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이 지속되었다. 회사는 여전히 바빴고, 나는 잠시 다른 세상에 갔다 온 것처럼 유산하기 전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필 친한 친구가 나와 2주 차이로 임신을 했고, 원만하게 임신을 유지했다. 부럽기도 하고, 뱃속에 애기가 계속 컸으면 저랬겠구나 싶으면서 마음이 좀 이상했다. 다른 친구들의 육아와 임신 이야기가 듣기 힘들어졌다. 아 물론 겉으로는 굉장히 쿨하게 맞장구를 쳤지만, 점점 대화를 잃어가는 나를 보며 친한 친구들의 행복을 기뻐해주지 못하는 이 상황이 너무 싫었다. 그래도 이런 맘을 잘 숨기며 지냈다.
(늘 그렇듯) 그러던 어느 날, 유산 후 처음으로 술을 많이 먹은 날 정말 오랜만에 잔뜩 취해서 사실 유산한 거 너무 슬프다고 울어버렸다. 나도 내가 그렇게까지 슬펐는지 몰랐다. 왜냐하면 정말 잘 숨겨서 나도 괜찮은 줄 알았으니까. 그렇게 애기를 좋아한 것도 아니고, 너무 짧았던 임신기간이었고, 크게 실감이 안나는 날들이 더 많았기 때문에 괜찮은 줄 알았다. 그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아기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3번의 생리가 끝나면 다시 시도를 하기로 했다.
원래 생리 불순이 있고,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있어서 3번의 생리를 지나기 위해 6개월 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이 흘렀다. 다시 배란 테스트기로 피크를 확인하고 시도를 했지만 실패! 처음에 한 번에 성공한 것이 정말 운이 좋았구나 생각하며 살짝 조급해졌다. 원래 더 원하면 갖기 어려우니 맘을 편하게 가져야 한 다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가. 그렇게 첫 번째 시도는 지나가고 한 달 정도 지난 후 두 번째 시도를 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임신이 되었다.
- 다음 회차부터는 [임신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