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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노트 Oct 24. 2024

개인은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뚜기' 양지우 디렉터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흑백요리사'가 대히트를 치면서 출연진 개개인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어요. 대중적으로 알려진 요리사부터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실려있는 요리사까지, 그들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화면 안에 잘 담아낸 흑백요리사는 올해의 TV 프로그램이라 불릴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냉장고를 부탁해'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요리 프로그램 흥행의 역사를 계승해 낸 동시에, 스타 셰프들의 엔터테이닝 능력을 중심으로 조명받던 대중의 시선도 요리를 즐기는 미식으로, 요리사가 품고 있는 스토리로 옮겨왔어요. F&B의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입장에서 개개인을 조명할 수 있는 현상이 반가운 건 당연한 일입니다. 소비자의 눈으로 브랜드가 가진 고유한 색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으니까요. 특히, 흑백요리사의 영향으로 퍼스널 브랜딩의 힘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F&B 업계에서도 개인이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지금까지 F&B 내에서 개인이 브랜드가 된 경우는 많아봐야 다섯 손가락 안에 꼽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개인적인, 솔직한 생각을 말하자면 백종원 대표 외에 마땅히 생각나는 인물은 없어요. 그만큼 개인이 특정한 가치를 두고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외식업의 경우에는 상권과 공간이라는 경계선 때문에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접점조차 한계를 가지고 있어요. 퍼스널 브랜딩이 온라인 SNS 중심으로 성행했던 걸 고려해 보면, 온라인 매체를 활용하는 법에 보수적이었던 점도 영향을 준 듯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모수의 안성재 셰프 같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조명받을 수 있다는 건 꽤나 고무적이에요. 백종원 대표를 보며 외식업에 뛰어든 백종원 키즈들과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 안성재 키즈들이 대거 탄생할 테니 말이죠.


흑백요리사가 요리사의 관점에서 개개인을 조명해 줬다면, 앞으로의 숙제는 F&B 시장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이 브랜드를 구축하는 훌륭한 메이커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나만의 요리를 넘어, 나라는 브랜드를 보여줘야 하는 위치에 서있기 때문이에요. 그런 흐름에 부합하듯, 최근에는 젊은 메이커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용리단길 요리사로 유명한, '티티티'의 대표로 소개했던 남준영 셰프가 있어요. 여행지에 온 듯한 공간을 브랜드 콘셉트로 녹여 구현해 내며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죠. 창의적이고 핫한 F&B 브랜드를 기획해 낸 기획자이자, F&B 브랜딩을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10만 이상의 팔로워를 지닌 '내궁 테이스티' 맛집 소개 계정을 소유한 진내경 디렉터는 외식업계에 가장 뜨거운 인물 중 한 명입니다. F&B에 공간이라는 키워드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며 상업 공간의 정의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는 '글로우서울'의 유정수 대표도 빼놓을 수 없어요. 이들의 특징은 명확한 콘셉트와 개성을 브랜드를 통해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 팔릴까를 고민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브랜드를 잘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죠. 




놀면서 일하고, 일하며 노는 20대 디렉터 '뚜기'



훌륭한 메이커들이 자기만의 개성을 펼쳐나가고 있는 요즘,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행보를 펼치고 있는 인물을 한 명만 꼽으라면, '뚜기'로 알려진 양지우 디렉터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녀가 만들어낸 브랜드들이 많은 화제를 불어 일으킨 게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아직 20대에 불과한 그녀의 나이 때문이에요. 어리다고 볼 수 있는 젊은 나이에 양지우 디렉터가 만들어낸 브랜드들은 젊은 세대의 감도를 정확히 캐치해 내며 익숙하면서도 한 끗 차이의 포인트를 준 화려함과 재미가 돋보입니다. '골든피스'와 '하트티라미수'는 그녀의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감각의 정수를 보여주는 브랜드예요. GD의 '권도' 오픈 파티에 디저트로 등장해 'GD 약과'라고 불리기도, 영국의 축구선수였던 베컴이 방문해서 '베컴 약과'라고 불리기도 하는 골든피스는 한국의 전통 과자를 재해석한 프리미엄 약과 브랜드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과자를 젊은 감각으로 풀어내어 요즘 세대에게 약과를 세련되게 소개하고 있어요. 더현대서울에서 팝업스토어로 출발한 하트티라미수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콘셉트로 오픈날부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트 모양의 초코 코팅을 스푼으로 깨먹는 티라미수는 소비자에게 색다른 고객경험을 안겨주었죠. 하트를 직접 깨트리는 행위나, 큐피드를 연상케 하는 제품의 형태를 통해 오감으로 즐기는 트렌디함을 선보이며 SNS에 수많은 포스팅을 생산해 냈어요. 이렇듯 그녀가 브랜드 디렉터로서 이루어낸 성과는 젊은 나이가 무색할 만큼 이미 풍성합니다. 뚜기에게서 F&B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이유예요.


(좌)골든피스와 (우)하트티라미수 | 사진: 뚜기의 인스타그램 계정 @dduki___


양지우 디렉터는 남들보다 빠르게 자신의 일을 찾아 F&B로 뛰어들었습니다.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고 한 학기만에 내린 결정이었어요. 또래보다 삶의 속도를 올리고 싶었고, 좋아하는 일들에 조금 더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카페를 투어 하는 인스타그램 활동을 활발히 하게 됐죠. 점점 팔로워가 늘며 덩치를 키운 인스타그램 계정은 뚜기라는 포트폴리오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아우어베이커리' 등의 유수한 브랜드를 만든 CNP에서 콘텐츠 마케터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녀에게 CNP에서의 시간은 주말이 오지 않았으면 할 만큼 즐거움을 주었고, F&B를 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선물했습니다. CNP에 입사하고 2년 뒤에 독립을 하게 되면서, 인스타그램 계정에 맛집 정보 보다 뚜기에 대한 이야기를 더 담아보자고 마음을 먹어요. 본격적인 퍼스널 브랜딩의 시작이었죠.

독립을 한 그녀는 '뚜기놀라'라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도 보고, 여러 브런치 카페의 메뉴 개발을 진행하며, 뚜기라는 이름으로 하나씩 일을 더해나갔어요. 그러다 압구정의 '포스터리베이커', 삼각지의 '테디뵈르하우스'를 전체 디렉팅 하며 브랜드를 만드는 메이커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그중 테디뵈르하우스는 줄을 서도 먹기 힘들 만큼 용리단길에서 유명한 베이커리로 자리 잡았고, 이후 골든피스와 하트티라미수를 연달아 성공적으로 기획하고 론칭하며 F&B 브랜드 디렉터로서 가장 빛나는 별 중 하나가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초년생으로 나아갈 시기에, 양지우 디렉터는 외식업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나가고 있어요.


데이비드 베컴에게 골든피스의 약과를 선물하는 양지우 디렉터 | 사진: 뚜기의 인스타그램 계정 @dduki___




퍼스널 브랜딩을 피할 수 없는 시대



퍼스널 브랜드의 특징은 누군가에게 있어 쉽게 투영의 대상이 된다는 점입니다. 누군가를 대표하기도 하죠. 양지우 디렉터가 디렉팅 한 브랜드들은 Z세대와 알파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겨누고 있어요. 하트티라미수가 오감의 경험을 설계하며 숏폼의 세대를 노렸다는 걸 생각하면, 젊은 세대에게 빠르게 바이럴 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됩니다. 게다가 뚜기가 걸어온 20대는 그녀의 브랜드를 좋아하는 세대에게,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어요. 뚜기의 추진력과 실행력, 일을 좋아하는 마음과 일에 대한 몰입 등을 닮고 싶어 지죠. 뚜기가 만든 브랜드를, 뚜기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걸 넘어 우상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퍼스널 브랜드의 숙명이라고 할까요? 어떤 사람이나 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퍼스널 브랜드는 단단한 코어를 지닌 셈입니다.

퍼스널 브랜드가 사람을 매료시키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퍼스널 브랜딩으로 시작하거나, 이미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퍼스널 브랜딩을 시도하곤 해요. 양지우 디렉터의 경우 퍼스널 브랜딩을 시작으로 여러 브랜드로 가지를 뻗어나간 경우라면, F&B의 대표 퍼스널 브랜드인 백종원 대표는 이미 많은 브랜드를 만들어낸 상태였죠. 퍼스널 브랜딩을 피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 영감을 준다는 건 꽨 매력적인 말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퍼스널 브랜드의 힘이 강력한 만큼 많은 제약을 불러오기도 해요.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을 때 파급력이 생각보다 약한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일본의 개그맨이자 크라우드 펀딩의 역사를 쓴 사업가 니시노 아키히로는 그의 저서 '혁명의 팡파르'에서 유명인의 사업 실패에 대해 "거짓말을 거듭해야 하는 상황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요. 좋지 않은 제품을 좋다고 포장하고, 맛없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야 하는 상황은 결국 사업에 있어서 신용을 떨어트리기 때문이죠. 퍼스널 브랜드도 비슷합니다. 뚜기라는 퍼스널 브랜드와 골든피스라는 브랜드의 가치관의 형태가 동일할 수 없고, 더본코리아가 추구하는 방향과 백종원이라는 퍼스널 브랜드의 이미지가 반드시 일치하진 않아요. 퍼스널 브랜드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쪽에 특화되어 있다면, 사업의 목적으로 태어난 브랜드는 이윤 창출이 가장 근본적인 목표입니다. 두 가지 상황의 양립은 유명인이 사업에 쉽게 실패하듯, 자칫 소비자에게 신용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요.


노는 게 제일 좋은데 일 벌이기 중독인 디렉터 '뚜기' | 사진: 뚜기의 인스타그램 계정 @dduki___


반대로 퍼스널 브랜드의 힘을 잘 활용하면 상당한 추진력을 얻습니다. 양지우 디렉터는 맛집 정보 위주였던 인스타그램 계정을 뚜기의 이야기로 중심을 옮기면서 퍼스널 브랜딩을 시작했어요. 놀 듯이 일하고, 일하듯이 노는 뚜기의 이야기로 포스팅이 채워집니다. 일하며 노는 걸 좋아하는 뚜기가 무작정 벌린 일들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뚜기만의 색깔은 점점 진해져요. 처음엔 젊음이 느껴졌다가, 어느새 전문성이 더해지고, 결과물이 쌓일수록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감각에 놀라게 됩니다. 그 일련의 과정을 함께 지켜본 사람들은 뚜기가 만들어갈 브랜드를 기대하게 되죠.

양지우 디렉터가 더 대단한 점은 그녀가 디렉팅 한 브랜드들이 뚜기라는 퍼스널 브랜드의 그늘에 갇히지 않았다는 부분입니다. 퍼스널 브랜드에서 파생된 브랜드들은 필연적으로 개인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있어요. "뚜기가 만든 브랜드야", "뚜기가 이런저런 시도를 했대" 등의 이야기가 가장 앞에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테디뵈르하우스, 골든피스, 하트티라미수 같은 브랜드를 보면 각 브랜드의 콘셉트와 스토리만으로 소비자를 압도해요. 기획의 의도가 명확하고, 기획을 구현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요소를 하나의 콘셉트로 묶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디렉터로서의 능력에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에요.


각각의 콘셉트에 충실한 뚜기의 브랜드 | 사진: 뚜기의 인스타그램 계정 @dduki___


한 때 F&B의 상황을 보며 "과연 개인이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퍼스널 브랜드는 강력한 힘이 있지만 제약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윤 창출과 사회로의 선한 영향력 사이에서 현명하게 줄타기를 할 수 있는 인물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습니다. 제2의 백종원을 자처한 사람들은 사업가로서의 백종원 대표를 쫓았고, 대중이 음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유튜브 채널들은 퍼스널 브랜드인 백종원의 길을 따랐죠. 백종원 대표처럼 이 둘을 함께 잡는 건 쉽지 않겠다고 줄곧 생각했어요.

지금은 뚜기 같은 퍼스널 브랜드를 보며 상황이 많이 변했음을 느낍니다. 20대의 어린 나이에 도전을 주저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들며 또래에게 영감을 주는 제1의 뚜기가 탄생했으니 말이죠. 앞으로 어떤 퍼스널 브랜드들이 F&B 시장을 주도해 나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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