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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도리주인장 Jul 13. 2024

유행 따라 나도 러닝을 해보았다.

숨... 숨 차!!

러닝을 하고 나서의 후기 : 잠이 줄었다.


6시쯤 집에 돌아오면 소파에 느적느적 누워버린다. 그러면 어느새 잠이 들어버리고 남편이 올 때 맞추어 잠깐 일어났다가 저녁 먹고 씻고 바로 누워버린 생활을 반복한 지 어언 6개월이 흘렀다. 뭐가 그렇게 피곤했냐고 하면 업무의 무료함에 지쳐버렸다. 괴롭히는 상사도 없고, 가급적이면 정시퇴근을 할 수도 있고, 진급도 했다. 그런데 무기력함이 찾아왔다. 열심히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무력감, 내가 정체되어 있고 성장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기 불만족이 오후 시간의 나를 끔찍하게도 따라와서 괴롭혔다.


하루종일 때려치워야 한다는 생각도 했었고, 다른 곳에 이력서도 넣었다. 하지만 내 능력을 만족하지 못한다는 게 이력서에 느껴졌는지 서류합격 따위 되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 시장에서 무능력하다고 낙인찍히는 것 같았다.


이대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계약된 시간은 내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퇴근 후에도 회사에서의 자아가 집에서의 자아를 망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남편과 같이 딱 20분 러닝을 하기 시작했다. 30분은 너무 길다고 생각했고 10분은 내 부정적인 자아를 떨쳐내기엔 약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뜀박질은 다른 사람들의 걷기와 비슷했다. 그래도 뛰었다. 주변 사람이 어떻게 하던, 내가 숨차다는데 어쩌란 말인가. 10분 뛰고 2분 쉬고 10분 뛰기를 반복했다. 이것만큼은 해보자며 나를 보챘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저는 20분의 달리기를 했습니다. 따란~!" 이였겠지만 6개월간 저녁에 누워있던 나에게는 이것도 힘들어서 두 번째의 10분은 뛰다 걷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1달간 달려보면서 느낀 게 있다. 저마다의 페이스가 있고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 뛰지 않아도 되니 걷기라도 하자는 것. 그래서 무기력함의 동굴을 빠르게 빠져나가지는 못하더라도, 언젠가 빠져나갈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 놓자는 것이었다. 숨이 차면 숨이 찬 사실에 집중하는 것보다 내가 오늘 1km 라도 뛰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것. 1km만큼의 체력이 비축되었다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마 러닝은 내 퇴근 후 취미 찾기의 주요 주제가 될 것 같다. 러닝을 하면서 저녁에 잠이 줄었고, 그래서 새로운 취미가 생긴 듯하다. (이건 조금 더 숙성 후 말해보겠다). 적어도 다음 글에는 30분은 러닝 할 수 있는 후기를 들고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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