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티드툴레아
최근 국내에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브랜드는 '바샤커피'가 아닌가 싶어요. 롯데백화점이 바샤커피의 국내 프랜차이즈 운영과 유통권을 확보하면서 청담동에 1호점을 냈습니다. 무엇보다 바샤커피에서 판매하는 브라질산 '파라이소 골드 커피'의 원두가 판매가로 100g에 140만 원이 책정되면서 화제가 됐어요. 유튜브에 바샤커피를 치면 방문 후기가 줄을 잇습니다. 영상을 통해 후기를 보니 프리미엄을 넘어 커피계의 명품으로 평가받기 위한 바샤커피의 노력이 눈에 보이더군요.
요즘은 맛집을 가려면 백화점이나 종합쇼핑몰에 방문하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전국에 있는 유명한 집을 물색하고 입점시키기 위한 유통사들의 노력과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어요. 바샤커피도 그 예시 중 하나입니다. 높은 가격으로 화제가 됐지만 이슈가 된다는 것 자체가 유통사 입장에서는 호재로 여길만한 상황이죠. 소비자의 호기심을 이끌어내고 유통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나가는 데 있어 F&B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잇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F&B 브랜드의 역할이 필요하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 소비 환경입니다. 어느새 온라인으로 모든 걸 주문하는 세상 속에 살게 됐어요. 마트에게는 쿠팡과 마켓컬리라는 장벽이 생겼고, 스마트스토어는 상품을 판매하는 가장 중요한 판매 채널이자 백화점의 경쟁 상대가 되었으며, 외식업계도 코로나 시기에 급성장한 배달 플랫폼에 이리저리 휘둘려야 했죠. 시장 변화에 대응하면 할수록 소비자와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었고 소비자에게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졌어요. 온라인이 지배하는 시장 속에서 여러 산업군의 종사자들이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직접 브랜드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이 F&B와의 연계였죠.
F&B 브랜드의 시장 확장과 연계의 가능성을 가장 잘 보여준 브랜드는 단연 GFFG의 '노티드'입니다. 노티드(Knotted)라는 이름의 뜻은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매듭'이고, GFFG 이준범 대표의 정의로는 좋은 음식, 공간, 그리고 사람을 맺어준다는 의미의 매듭이라고 해요. 노티드는 브랜드명의 의미처럼 협업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여러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패션 카테고리의 대표 플랫폼인 무신사와의 협업부터, MMORPG 게임인 로스트아크와 연계한 팝업스토어, 신한카드와 협업해 출시한 노티드 카드 등이 대표적이에요. 노티드가 음식을 파는 음식점을 넘어 브랜드의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를 활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다른 산업군에서 F&B에 직접 뛰어들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젠틀몬스터와 탬버린즈를 운영하고 있는 아이아이컴바인드의 디저트 브랜드인 '누데이크'는 파격적인 비주얼과 감각으로 관심을 받았어요. 다른 영역이지만 같은 결의 문화를 지니고 있는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누데이크를 한데 모은 하우스 도산은 압구정로데오의 중심지로 자리 잡기도 했습니다.
의식주의 식을 맡고 있는 음식은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먹는다는 특징이 있어요. 적은 금액으로 스트레스를 푸는데 맛있는 음식만 한 게 없죠. 게다가 좋아하는 음식을 찾게 되면 빠져나오기 힘든 마성의 힘도 있어서 쉽사리 중독되고 말아요. 식문화에는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담겨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소중한 시간을 먹는 일에 쓰고 있거든요.
많은 브랜드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침투하고 싶어 합니다. 일상 속에 머무르며 하나의 문화로 소비되고 소비자로부터 오래 기억되길 원해요. F&B는 브랜드가 원하는 니즈를 충족시켜 줄 매력적인 시장이었죠.
하우스 도산과 GFFG가 자리 잡은 압구정로데오에는 가옥을 개조한 듯 푸릇푸릇한 자연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브런치 가게가 있어요. 2013년 이태원의 프래그런스 매장으로 시작한 '꽁티드툴레아'는 압구정로데오 상권의 부활의 중심 속에서 웨이팅이 길게 늘어설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매장 내부는 고즈넉한 분위기로, 외부는 자연 속에서 즐기는 청량함으로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자리가 배치되어 있고, 매장 한편에는 전시된 디퓨저 라인업을 볼 수 있어요.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면 시향을 해보라는 직원의 안내와 함께 테이블 번호가 적힌 디퓨저 병을 받습니다. 테이블에 앉아 운치를 즐기고 있다 보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디퓨저 병의 번호를 확인한 매장 직원이 음식을 서빙해 주죠. 브런치 가게이면서 동시에 프래그런스 브랜드의 팝업스토어 같은 느낌을 주는 매장이에요.
꽁티드툴레아가 가진 철학은 '자연 그대로의 내추럴한 본연의 향을 토대로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는 여정'입니다. 페미닌 한 향이 중심이던 시장에 중성적인 향을 선보이며 꽁티드툴레아만의 색깔을 만들었고, 이를 치유의 향이라고 정의하며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관점을 공유해 나갔어요. 특히 라이프스타일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제시하고자 했죠. 일상 속에서 자주 경험하도록 제안함으로써 소비자가 스스로의 취향을 발견하고 축적해 나가길 원했거든요.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프래그런스 매장에 이어 줄 서는 브런치 가게, 꽁티드툴레아가 탄생합니다. 그들이 만드는 향이 치유의 향이라면, 식문화를 통해 전하려는 가치는 치유의 시간과 공간이에요. 매장에 자연친화적인 요소들을 담고, 건강하고 감각적인 음식을 개발하고, 고객을 위해 진심 어린 환대를 제공하는 일은 꽁티드툴레아의 프래그런스가 담고 있는 고유의 향과도 같습니다.
꽁티드툴레아가 압구정로데오에 브런치 매장을 오픈하면서 고려했던 또 다른 한 가지 가치는 질리지 않는 음식과 공간이에요. 반짝 스치고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언제 와도 포근한 공간이 되길 원했죠. 마치 자연이 그러하듯이 계절마다의 분위기를 담은, 다정한 공간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서 꽁티드툴레아의 치유의 향을 은은하게 담은 브런치 가게가 되었어요.
꽁티드툴레아는 오전과 저녁의 분위기가 다릅니다. 오전에는 브런치 가게의 느낌을 냈다면, 저녁에는 와인바로 변모하거든요. 섬세하게 준비된 브런치를 즐기고서 커피 한 잔 하며 수다를 떨다가 저녁에 와인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손님도 있을 법합니다. 메뉴 리스트도 어느 때엔 가벼운 식사 한 끼로, 페어링에 어울리는 안주와 간식으로 어울리도록 구성이 되어있어요. 아보카도가 올라간 김치볶음밥과 크림을 얹은 달달한 초콜릿무스 같은 꽁티드툴레아의 대표 메뉴는 시간마다 변하는 분위기에 적절한 선택지가 되어줍니다.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비주얼과 세팅으로도 손님의 만족을 끌어내죠.
꽁티드툴레아의 자연친화적인 인테리어도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담아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손님들은 미각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음식을 즐길 수 있어요. 여행지에서 먹는 브런치가 되기도 하고, 친구를 초대해 분위기를 낸 와인 파티가 되기도 하죠. 음식을 먹고 맛으로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종합적인 경험으로 그날의 분위기를 남깁니다. 미각을 뛰어넘는 미식의 경험을 말이죠.
음식이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담고 있기에, F&B 시장은 어느새 음식의 맛에 더해 더 많은 경험을 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꽁티드툴레아가 선사하는 치유의 향이 브런치 가게 안에서도 은은하게 머물 수 있는 이유이죠. 음식의 맛이 상향평준화 되어 맛으로만 경쟁력을 갖는 시대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해서 음식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은 시장이 되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하나의 문화로서 향유하고,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중심에 F&B 브랜드의 역할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