스트의 유통기한이 다 지나기 전까지 꼭 만들어 보겠다고 다소 자신 없는 다짐을 해보았다.
한 주를 버티고 맞이하는 주말 아침 식사는 더없이 소중하니까. 아직 메뉴를 고민 중이라면 이번 주는 커피와 시나몬 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