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들과 캐나다를 오게 된 이유
‘선배님따라 캐나다 갈 걸 그랬어요’
라는 짧은 한 줄의 카톡에 이미 난 다 이해했어.
올해 고 3인었던 철수는 아마 하키로 대학을 못갔겠지.
아무리 중학교 때까진 공부를 했던 아이라도 고등학교에 가선 아마 운동 때문에 공부를 놓았을 거야
한국에서 고3이
하키로도 대학을 가기 힘들고
공부로도 대학을 가기 힘들면
철수랑 엄마는 지금 무슨 희망이 있을까?
나처럼 나와 아들만 원망하고 있을까?
큰 놈이 중3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하키 유학을 결심했을 때 가장 결정적이었던 요인이
부상이든, 타의든, 자의든, 실력탓이든 한국에서 중간에 운동을 그만두게 되면
낙동간 오리알처럼 중간에 아이가 동동 뜬다는 거였어.
학생 선수다 뭐다 해서 선수 이전에 학생이다
수업권을 보장하고 성적이 안되면 시합에 출전 시키지 않고
주말에만 경기를 하고 어쩐다 해도 우리는 알잖아?
밤 10시에 훈련이 끝나고 새벽 6시부터 훈련이 재개 되는데
조용하고 따뜻한 수업 시간에 밥 짓는 냄새처럼 온 몸으로 퍼지는 졸음을 어떻게 견뎌?
운동부는 힘드니 눈 붙이라고 배려해주는 분위기인데…
물론 운동을 하면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남의 아들 이야기고...
6개 중학교 하키 팀의 모든 선수들이 경*, 경@고 두 학교를 바라보며
3년을 미친듯 하키에 매진해도 허락된 티켓은 단 14장.
왜 나도 다른 엄마들도 우리 아이가 열심히 하면 그 학교에 당연히 갈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왜 아닌 경우를 그렇게 쉽게 간과했었던 건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또 눈가리개를 장착한 경주마처럼
5개 고등학교 모든 선수들이 딱 연고대만을 바라보며 우르르르르 몰려가는 일이 반복되는데...
왜 나는 내 아이는 될 꺼라고만 안일하게 생각했는지...
다른 한 친구와 마지막 한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아들은 결국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했고
아들도 나도 못 갈 경우는 대비해놓지 못했던 거지…
열심히 하면 잘 될 줄 알았던 거야…
한 번 덜컥 문턱에 걸려 휘청해보니,
어라, 지금은 고등학교 진학이지만 대학교 때 또 이렇게 휘청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혹시나 부상으로 운동을 중간에 그만두기라도 하면
고 3에 하키밖에 모르는, 공부는 몇 년 전에 손 놓은 큰 오리 한 마리가 방안에 동동 떠 있게 되는 거구나…
유사시 받쳐줄 그물망 하나 없이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작은 희망이라는 줄을 타며
아들과 엄마가 곡예를 하고 있었구나 깨닫게 되었어.
운동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공부라는 안전망에 의지할 수 있는
연,고대라는 바늘구멍보다 더 타이니한 도착지보다 조금 더 여유있는 선택지가 없을까 고려하게 되었고
두 명이 벌어 빠듯하게 운동시키는 우리 형편에 무슨 유학이냐 싶었는데
감독님 소개로 우연히 캐나다에 계신 분과 연결이 되었어.
아들이 나중에 유학 보내 달랬을 때 안 보내줬다는 원망 듣기 싫어서
테스트 떨어지면 캐나다 가족 여행한 셈 치자며,
하키 테스트는 어떻게 통과한다고 해도 손 놓고 지낸 영어 시험에서 똑 떨어지겠지 하는 계산으로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2주간의 휴가를 냈었지.
비행기 표도 대출받아서 시원하게 끊었지.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고...참나...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미리부터 학교가 정해진
서로 데려가려고 하는 선수를 아이로 둔 엄마들을 위해서가 아니야.
그 분들도 운동 뒷바라지가 넘나 힘드시겠지만
그 학년에서 손꼽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사실 뭐 우리처럼 걱정을 안해도 돼^^( 어, 돌 날아온다)
이런 레슨 시켰더니 1등이 되었어요 뭐 이런 글을 기대한다면 미안해,
갈 학교가 없는, 원하지 않는 학교에 가야하는 아이를 지켜보며
깜깜하고 또 깜깜한. 하루종일 눈물이 흐르는,
운동을 시킨 나와 잘 하지 못한 아이를 속으로 원망하며
스스로에게 대못을 열 댓 개 씩 박고 있을 4등의 엄마들에게
먼저 지나왔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엄마가 보내는 작은 위로?
매 먼저 맞은 놈이 나중에 맞는 애한테 보내는 찡그린 윙크 같은?
그런 다독임이라 생각해줘.
사실 글을 쓰라는 권유는 꽤 받았지만 감히 못 쓰겠더라고.
사건 사고가 매일 매일 드라마틱하게 연재되는 좁은 하키 판에서
아들을 연고대에 턱 보낸 돼지 엄마도 아니고
우리 아이 하키로 NCAA 디비전 1을 보냈어요 라는 성공기도 아닌데
내가 뭐라고 글을 써..애비...
아직 하키 룰도 헷갈리는 내가 무스그...
내 글 보면 내가 누군지 하키판 사람들은 다 알텐데...
무엇보다 입방정으로 아들 앞날에 영향을 끼칠가봐 무서워서
입닥치고 조용히 살자...암...그럼..그러면서 4년이 다 되어 가고 있는데...
호환 마마보다 뒷말을 더 싫어하는 내가
인스타 팔로우 수도 2자리를 못넘어가는 폐쇄적인 내가
하키 고등학교팀이 5개에서 4개로 줄어든다는 기사를 보고 멍...
또 자기의 카톡을 받고 멍...
점점 좁아지는 닫혀가는 문 앞에서 서성거릴 엄마들에게
뭐라도 말해주고 싶었나 봐.
누군 몰라서 유학을 안가는 줄 아나...
돈이 있으니 유학 간 거 아니야 라는 목소리가 또 환청처럼 들려
자판을 치는 손가락을 수 없이 멈추게 되지만
혹시나 나와 같은 생각으로 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는 엄마에게
낯선 나라에서 벙어리,장님 4년 하며 지내온 나의 경험이
무수한 헛발질의 기록이 디딤돌 혹은 웃음이 되었으면 해.
철수엄마,
너무 자책하지 말고,
엄마에게 미안해서 말도 꺼내지 못할 아들들을 생각해서라도
고개를 들고 또 새로운 길을 찾아 봐야지?
전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