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란 이전의 일에 대한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는 것.
후회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은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원한다.
하지만 후회는 유익하다.
사람은 후회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잘못된 선택으로 원하지 않은 결과를 얻었을 때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않고 별일 아니라는 듯이 지나가 버린다면, 아마도 같은 선택과 같은 결과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후회라는 감정은 원하지 않은 결과와 관련된 모든 과정과 그 과정 속 선택들을 돌이켜보며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찾고 각인시킨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황에서 다시는 같은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리고 후회는 사람에게 필연적이다.
사람은 겪게 되는 모든 일에 마치 다 경험했고,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은 모든 일들을 원하는 대로 이루어낼 능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어떤 상황에서도 원하는 대로 모든 일들을 처리할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후회할 필요가 없어진다.
때문에 후회는 사람에게 필연적이며 유익하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은 후회로 탑을 쌓아 발전과 성공을 지향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하나님도 후회하실 수 있으신가?
아니, 하나님은 후회라는 것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존재이신가?
이미 그 이름에 전지와 전능으로 실수와 실패가 없음이 전제된 분이신데, 이런 분이 후회하실 수 있으실까?
'결단코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성경은 하나님도 후회하셨음을 기록한다.
납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의미일 거라 생각했었다.
'후회' 라고는 썼지만 다르게 이해해야 하는 말이거나 최근에 흔히 이야기하는 번역상의 문제나 오류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나님의 후회하심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노아시대 홍수와 방주에 연관해서다.
창세기 6장
5. 여호와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과 그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
6.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한탄하사 마음에 근심하시고
7. 이르시되 내가 창조한 사람을 내가 지면에서 쓸어버리되 사람으로부터 가축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그리하리니 이는 내가 그것들을 지었음을 한탄함이니라 하시니라
하나님은 홍수로 심판하시기로 결정하신 이유에서 사람들의 악함이 가득 차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고, 이런 사람의 모습에 사람을 만든 것을 한탄하셨다 하신다.
더불어 만드신 모든 동물들에게 까지 한탄하셨다 기록한다.
'한탄하셨다'는 표현에도 후회의 의미가 담겨있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후회하셨다'라고 표현한 것인 아니어서 '아닐 거야, 다른 의미일 거야'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른 곳에 후회라는 표현이 있는지도 살펴봤다.
사무엘상 15장
11. 내가 사울을 왕으로 세운 것을 후회하노니 그가 돌이켜서 나를 따르지 아니하며 내 명령을 행하지 아니하였음이니라 하신지라 사무엘이 근심하여 온 밤을 여호와께 부르짖으니라
35. 사무엘이 죽는 날까지 사울을 다시 가서 보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그가 사울을 위하여 슬퍼함이었고 여호와께서는 사울을 이스라엘 왕으로 삼으신 것을 후회하셨더라
이스라엘의 초대왕 사울에 대해 하신 말씀이다.
하나님이 불순종한 사울왕에 대해 그를 왕으로 세운 것을 직접적으로 '후회'라는 표현을 사용해 말씀하신다.
적어도 노아의 홍수 사건에서는 '한탄'이란 단어로 직접적으로 후회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사울에 대해서 만큼은 하나님이 후회하셨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좀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히브리어 원어까지는 아니라도 영어로는 이 각각의 표현을 어떤 단어로 표시했을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Genesis 6
6. And it repented the Lord that he had made man on the earth, and it grieved him at his heart.
7. And the Lord said, I will destroy man whom I have created from the face of the earth; both man, and beast, and the creeping thing, and the fowls of the air; for it repenteth me that I have made them.
Samuel 15
11. It repenteth me that I have set up Saul to be king: for he is turned back from following me, and hath not performed my commandments. And it grieved Samuel; and he cried unto the Lord all night.
35. And Samuel came no more to see Saul until the day of his death: nevertheless Samuel mourned for Saul: and the Lord repented that he had made Saul king over Israel.
놀랍게도 창세기 노아시대 사람에 대한 한탄과 사무엘상 사울에 대한 후회는 Repent로 같은 단어가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
Repent
뉘우치다, 회개하다, 반성하다, 후회하다
그렇다면 이 단어의 한글 뜻으로 사용된 단어와, 성경에서 의역되어 사용된 단어의 뜻은 어떻게 다를까?
한탄 [恨歎]
뉘우치는 일이나 원통한 일에 대하여 한숨을 쉬며 탄식함
후회 [後悔]
이전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침
회개 [悔改]
뉘우치고 마음을 고쳐먹다
죄나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을 고쳐먹음
직접적으로 성경에 번역되어 사용된 '한탄', '후회'라는 말의 의미도, 영문단어의 뜻에 포함된 '회개', '반성'이라는 말의 의미도 모두 지난 일에 대한 잘못된 선택과 결과로 인해 사용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하나님도 후회하셨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다시 고민은 깊어진다.
하나님도 후회하시는가?
이 질문 속에는 하나님도 잘못된 선택으로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하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내포되어 있다.
서두에 언급했던 하나님의 모든 것을 아시는 '전지하심'과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는 '전능하심'과 정확하게 대립하는 하나님의 후회를, 하나님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원치 않은 결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질문이 버겁습니다.
다음 글에서 나름의 답을 찾고 가록해 보려 합니다.
혹시라도 이 문제에 대해 나눌 것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소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