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리노베이션 뮤지엄: 파나소닉은 당신의 공간을 함께 만드는 동반자예요
1960~70년대 지은 일본 주택은 정돈이 잘된 모습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철저하게 계획된 공간이다. 오히려 거주자의 개성을 죽이는 모습이 강하다. 그렇기에 거주자들에게 있어 기존 집의 리노베이션은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는 일이다. 신축과 리모델링은 다르다. 누구나 집을 짓기를 꿈꾸지만 그 염원은 쉽지 않다. 들어가는 돈은 둘째치고 신경 써야 할게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리노베이션은 좋은 파트너를 만나야 한다. 파나소닉은 이러한 부분에 집중한다.
흔히 파나소닉은 일본 전자제품 혹은 전기차 배터리 회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파나소닉은 집 안에 들어가는 대부분 제품도 취급하는 회사다. 파나소닉 홈&리빙 사업부에서는 주방, 욕실, 세면, 화장실, 조명, 인테리어&수납, 박스, 포스트, 에어컨, 환기 상품, 스위치 및 전기설비, 구조재, 태양광발전 시스템, 냉난방, HEMS(홈 에너지 관리시스템)등 주방 상품을 넘어 주택 관련 제품을 대부분 취급한다. LG하우시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어떻게 보면 파나소닉이 리노베이션 사업을 하기보다는, 직접 토지를 수용해 주택단지를 짓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파나소닉만의 관점을 담기에는 직접 짓는 게 편하니까. 하지만 파나소닉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구가 감소하는 일본에서 신축 아파트를 짓는 일 자체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은 전략을 다르게 짰다. 일단 홈&리빙 사업부가 취급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점처럼 나눴다. 그렇게 나눈 제품 및 서비스를 '제안'을 바뀌어 주택 리노베이션 산업을 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들에게 보인 건 '리노베이션을 갈망하는 사람들'이었다. 관점을 바꾸니 사람이 보인 셈이다. 동시에 파나소닉은 보다 개방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즉, 파나소닉의 홈 리빙 사업부가 다루는 상품들을 나누고 조립해 만든 요소 하나하나가 잠재적인 주택 리노베이션 고객들에게는 제안이 된 셈이다.
도쿄 리노베이션 뮤지엄에서 파나소닉의 개방성은 경쟁업체라고 할 수 있는 이케야 카탈로그를 가져다 놓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 미흡한 부분은 자신들보다 더 잘하는 다른 회사를 연결시키며 고객들의 리노베이션을 돕는다. 예를 들어 컨설팅 서비스 중 리노베이션에 대한 더욱 풍부한 자료를 고객이 원한다면? 관련 회사를 연결해준다. 또한 고객을 위해서 직접 건축가와 인테리어 전문가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파나소닉은 인테리어 잡지인 '카사 브루투스'에는 매월 자신들이 작업한 리노베이션 공간을 소개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모습도 폐쇄적이라고 생각해 CCC(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회사)와 함께 후타코 타마가에 자리한 츠타야 가전에 리라이프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리라이프 스튜디오의 직원은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오도메에 있는 도쿄 리노베이션 뮤지엄과 쇼룸은 다소 폐쇄적인 부분이 강합니다. 이 같은 부분을 개선하고 더욱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리라이프 스튜디오를 만들었죠"
과거 인테리어를 얻는 정보는 매우 폐쇄적이었다. 인테리어 업자가 정보를 독점한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비롯해 인테리어 정보를 공유하는 매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테리어 업자들과 다르게 사람들은 인테리어 정보를 다양하게 찾고 공유했다. 점점 인테리어 정보가 소비자에게 넘어가기 시작했다. 나 같은 경우만 해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오늘의 집, 구글을 통해 인테리어 정보를 모은다.
호캉스를 비롯한 '공간'을 경험하는 일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되면서 사람들 눈높이는 더더욱 올라갔다. 사람들은 다양하고 수준 높은 공간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을 꾸미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한 가지가 있다. 배선, 전기, 난방 등의 설비 작업이다. 설비 작업은 인테리어의 각 요소들을 연결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DIY로 손쉽게 해결하기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이 같은 일에는 숙련된 회사 혹은 기술자가 필요하다.
파나소닉은 바로 이 같은 부분을 치고 들어간다. 파나소닉은 사람들이 꿈꾸는 리노베이션을 구현할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다. 파나소닉은 이것을 토대로 고객들이 파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라이프스타일들을 연결시키는 접착제 혹은 가교 역할을 자처한다. 그 의지를 도쿄 리노베이션 뮤지엄에 고스란히 집어넣었다.
일본에서 리노베이션이 주목받는 이유는 인구감소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1960~70년대 고도 경제성장기에 주택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지어진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 등이 인구 감소 및 고령화의 여파로 빈집이 되고 있다. 특히 화재를 비롯한 범죄 온상이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일본 유명 여배우인 키타가와 케이코가 열연한 드라마'집을 파는 여자'에서 잘 묘사하고 있다. 또한 시장조사기관 노무라 총합 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총 주택 수는 6063만 채다. 그중에서 13.5%인 820만 채가 빈집이라고 한다. 2033년에는 30.4%로 늘어서 2167만 채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한다. 현재 일본 리노베이션 시장 규모는 대략 6.7조 엔(약 68조 원) 정도다.
일본 정부는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인구 감소로 인한 주택 신축 수요 감소가 전망되는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서 리모델링 시장을 활성화하려고 한다. 이를 기반으로 신축 주택뿐 아니라, 기존 주택의 자산 가치를 높여 새로운 시장을 육성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의 정책 집행 기관으로서 50년 이상 대형단지를 개발해 온 독립 행정법인 UR(구 일본 주택공단)에서는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MUJI와 공동으로 UR의 공동 주택을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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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취향이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되면서, 기존 공간을 개성에 맞게 바꾸는 일은 젊은 세대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본 젊은 세대들 중에서는 오래된 공간만이 가진 정취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여기에 배선 문제로 개조가 어려웠던 신축 주택과 달리 중고주택은 조명, 음향기기 등을 마음대로 리모델링할 수 있고, 이사할 때 원상 복귀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시장 확대의 원인 중 하나다.
이 같은 리노베이션 시장 성장에 따라 타업종이지만 이 분야로 진출이 용이한 기업들도 리모델링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무인양품, 니토리, 야마다전기, 아마존 재팬이다. 아마존 재팬 같은 경우 '리폼'이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본에서 '리폼'이란 기존 건물의 개/보수를 의미하는 용어다. 한국의 '리모델링' 혹은 '리노베이션'과 유사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파나소닉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소비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라이프스타일이다. 파나소닉이 일방적으로 제안하지 않는다. 파나소닉이 집중하는 부분은 고객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의 구체화 작업이다. 그렇기에 파나소닉은 제일 먼저 파나소닉이 고객과 함께 만드는 공간을 '이미지'와 '쇼룸'으로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그 이후부터는 5단계에 걸쳐 매우 구체적으로 고객들에게 리노베이션 과정을 설명한다.
1. 사례연구: 다른 이들의 사례에서 배우는 리노베이션.
파나소닉은 '사례연구'코너에서 방문객들에게 파나소닉이 작업한 리노베이션 사례들을 보여준다. 무인양품과는 정 반대편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파나소닉은 시작부터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는다. 1/10 스케일의 모형 주택 모형을 통해 파나소닉이 진행하는 리노베이션 절차를 보여준다. 1/10 스케일 모형은 집안 골격을 드러내는 일에서부터 완성까지를 세세하게 보여준다. 프라모델산업이 발전한 일본답게 모형은 매우 정교하다. 그다음은 파나소닉을 통해 리노베이션 작업을 한 사람들의 사례다. 도쿄 리노베이션 뮤지엄에 방문한 사람들은 각 사례를 보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공간을 어느 선까지 실현할 수 있는지를 보게 된다.
2.LIFE FINDER: 리노베이션의 시작은 자신을 아는 일부터!
도쿄 리노베이션 뮤지엄에서 파나소닉은 LIFE FINDER라는 설문지를 통해 고객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찾도록 돕는다. 터치 패널을 조작해 간단한 설문에 답하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략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그 옆에 놓인 문, 창틀 샘플을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좀 더 구체적으로 찾을 수 있다.
3.KNOW-HOW: 나의 리노베이션을 어떻게 더 체계적으로 할까?
파나소닉은 라이프 파인더 외에도 KNOW-HOW 노하우 코너를 통해서 일상생활을 쾌적하게 향상하기 위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깨끗한 공기를 유지하는 방법, 도둑, 지진 대책, 노인 배려 등 삶에서 필요한 정보를 전한다. 이와는 또 다르게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벽 재질, 색상, 샘플을 비치했다. 너무 많지도 않게 고객들에게 딱 필요할 만 틈의 샘플을 비치했다. 예를 들어 페인트 같은 경우 벤자민무어 사의 페인트로 칠한 샘플 벽을 그대로 가져다 두었다. 건물벽에는 건물 높이를 알 수 있는 수치를 적어놓기도 했다. 인테리어 및 각종 참고자료들도 구비했다. 까사 브루투스 같은 잡지는 물론 이케야 카탈로그까지 가져다 놓았다.
4. REAL SIZE MODELS
리얼사이즈 모델에서는 실제로 존재하는 75㎡의 일반 아파트를 기반으로 진행한 두 가지 사례를 실제로 옮겨놓았다. 쇼룸 혹은 모델하우스가 아닌 실제 작업물을 보면서 고객들이 더 실제적으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하게끔 돕는다. 파나소닉과 고객들 간 이야기들은 이곳에서 제일 많이 이루어진다.
5.CONSULTING & SERVICE:궁금한 점은 상담코너를
리얼사이즈 모델까지 보고 난 후에, 더욱 궁금한 내용은 ' 컨설팅 & 서비스' 코너에서 추가적을 상담을 받으면 된다. 컨설팅과 상담코너에서는 관련 전문가들과 [리노베이션 회사 선정 및 중고 물건 처리]등등 구체적인 방법들을 이야기할 수 있다.
도쿄 리노베이션 뮤지엄의 콘텐츠는 파편화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요소 하나하나를 꿰매는 게 집중한다. 도쿄 리노베이션 뮤지엄에서 선보이는 5가지 단계의 핵심은 '라이프스타일'을 구체화하는 작업일 뿐이다. 오히려 도쿄 리노베이션 뮤지엄이 지향하는 방향은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다. 뿐만 아니라, 파나소닉은 리노베이션을 논의하는 대상을 MZ세대로만 한정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리노베이션'을 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파트너로 여기는 모양새였다. 실제로 내가 도쿄 리노베이션 뮤지움에 머무는 동안 본 사람들은 특정 '연령'으로 나눌 수가 없었다. 젊은 부부, 아이를 가진 부부, 4인 이상 대가족 등 매우 다양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파나소닉'은 도쿄 리노베이션 뮤지엄을 통해 파나소닉을 '주거문제를 상의할 상대'하는 파트너로서 포지셔닝하고자 한다. 물론 이 같은 접근이 새롭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대기업이 이 같은 방식을 보여주는 모습은 그만큼 빨리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태도이기도 하다.
이번 글에서는 도쿄 리노베이션 뮤지엄만을 다루고 있다. 사실 도쿄 리노베이션 지하에는 도쿄 리노베이션 박물관에서 본 내용을 보다 더 세밀하게 구체화할 수 있는 파나소닉 쇼룸 1,2가 있다. 도쿄 리노베이션센터보다 더욱 자세한 상담은 쇼룸 1,2에서도 가능하다.
도쿄 리노베이션 뮤지엄에서는 5단계를 통한 리노베이션 제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출장 아트서비스, 건축가와 함께하는 토크콘서트, 현직 부동산 컨 시어저가 설명하는 중고주택 리노베이션 시의 주의사항 등, 리노베이션에 관련한 토크쇼 및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중고주택 리노베이션 시의 주의사항 등, 리노베이션에 관련한 토크쇼 및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무인양품, 니토리와 다르게 파나소닉은 주거공간과 주거 인프라까지 모두 취급하는 회사다. 그렇기에 파나소닉은 경쟁사들과 더 디테일한 제안이 가능하다.
경쟁사인 무인양품은 리노베이션 시 어떤 방식'으로 공간을 채울지 의견을 묻고 그 의견 속에서 '최선'의 방법을 도출하는 과정에 중점을 둔다. 이와 다르게 파나소닉은 어떠한 '취향'을 공간에 표현하는가에 더 집중한다. 리노베이션을 위해서 기존 공간을 모두 뜯는 방식에서는 무인양품과 파나소닉 모두 비슷하지만 방향은 다르다. 특히 파나소닉은 도쿄 리노베이션 뮤지움 아래 있는 파나소닉 1,2를 통해 리노베이션을 더욱 구체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는데 이는 무인양품보다 더 디테일하다. (화장실 구조를 정면으로 배치하거나 다양한 조명, 자재 설명 등등.) 무인양품 매장에도 쇼룸 등 리노베이션 상담코너들이 있지만 파나소닉만큼 다양하지 않다. [리노베이션을 취급하는 회사가 이 두 회사만 있는 게 아니다. '리노베루' 라는 회사 역시 유명하다.]
무인양품은 소비자가 생각하는 거주환경을 좀 더 '편리'하고 동시에 '완벽'하게 해낼 수 있도록 제안한다. 파나소닉은 소비자가 원하는 걸 만드는 '방법'에 집중한다. 내가 느낀 바로는 파나소닉이 무인양품과는 확연히 다른 점은 무인양품에 비해 더 개방적이라는 점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물론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충분함'은 지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개성은 드러나지 않는다. 무인양품이 만드는 집도 이에 연장선이다.
무인양품은 일본인들에게 가장 충분한 '쾌적함'에 중점을 둔다. 그렇기에 집에 개성을 쏟아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이는 무인양품이 제시하는 집이 '좋다' '나쁘다'를 따지는 게 아니다. 리노베이션을 통해 집안에 나만의 '취향'을 쏟아내고 싶다면 무인양품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집이 취향이라면 그냥 무인양품으로 가면 될 테지만 말이다. 이는 리노베이션을 통해 집안에 나만의 '취향'을 쏟아내고 싶다면 무인양품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집이 취향이라면 그냥 무인양품을 선택하면 된다.
물론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집이 취향이라면 그냥 무인양품을 선택하면 된다. 파나소닉은 도쿄 리노베이션 뮤지움 아래 있는 파나소닉 1,2에 가면 리노베이션 등을 더욱 구체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는데 이는 무인양품보다 더 디테일하다. (화장실 구조를 정면으로 배치하거나 다양한 조명, 자재 설명 등등.) 무인양품 매장에도 쇼룸 등 리노베이션 상담코너들이 있지만 파나소닉만큼 다양하지 않다.
집을 리노베이션 한다는 말은 '집과 나에 대한 관계', '자신의 삶'에 대해서 되돌아본다는 의미다. 삶에 터전에 대한 관계를 고민한다는 말이다. 오히려 브랜드들이 개인의 삶에서 어떤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가? 이것이 어떻게 공간으로 연결되는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 종종 우리는 온라인이 모든 걸 해결하리라 맹신하지만 결국 온라인도 오프라인상에서 실체를 만들어야 의미가 있다.
온라인은 자신의 특징을 다양하게 담을 수 있다. 멀티 플랫폼 시대이다 보니 개인도 여러 플랫폼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온라인에서는 취향과 방향을 매우 쉽게 바꿀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새로운 온라인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집은 그렇지 않다. 땅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특히 집은 자기가 꿈꾸는 라이프스타일을 담는 공간이며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을 닮기 때문에 항상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언제나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여백을 두어야 한다. 자신의 다양한 취향을 새로운 계정으로 나눌 수 있는 온라인과는 결이 다르다.
"나는 북유럽 스타일이 좋아"라고 말하다가도 갑자기 새로운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올지 모른다. 여백은 이를 위해 필요하다. 어느 순간 "요즘은 한옥도 끌려"라는 마음이 들 때 충분히 이를 받아들일 마음속 여백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한옥과 북유럽 스타일의 조합? 오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항상 무엇인가 담길 여지를 두어야 한다. 오히려 여백을 위해 내실을 튼튼히 해야 한다. 배관, 전기, 난방, 배수 등 기초설비도 튼튼히 해야 한다. 겉만 멋지게 덮으면 소용없다.
이전까지 건축은 성취를 표현하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제 건축은 점차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꼭 무엇을 지어야만 건축이 되는 게 아니다. 문틀, 손잡이를 교체하는 일, 체리 몰딩을 없애는 작업도 건축에 들어갈 수 있다.
집을 구입하지 않아도 오피스텔을 구해 그 안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드는 일. 이는 현재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최고 성취다. 지금 자신에게 가장 충실함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일. 이것이야말로 리노베이션이자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지금 시대 문화는 성취가 아닌 관계로 중심인 사회로 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파나소닉은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방향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히려 도쿄 리노베이션 뮤지움에서 파나소닉이 초초해한다고 느꼈다. 이는 비단 도쿄만의 일일까? 방법과 행동은 달라도 서울에 사는 우리도 이미 취향을 공간으로 옮기는 일에 몰두하고 있지 않은가?
"여러분의 체리 몰딩은 안녕하신가요?" 이 말에 웃음이 나온다면? 아마도 당신은 지금 당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마시라. 당신의 공간은 오로지 당신만이 누릴 수 있는 주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