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며칠 전 구글이 픽셀 4를 발표했다. 터치가 아닌 손가락으로 핸드폰을 조작한다고 한다. 신기했다. 샤오미는 전면이 화면인 스마트폰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초의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는 2차 물량도 완판이라고 한다. 스마트폰은 아직도 성장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수치는 전혀 다르게 말한다. [2019년 기준.]
미국의 정보 기술 연구 및 자문 회사인 가트너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2018년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3억 7433만 대. 2019년 2분기에는 3억 6790만 대에 그쳤다.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했다는 말이다. [2019년 2분기 기준] 또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분기별 시장 보고서인 ‘마켓 모니터'도 2018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대비 4% 감소했다고 전했다.조사 결과가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포화상태.'즉,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앞으로 스마트폰 회사들은 자신들 의 제품을 소비자들이 ‘왜’사용해야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줄 알아야한다는 말이다.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말한 스마트폰 수요 감소 추세는 2020년에도 이어졌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스마트폰 총 판매량은 13억 4786만 대, 2019년 총판매액인 15억 4065만대비해 12.5%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2분기 일본 점유율 9.8%를 기록했다. 애플(50.8%)에 이어서 일본 점유율 2위다. 삼성전자가 10%에 육박한 점유율을 낸 것은 6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 중반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10% 넘는 점유율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애플과 일본 브랜드에 밀려서 2014년 5.6%, 2015년 4.3%, 2016년 3.4%까지 점유율이 하락했다. [이글이 쓰인 시점은 2019년이기 때문에 2019년 2분기를 기준으로 글을 작성했다. 2020년 일본 스마트폰 점유율은 4분기 기준으로 애플이 52.6%, 샤프 12.4%, 삼성 7.0%다.]
삼성전자는 2019년 3월 전 세계 갤럭시 쇼케이스 가운데 최대 규모인 '갤럭시 하라주쿠'를 하라주쿠에 열었다. 하라주쿠에는 항상 일본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붐빈다는 점. 일본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삼성 관계자가 아니다. 삼성이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지 않아서 하라주쿠 갤럭시가 갤럭시 판매량에 얼마큼 기여했는지 저는 정확한 통계를 모른다. 그렇지만 실제로 가본 갤럭시 하라주쿠는 정말로 매력적이었다.
사실 나는 하라주쿠에 갤럭시 하라주쿠가 있는지 몰랐다. 우연히 하라주쿠를 걷다가 '저게 뭐지? 서체가 그 갤럭시는 맞는 거 같은데?'라는 호기심에 이끌려 갤럭시 하라주쿠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경험한 갤럭시는 한국과는 전혀 결이 다른 '라이프스타일로서의 갤럭시였다.
갤럭시 하라주쿠에서 삼성이 강조하는 건 '갤럭시를 사용하면서 얻는 경험'이다. 삼성은 이곳을 통해 '당신이 일상생활에서 갤럭시를 왜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사람들에게 전한다. 그 답은 2가지다. 첫 번째는 '갤럭시에 사용한 기술'이고 두 번째는 갤럭시가 기반이 된 즐거움'이다.
애플은 혁신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기업에 가깝다. 애풀은 맥,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 워치, iOS로 연결된 생태계를 통해 '애플로 충분한 삶'을 제시한다. 반면에 삼성은 애플과 완전히 다르다. 삼성 매출 대부분은 반도체에서 나온다. '혁신의 기반이 되는 기술'을 선보이는 기업에 가깝다. 오히려 삼성은 '사람들 삶에 자리하는 혁신기술'을 선보이는 기업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반도체(이미지센서 포함), 스마트폰, 반도체 파운더리, 백색가전, 디스플레이등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만들지만 삼성은 아이폰에 들어가는 부품도 만든다. 그렇기에 두 기업은 완전히 다른 위치에 있다. 오히려 삼성은 라이프스타일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으로 생각해야 한다.
삼성은 라이프스타일 인프라에 더 초점을 두는 기업이다. 삼성 스스로가 '기술'에 집중할수록 오히려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살아난다.'기술'은 삼성에게 정말 잘 맞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요즘 선보이는 비스포크 냉장고도 삼성'기술력'에 고객 취향을 담았기에 반응이 좋은 거라고 볼 수 있다. '물건도 좋은데 디자인도 좋다'와 '디자인만 좋지 물건은 별로다'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갤럭시 하라주쿠로 돌아가자. 애플스토어와는 다르게 삼성은 갤럭시 하라주쿠에서 '기술'을 중심으로 한 공간을 선보인다. 그렇다고 기술에서 멈추지 않는다. '기술'로 재밌게 놀 수 있는 방법도 전한다. 이제 스마트폰은 '통신기기'가 아닌 장난감 같은 존재니까.
하라주쿠 갤럭시의 건물은 건축가 요시요 카 도쿠진, 내부 디자인은 롯폰기 츠타야 서점을 디자인한 쿠보타 건축사무소에서 맡았다. 갤럭시 하라주쿠 디자인의 핵심은 '사건'을 만드는 것이다. 갤럭시가 고객 시간 속에 들어가는 사건. 이것이 갤럭시 하라주쿠가 추구하는 미감이다. 이를 위해 요시오카 도쿠진은 건물 외관에 1000개가 넘는 갤럭시 폰을 사용해 벽이 빛나도록 했다. 또한 여기에 사용된 1000여 개의 갤럭시 S 실루엣 이미지는 갤럭시가 제시하는 비전을 형상화한다. 내부 디자인을 맡은 쿠보타 건축 사무소는 밀레니얼 세대가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갤럭시 하라주쿠의 층별 구조는 아래와 같다.
B1:AS센터/미션 투 스페이스 체험관 1층:최신 갤럭시폰 전시대/ 액세서리 코너/행사 진행 공간.
2층:키즈 라운지/카페&테라스/갤럭시 및 음향기기 전시대.
3층:갤럭시 역사관
4층:갤럭시 오르빗, 갤럭시 라이트웨어, 소셜 갤럭시
5층:바디 캔버스 , 4D 시어터
6층:비트 챌린지, 포토부스, 컬러 라이트 부스.
전체 공간을 유심히 보면 [B1,1,2]은 접객 [3,4,5,6] 층은 '체험'으로 나누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공간을 지배하는 갤럭시 실루엣.
갤럭시 하라주쿠 공간을 구성하는 색은 검은색과 흰색이다. 이는 갤럭시 S10 디자인에서 가져왔다. 갤럭시 하라주쿠 매장에서는 '갤럭시 S의 실루엣'을 매장에서 계속 볼 수 있다. 매장 밖에서 갤럭시 매장을 보면 1000개의 갤럭시 스마트폰 조명이 빛나고 있다는 사실도 관찰할 수 있다. 외부에서는 갤럭시가 가진 색감을, 내부에서는 실루엣을 강조한다. 하라주쿠 매장에 갤럭시 S와 거의 같은 검은색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갤럭시 디자인을 받아들인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1층에서 나오는 영상에도 갤럭시 실루엣을 강조한다. 이 역시도 실루엣을 통해 갤럭시 미감을 고객들이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 마치 애플의 사과처럼 말이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색은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는데 도움이 된다. 브랜드 공간은 물론이거니와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해당된다. 특히 직원들이 매장에서 입는 옷의 색깔은 공간에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효과도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스토어의 파란색이다. 갤럭시 하라주쿠 같은 경우 직원들의 복장은 흰색과 검은색 바지다.
검은색이 주축인 갤럭시 하라주쿠 공간과 직원들 옷이 통일감이 있다 보니 갤럭시 브랜드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방문객이 외국인일 경우 그 나라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직원을 연결해준다. 나 같은 경우 '한국인'이라고 하자, 곧바로 한국인 직원분이 안내를 해주었다. 전혀 삼성답지 않았다. 삼성 느낌이 전혀 나지도 않았다. 너무 신선해서 놀랐다.
매장 1층에서 유독 강조하는 부분은 '이미지'다. 1층 벽면에서는 인스타그램, 사진액자, 사진 촬영 강의, 카메라 기능을 무의식적으로 인지하도록 공간을 설계했다. 물론 한국에서도 갤럭시는 영상과 사진 기술을 강조한다. 다만 한국과 차이가 있다면 '개인'문화가 강한 일본에 맞추어 '셀피' 및 '인스타그램'에 보다 더 집중한다는 점이다. 어도비와 함께 진행하는 강연장 옆에 나오는 광고에서도 '셀피'와 '인스타그램'을 강조한다. 특히 '인스타그램 모드'를 더욱 강조한다.
또한 기능을 이미지화시켜서 세련된 느낌으로 선보이는 광고는 감각적이다. 일본에는 여성만의 매력을 총칭하는 '여성력'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일본 여성 소비자에게 맞춘 부분도 적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 경험으로는 1층을 보고 나면 '갤럭시=사진'이라는 생각이 각인된다. 공간에 대한 프레임을 잘 짰다.
갤럭시 하라주쿠 홈페이지에서는 예약이 필요한 프로그램과 예약이 필요 없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갤럭시 하라주쿠 내 프로그램 중에서도 [사진 촬영, 보정]에 관한 프로그램이 많다. 아마도 고객들을 직접 관찰하면서 수집한 데이터를 가지고 충분한 가설을 세운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4층에서 6층에서 본 체험코너는 대부분 '사진' 혹은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콘텐츠였다.
2층은 키즈카페, 카페, 갤럭시폰 및 액세서리 코너다. 1층과 차별점이 있다면 삼성 자회사인 하만이 보유한 브랜드인 JBL 블루투스 스피커를 비치해 음악을 더 강조했다. 또한 직원들은 수시로 손님들이 최적상태로 갤럭시를 만져 볼 수 있게 정돈한다. 제품 박스 같은 경우 간결하게 진열해서 세련미를 강조했다.
2층 카페는 검은 톤이 조금 더 두드러지는 갈색을 사용해 공간 통일성이 깨지는 걸 막았다. 조도가 낮은 전구 생 조명을 사용해 아늑함을 더했다. 또한 매장 곳곳에 식물을 가져와 계절감을 넣었다. 좀 더 밝은 갈색톤 의자와 소파를 비치에 공간을 부드럽게 했다. 세련미가 강한 1층과는 사뭇 달랐다. 하라주쿠가 사람이 항상 많다는 점을 고려해 테라스도 설치해 고객 편의를 도왔다. 뿐만 아니라 에클레어 사진 촬영 같은 프로그램은 1층이 아닌 2층 카페에서 진행한다고도 한다.
3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부터는 인테리어가 유광 검은색으로 바뀐다. 갤럭시의 심미적인 모습을 구체화 헸다고 볼 수 있다. 갤럭시 하라주쿠를 관통하는 디자인 색은 '검은색'이라고 보아도 무관하다. 1,2층이 접객에 중심을 두었다면 3층부터는 체험이 중심이 될 거라는 걸 강하다는 암시 했다고 볼 수 있다. 멀리서 들리는 경쾌한 음악은 이러한 암시를 더욱 강화시킨다.
4층부터 6층까지는 갤럭시의 혁신적인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하이테크 엔터테인먼트를 선보인다. 카메라 및 VR 어트랙션을 사용하는 체험관, 비디오 게임, 갤럭시 노트를 사용하는 포토부스 등 갤럭시 최신 스마트 폰 기능과 기술을 고객이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삼성은 이걸 통칭해서 'PLAY'라는 표현을 1층에서 사용했다.(2층에서부터는 4층을 다시 4,5,6층으로 나눠서 설명함.)
갤럭시가 쿨함을 전하기 위해서 음악 선곡에도 신경 쓴 부분이 많이 보였다. 공간에서 음악은 공간 안에 성격을 더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걸 고려한다면? 갤럭시 하라주쿠의 공간 디테일은 매우 좋다.
대부분 스마트폰 제조사는 제품을 진열대에서만 만져 볼 수 있게 한다. 고객들은 스마트폰은 한정된 공간에 한정된 기능밖에 사용할 수없다. 그렇지만 삼성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갤럭시 하라주쿠에서는 제품 체험을 신청하는 고객들에게 갤럭시 S10를 빌려준다. 고객들은 갤럭시 S10을 통해 갤럭시 하라주쿠의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짧은 기간 동안 고객이 동안 직접 써보는 일보다 더 확실한 경험도 없지 않은가? [2021년 현재 한국에서는 'GALAXY to go'라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갤럭시 하라주쿠의 경험을 논리적으로 구성했다. 삼성은 가장 먼저 갤럭시 하라주쿠 3층에서 갤럭시에 들어간 기술을 고객에게 설명한다. 이를 통해서 고객들은 4층에서 경험할 갤럭시가 어떤 기술을 기반으로 했는지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갤럭시의 기술. 갤럭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기술들을 경험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기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만 유일하게 '삼성'이 언급된다.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빌려서 사용하면 일정 시간 동안 매장에 '머물러야' 한다. 삼성은 이 점에 주목했다. 고객이 매장에서 갤럭시를 빌리는 순간부터 삼성은 고객의 시간을 확보하게 된다. 그 시간 동안 삼성은 고객에게 '갤럭시는 왜 다른가?'를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삼성에게 왔으니 더더욱 좋다. 또한 이 모든 내용을 데이터로 수집할 수 있다. 데이터가 생기면 당연히 가설을 짜고 이를 실험하기가 용이해진다.(나는 일정이 있어서 직원분이 갤럭시 S10을 빌리라는 말에 많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빌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많이 후회했다.)
갤럭시 하라주쿠에서 갤럭시 S10을 대여한 고객들은 매장에서 갤럭시 S10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친절한 도움도 얼마든지 요청할 수 있다. 갤럭시 하라주쿠 내 각종 체험도 이용할 수 있다. 하라주쿠 매장에서 체험을 하면서 포인트를 쌓으면 오리지널 상품도 받을 수 있다. 나는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쿨하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보통 애플 매장에서는 애플 제품을 항상 고정시켜 놓는다. 또한 애플스토어 직원이 생각보다 간섭을 많이 한다. 반면에 갤럭시 하라주쿠에서는 그런 게 없다. 상품만 보려면 진열대만 보면 되고 체험을 하려면 빌리면 된다.
갤럭시 하라주쿠 3층에서는 갤럭시가 가진 기술과 혁신적인 부분을 설명한다. 갤럭시를 대여한 손님들이 자신이 대여한 기기가 얼마나 대단한 제품인지 체감하게 만든다. 특히 갤럭시 디스플레이 기술이 얼마나 편안하고 선명한지를 직원이 디테일하게 설명한다. 삼성은 이 같은 부분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 한국과는 다르게 '장인정신'이라는 표현을 매장에서 사용한다. '기술'에 대한 상세함을 중시하는 일본에게 맞춘 전략이다.
직원들은 갤럭시를 설명하면서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해서 상당히 강조하는 듯했다. 영상이 중심이 된 시대에 적절한 설명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에서 갤럭시 점유율 오르는 게 결코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당연한 부분들이 일본에서는 전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삼성전자 태도가 상당히 놀라웠다. 자기 자신을 객관화한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할까?
삼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갤럭시의 기술을 매우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갤럭시 S10을 분해해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처럼 전시했다. 사실 우리는 기판이나 각종 부품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고객들에게 '갤럭시에 드러난 저 칩이 7 나노공정으로 만든 스냅드래건 855입니다. 차후 출시될 갤럭시 노트1 0에 들어가는 칩은 포토레지스트를 사용한 최신 7 공정이에요.
정교함과 기술력이 만든 승리죠!"라고 과한 정보를 전할 필요도 없다. 예술작품 같은 느낌을 낸 갤럭시를 보면 '정말로 정밀한 제품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자세한 설명보다는 '시각적 요소'를 강조했다. 그렇기에 너무 많은 정보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고도 덜 수 있다. 이 같은 집중력을 위해서 음악도 전시회에서 나올만한 음악을 사용했다.
3층은 갤럭시에 사용한 기술뿐만 아니라 올림픽 파트너로서의 갤럭시도 설명한다. 이를 통해 갤럭시가 가진 공신력을 설명한다. 삼성전자가 올림픽 파트너이다 보니 3층에서만 삼성로고가 나온다. 그 외에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삼성은 갤럭시의 기술력이 자신을 표현하는 즐거움을 만드는데 기여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4층에서도 이어진다. 가장 인기가 많은 소셜 갤럭시는 팀 랩 보더리스와 유사하다. 갤럭시 오비츠에서 춤을 그 장면을 갤럭시 S의 카메라가 연속 촬영한다. 뿐만 아니라 기어 VR을 이용한 체험공간, 갤럭시 노트 9(일본은 이제 갤럭시 노트 10이 발매 예정) 이용한 포토부스 코너도 운영한다. 체험코너를 얼핏 보면 이리저리 체험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그 안에는 '사진', '이미지', 놀이'가 있다. 삼성은 젊은 세대가 스마트폰을 통해 일상에서 그냥 논다는 걸 잘 아는 거 같다.
삼삼 성은 갤럭시 하라주쿠에서 '왜 갤럭시를 써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다른 이들에게 전할만큼 경험으로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곳에서 삼성은 다른 어떤 브랜드들과 자신들을 비교하지 않는다. 오로지 '경험'으로서의 갤럭시를 선보인다. 1,2년 전만 해도 삼성은 애플을 디스 하거나 애플과 비교하는 자세를 취했지만 삼성은 이제 과거처럼 애플을 자주 디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삼성 그 자신이 가진 '정체성'이 '기술'이라는 점을 인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이 취한 이 같은 방식은 갤럭시 하라주쿠에서만 돋보이는 게 아니다. 2019년 9월 14,15일 열렸던 동경 게임쇼 2019에서도 '기술'에 집중한 부스 운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삼성을 찾았다. 조촐하게 부스를 차린 화웨이와는 달랐다. 비디오 게임이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동경 게임쇼에서 삼성전자는 SAMSUNG SSD라는 대규모 부스를 설치했다. 부스 한쪽에는 플레이스테이션 4와 외장 SSD 모델인 T5를 비치했다. 나 역시도 이미 T5와 플레이스테이션을 같이 사용해서 이 조합이 정말 좋다는 걸 안다. 뿐만 아니라 삼성은 E스포츠팀을 초청해서 그 자리에서 940 EVO모델을 메인보드에 어떻게 조립하는지 매우 상세하게 설명했다.
한국과 다르게 일본은 E스포츠의 규모가 작다. 소니와 닌텐도가 이끄는 콘솔 비디오 게임이 E스포츠보다 더 인기가 높다. 하지만 동경 게임쇼 2019에서 보여준 삼성의 시도는 실험적이면서도 과감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떤면에서 동경 게임쇼에 본 삼성의 모습은 갤럭시 하라주쿠와는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성은 자신들이 제일 잘하는 '기술'을 강조하고, 이를 어필하는 삼성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 기뻐하는 사람 같았다.
10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은 첨단 기술의 결정 체중 하나였다. 10년이 지난 후 스마트폰은 일 상생활용품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이제 스마트폰은 누군가에게는 카메라, 누군가에게는 게임기다. 어떤 이에게는 영화 촬영기기다. 누군가에게는 놀이도구다. 이제 사람들의 취향은 다양해졌고 각자 취향에 맞게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어플을 보 면 각자의 생활이 보인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구글이 발표한 픽셀 4에서는 제스처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게 필요할까? 사람들 취향에 맞을까? 그건 나도 모른다. 과거 기술로만 접근했던 스마트폰은 이제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더 집중 하는 모양이다. 삼성은 이에 대해 '기술', '이미지', '놀이'로 잘 풀어간 것 같다. 적어도 갤럭시 하라주쿠에서는 왜 갤럭시를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분명하게 답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