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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Oct 17. 2019

시세이도는 왜 연구소를 개방했을까?

시세이도 S/PARK:고객의 소리를 듣고,함께하고, 느껴라

2019년 4월 시세이도는 요코하마에 시세이도 글로벌 이노베이션센터를 열었다. 더불어 이곳 1,2층에 '시세이도 S파크'를 라는 공간도 만들었다. 시세이도 S파크의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 고객들에게 시세이도의 미학을 전하는 것. 둘째는 시세이도 직원들이 보다 더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위해 시세이도는 직원들이 고객들을 반 강제적으로 만나도록 공간 콘텐츠를 채웠다.


공간 경계를 없애 고객 목소리를 듣게 하려는 시세이도의 의도.

시세이도 S/PARK는 크게 두 가지 주제로 공간을 구성했다. '고객 목소리'와 '전달'이다. 1층은 시세이도가 고객 목소리를 듣기 위해 공간을 설계했다. 2층에서는 시세이도가 추구하는 미감과 기술전달에 중심을 두고 공간을 구성했다. 시세이도  S/PARK 1층에는 개인 맞춤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 시세이도 뷰티 바, 시세이도 연구원들이 일하는 랩, 시세이도 카페, 러닝 및 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스튜디오가 있다. 모든 공간은 경계 없이 열려있다. 경계 없이 열린 공간은 손님과 직원 간의 경계를 허문다. 1층에 앉아 있는 사람이 시세 인도 직원인지 혹은 요코하마에 거주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다. 경계가 없는 1층은 시세이도 직원과 방문객 모두에게 '의도된 낯섦'을 만든다.

보통 연구원들은 연구에만 집중하기에 트렌드에는 둔감하다. 연구원들은 공학적인 문제에 더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같이 빠르게 변하는 고객 니즈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획, 디자인, 제품, 마케팅, 연구팀이 모두 머리를 합쳐야 한다. 그렇기에 연구원들이야말로 항상 새로운 자극을 받아야 하는 직책 중에 하나다.  그렇다고 연구원들에게 "자 하루에 1,2시간은 고객들을 만나세요!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어떻게 소비자들을 만날까? 어떻게 그들 의견을 들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였다. 직접 카페에서 음식을 먹고, 관찰하는 거였다.


브런치 시간 전에는 한적합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비가 많이 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시대는 항상 변한다.  사람들이 물건을 접하는 방식이 이미지로 옮겨가면서 사람들에게 더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빠르게 대처할 필요가 생겼다. 특히 화장품이란 제품 자체가 눈으로 직접 봐야 하는 이미지성이 강한 상품이기에 시대변화를 빠르게 포착해야 했다.

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곳에 오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관찰하는 시간 동안 1,2층에서 사원증을 찬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시세이도 카페에서 밥을 먹는 사람 , 친구와의 약속, 모임을 갖는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사이에 앉아서 쉬거나 밥을 먹는 시세이도 직원도 보았다. 사원증이 있기에 생각보다 시세이도 직원들을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S/PARK 자체가 사람들에게 시세이도의 미학, 제품, 라이프스타일을 전하는 공간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시세이도는 시세이도  S/PARK를 오로지 ‘고객’을 위해서만 만든 게 아니다. 오히려 시세이도 직원들이 '여성고객들의 목소리'를 더 자연스럽게 듣도록 하려고 했다는 게 더 보였다.

카페는 사람들 간 네트워크 및 정보교류가 활발한 곳이다. 특히 주택가 근처 카페들은 더더욱 그렇다. 부동산에서 식당정보까지 카페는 인근 여성고객들의 취향을 모두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브런치 타임에는 더더욱 그렇다. 나 역시도 브런치카페를 운영했다. 많은 여성고객들이 브런치를 먹으며 [교육, 음식, 화장품, 트렌드, 고민, 취향]등을 이야기하는 걸 매일 아침마다 보았다. 이를 동일하게 적용해 본다면? 시세이도 직원들은 시세이도 카페에서 밥을 먹으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고객들의 니즈, 제품 정보, 트렌드, 취향, 불만 등을 들을 수 있다. 내가 방문한 날에도 한쪽에서는 직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브런치 모임을 요코하마 주민들이 보였다.


고객 목소리를 듣기 위한 공간들


1. 시세이도 카페 바이 시세이도 팔러.

시세이도 임직원은 10% 할인입니다.

시세이도 카페에서  추구하는 방향은 '신선함', 정직', '건강'이다. 이는 시세이도 추구하는 기업 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음식과 음료는 이미 검증된 시세이도 팔러가 담당한다. 100년을 유지해온 노하우를 가진 이들은 "채식"을 중심으로 짠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한다.

화장품 회사가 음식분야에 진출하는 건 사실 새롭지 않다. 록시땅은 록시땅 카페를 파리와 도쿄에서를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오설록이라는 자체 차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LG생활건강도 한국 코카콜라 유통 부분을 인수해 음료 쪽에서 상당한 매출을 내고 있다. 일본 코스매틱 브랜드인 THREE도 아오야마와 도쿄 미드타운 히비야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음식, 상품, 책, 강연 등 '아름다움'에 대한 제안을 하고 있는 시세이도 더 테이블.

시세이도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미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경양식집&양과자점인 '시세이도 팔러'를 가지고 있다. 또한 긴자에 '본연의 아름다움을 찾는다는 콘셉트'로 만든 시세이도 더 테이블을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음식, 상품, 책, 강연 등 '아름다움'에 대한 제안을 하고 있다. 이것을 끝나지 않는다.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하나츠바키' 잡지도 발행하고 있다.

시세이도 카페 메뉴는 시간대별로 다르다.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는 아침메뉴다. 11시부터 3시까지는 런치메뉴다. 시세이도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는 제철 식재료로 만든 3종 샐러드와 델리로 구성된 '런치 플레이트'다. 가격도 매우 합리적이며 양도 많다. 음식 비주얼도 좋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 올리기 위해서 음식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음식은 시세이도 팔러가 담당합니다.


.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 델리는 격주로 바뀌며 총 8 종류다. 델리 및 샐러드 조리는 건물 주방에서 한다. 그 외에는 음식과 음료는 오픈 키친에서 다 한다.  아침메뉴 시간이 마무리되면 브런치 타임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데,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시세이도 팔러에서 만드니 신뢰가 가는 건 당연하다. 브런치 플레이트 외에 추가 메뉴는 직접 고객들이 볼 수 있게 비치했다. 가격 역시 저렴하다. 큰 유리창이 특징인 카페 공간은 매우 쾌적하다. 공간과 동선은 매우 깔끔하다. 브런치 분위기와 맞도록 재즈가 흘러나온다.

라인 쿡도 깔끔합니다.

10시 40분이 넘기 시작하고 슬슬 브런치 타임이 되자, 브런치를 먹기 위한 손님들이 시세이도 S파크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마도 대부분 미나토미라이 지구를 비롯한 요코하마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방문한 날은 비가 많이 왔음에도 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왔다. 조용했던 공간은 점차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오전 11시 30분이 넘자 시세이도 직원들도 내려왔다. 이미 시세 이토 카페 안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임을 하거나, 삼삼오오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세이도 카페는 브런치 카페이면서도 동시에 직원 구내식당도 겸한다. 혹시나 해서 시세이도 카페 직원에게 물어보니 '시세이도 직원들은 10프로 할인'이라고 말해주었다.

딱 보면 저 사람은 외부인. 저 사람은 직원이다.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손님을 보는 것만으로 직원들은 취향을 파악할 수 있죠.


2. 시세이도 스튜디오

시세이도 S파크 1층 안쪽에는  '에스 파크 스튜디오'라는 운동 스튜디오가 있다. 스튜디오의 슬로건은  “몸을 통한 아름다움의 창조”. 스튜디오에서 나눠주는 주간 프로그램 표를 확인해보면 불교명상, 퍼스널 이미지, 러닝, 요가 등 스트레스가 심한 현대사회에서 쉼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이를 통해 에스 파크 스튜디오 프로그램은 내적 아름다움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월별 시간표를 스튜디오에 확인할 수 있다.구글번역기로 검색해보니 제가 방문한 날은 빈야사 요가, 명상수업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S/PARK 카페에서는 직원들이 의도하지 않게 고객소리를 듣는다. 반면에 S/PARK 스튜디오에서는 직원들이 고객과 허물없이 유대감을 맺으면서 고객가치를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에스 파크 스튜디오 직원은 "시세이도 에스 파크 스튜디오는 근처 미나토미라이 주민들뿐만 아니라 시세이도 직원들도 많이 이용합니다."라고 말했다. 직원과 주민들이 같이 운동을 하다 보면 서로 자신들이 가진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 '시세이도가 만든 기존 제품은 이런 면이 좋다', '이런 제품은 왜 나오지 않나?'라는 질문을 들을지도 모른다. 혹은 직원들 스스로가 운동을 하면서 느낀 불편함을 토대로 상품 아이디어를 낼지 모른다. 이는 제품 개발에 당연히 도움이 된다.

이곳을 보면서 상품을 빠르게 발매하고 테스트를 해본다는 LG생활건강이 이 생각나기도 했다. 동시에 시세이도가 이곳에서 하고자 하는 일은 고객 반응을 재빠르게 확인하고 이를 가설로 삼아서 실험해보는 그로스 마인드셋을 넣으려고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화장품만큼 가장 트렌드 빠른 제품은 없지 않은가?


S/PARK Museum: 미감과 경험으로 전하는 시세이도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세이도는 S파크 2층에 "Science and Art zone", "Life of Beauty", "Innovations in Beauty, 'Future'라는 4 개 영역으로 구성된 뮤지움도 만들었다. 각 영역은 박물관 전체의 주제인 '아름다움'을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화장품을 만드는 과학적 원리를 인터랙티브 체험을 통해 전한다.

내가 제일 주목한 코너는 Science × Art"다.'Science × Art라는 말처럼 시세이도의 미감과 기술을 다룬다. 한쪽에서는 시세이도 패키지 전시를 통해 시세이도가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준다. 다른 한편에서는 말 그대로 'Science'다. 화장품에 사용하는 기술을 설명한다.

시세이도는 시세이도 브랜드의 미감을 설명하는 코너와 그 앞에 그 미감을 구현하는 기술(과학적 원리와 인터랙티브 체험)을 같이 설명해 메시지성을 높였다. 공간배치가 무척이나 절묘하다. 특히 벽과 바닥 간 색상도 통일해 공간 내 통일성도 유지한다. 이 같은 배치를 통해 시세이도가 '라이프스타일'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시세이도 브랜드 미감을 전하는 패키지 전시

시세이도 S/PARK 뮤지엄은 시세이도가 그동안 출시했던 제품 디자인을 전시하고 있었다. 대충 전시하는 게 아니다. 각각 색상, 형태, 즐거움 같은 '주제'로 분류해  이를 하나의 프레임안에 모았다. 이를 통해 시세이도가 제품 디자인 안에 담긴 '아름다움'을 전한다.

'색'을 기준으로 전시한 제품 디자인은 빨간색, 검은색, 금색, 은색으로 분류해 시세이도만의 고급스러움을 전한다.'형태'를 기준으로 분류한 제품 디자인에는 시세이도가 자연, 일본 전통미, 트렌드, 편리함 등, 시세이도가 어떤 요소를 신경 썼는지를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립스틱, 패키지, 브러시를 통해 코스매틱이 여성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선사하는지도 설명한다. S/PARK 뮤지엄에 전시된 제품을 살펴보면 시세이도의 패키지 디자인과 브랜딩이 어떤 역사를 거치면서 발전했는지 알 수 있다.


화장품에 사용되는 공학을 강조한 체험공간.


"Science and Art zone"한쪽에서는 화장품을 만들 때 사용되는 과학기술의 원리를 설명한. 선크림을 설명하는 코너에서는 자원선 차단 원리와 선크림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또한 시세이도에서 만든 선크림이 어떠한 방수효과가 있는지를 실험으로 보여준다. 사진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선크림을 도포된 그릇으로 물방울이 떨어진다. 물방울은 그릇에 묻지 않고 표면에서 구슬처럼 미끄러진다. 이를 통해서 방수 기능이 가진 선크림이 어떤 방식으로 피부를 어떻게 보호하는지 알 수 있다. 반대편에서는 자외선 차단기를 통해 선크림 사용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선크림이 자외선을 차단하는 걸 보여주는 체험도구.


조향 코너에는 향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한다. 단순한 설명에서 끝나지 않는다. 방문객들이 직접 향을 조합해볼 수 있게 했다. '시향'보다는 '화장품 향'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는 기술 이해에 가깝다. 피부에 대한 설명에서는 자신의 피부, 특히 모공 상태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세안과 클렌징 폼의 구성 원리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화장품 기술 원리를 설명한다. 사이언스라는 코너에 충실한 구성이다.

같은 분자구조를 가진 향을 확인할 수 있는 코너도 있다.

본인이 사용하는 화장품이 어떤 과학기술을 사용하는지 아는 일은 화장품은 물론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게 도와준다. 화장품 성분도 따지는 소비자에게 화장품 원리까지 설명하는 꼼꼼함.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종종 연구원들이 2층에 내려와 방문객들에게 화장품에 적용된 과학기술을 설명하기도 한다. 보통 연구원들은 연구만 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화장품을 직접 만드는 원리를 소비자에게 설명하면 소비자들이 어떤 기술에 관심을 기울이고, 어떤 정보에 민감하고 둔감한 지를 알 수 있다.

2층에서는 심심치않게 연구원들을 볼 수 있다.

조향 코너에는 향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한다. 단순한 설명에서 끝나지 않는다. 방문객들이 직접 향을 조합해볼 수 있게 했다. '시향'보다는 '화장품 향'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는 기술 이해에 가깝다. 피부에 대한 설명에서는 자신의 피부, 특히 모공 상태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세안과 클렌징 폼의 구성 원리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화장품 기술 원리를 설명한다. 사이언스라는 코너에 충실한 구성이다.



증강현실과 아날로그를 활용한 제안


차트에서는 아이쉐도우, 아이라이너, 빰(볼터치), 립스틱 색이 나온다.

시세이도 뮤지엄에서 재밌는 코너는 메이크업 코너다.'뷰티 차트'라는 원판을 돌리면 각 상황에 맞는 스타일을 차트로 보여준다. 원판에서 나온 스타일차트에는 이를 연출하기 위한  아이쉐도우, 아이라이너, 빰(볼터치), 립스틱에 대한 발색 정도가 담겨있다. 또한 메이크업을 바꾸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제시한다.

사진에서 입술만 인식해 색을 찾아준다.(립스틱, 볼터치, 아이라이너 색을 찾아준다.)

뿐만 아니라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립스틱 색깔을 입술에 적용해보며 자신에게 맞는 컬러를 찾을 수 있다.(비슷한 게 긴자 로프트에도 있다.) 이 안에 남은 데이터는 연구원들이 제품 개발을 위해 사용할 거라는 생각도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립스틱 제품을 좋아하는데 이 같은 기술은 여성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비슷한 게 우리나라에도 없는 건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컬러를 찾을 수 있는 앱은 컬러 테일러 앱을 선보였다. 최근 아모레 성수에서는 맞춤 립스틱 제작 서비스도 시작했다.


"Life of Beauty":시세이도가 일본 화장품 역사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설명한다.

보통 박물관은 자사 브랜드를 설명하는데 치중한다. 하지만 시세이도 뮤지움은 '공헌'을 이야기한다.'Life of Beauty' 코너에서는 시세이도 팔러, 갤러리, 하나츠바키 매거진 등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세이도가 일본 뷰티산업에 어떠한 기여와 제안을 해왔는가를 전한다. 특히 향수용기에 사용한 패턴, 그림 등 예술적인 부분을 강조하며, 이 같은 시도들이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함이었다는 것도 강조한다.  흥미로운 건 이를 설명하면서도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만드는 주체는 당신이다'라는 메시지도 던진다는 점이다.


시세이도는 다른 코스매틱 기업들보다 유독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앞서 말했듯이 시세이도는 일찌감치 크리에티브 부서가 CEO 직속에 있을 만큼 제품과 디자인에 매우 공을 들이는 회사였다. 시세이도 로고도 시세이도 창립자의 아들 후쿠하라 신조가 직접 디자인했다. 그는 유럽에서 예술을 공부하며 아르누보와 아르누보의 꽃과 식물에 대한 예술적 해석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던 사람이었다. 시세이도 S파크는 더욱 다양해진 아름다움, 빠른 제품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일지 모른다.

시세이도팔러와 시세이도(초창기)자료도 선보인다.
시세이도팔러, 월간지이 하나츠바키, 시세이도 S파크 프로그램을 통해 시세이도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시세이도는 어떻게 고객의 시간 속에 들어가려고 하는가?

이미 소비자와 기업 간의 정보 비대칭은 거의 평등에 수렴할 정도로 격차가 적어졌다. 앞으로 이 같은 차이는 거의 0에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를 버거워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그럴수록 중요한 건 기업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태도'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제품과 기술을 설명하고, 왜 만들었는지를 상세하게 전해야 한다.

개인 맞춤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에스 파크 뷰티 바.

브랜딩 차원의 이야기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소비자에게 '진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쉽게 '허세'와 '진실함'을 구분한다. 소비자들과 삶을 토론하고 '고객가치'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 같은 흐름에 시세이도는 글로벌연구센터 일부를 아예 공개하고 고객들과 함께 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제 단순한 마케팅, 겉으로 '허세'를 부린다고 여길수 있는 태도를 가져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다시 1층으로 돌아가 보자. S/PARK 1층 구조는 경계가 없다. 산만하지만 동시에 자유롭다. 점처럼 흩어진 공간들(카페, 스튜디오, 랩, 비욘드 타임), 대형 8K 스크린은 통일성이 없어 보인다. 소니와 시세이도가 합작한 OLED 스크린 갤러리에서는 시세이도 S파크에 대한 소개, 비주얼 아트 전시를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그냥 멋인가? 여긴 소니 쇼룸도 아닌데?? 솔직히 화장품 기업에 OLED가 왜 필요하지?라는 질문만 던질 뿐이다. [참고로 8K 패널은 LG디스플레이 제품이다.]


다시 1층으로 돌아가 보자. S/PARK 1층 구조는 경계가 없다. 산만하지만 동시에 자유롭다. 점처럼 흩어진 공간들(카페, 스튜디오, 랩, 비욘드 타임), 대형 8K 스크린은 통일성이 없어 보인다. 소니와 시세이도가 합작한 OLED 스크린 갤러리에서는 시세이도 S파크에 대한 소개, 비주얼 아트 전시를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그냥 멋인가? 여긴 소니 쇼룸도 아닌데?? 솔직히 화장품 기업에 OLED가 왜 필요하지?라는 질문만 던질 뿐이다. [참고로 8K 패널은 LG디스플레이 제품이다.]

1층에서는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요코하마에서 하나의 공간 플랫폼이 되려는 의지가 보인다.

 

여기저기 흩어진 공간들은  1층에서  개최하는 이벤트를 통해서 하나로 합쳐진다. 내가 도쿄를 방문했을 때는 럭비 월드컵이 진행 중이었다. 개회식과 개막전(일본:러시아)을 1층에서 생중계한다는 이벤트가 붙어있었다. S/PARK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1층 이벤트 정보가 나오는데 10월 말에는 8K 스크린을 통해 재즈 공연을 감상한다고 한다. 음식과 음료는 시세이도 카페에서 판매한다. 문화행사만 하는 것도 아니다.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지구를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토크쇼, 아이들을 위한 댄스 프로그램 등 시세이도는 S/PARK를 공간 플랫폼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1층 자체를 하나의 광장으로 만들어 끊임없이 사람이 모이게 한다. 이를 제품을 만드는 영감으로 활용한다. 또한 시세이도 직원들과 미나토미라이 지구 사람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공간이란 기업들이 소유한 브랜드 확장의 연장선에 지나지 않았다. 그 확장선에는 언제나 상품 구매가 있었다. 오프라인 확장은 매장을 연다는 의미와 동일했다. 그곳은 화려하거나 혹은 기업이 추구하는 '생산자 중심'의 콘셉트를 담았다. 그 안에 고객을 위한 공간은 없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다. 기업들이 만든 공간에 매력이 없다면 사람들은 가지 않는다. 시간낭비다. 그 시간에 유튜브 혹은 웹툰을 보거나, 인스타그램을 하는 게 더 낫다. 사람들 취향을 분석하거나 함께하지 않으면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으로 계속 바뀌고 있다.


시세이도 S파크는 소비자와 직원들 간 접점을 통해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공간. 시세이도 뷰티 체험과 시세이도 역사를 알리는 공간으로만 보이기 쉽다. 그렇지만 시세이도는 그들이  오랜 시간 추구한 미감인 '내면과 외면의 조화'를 전한다. 과연 시세이도의 시도가 옳았을까? 틀렸을까? 나는 모른다. 그렇지만 과거처럼 강한 자세로 고객을 대하는 시대는 지났고, 부드럽게 고객에게 다가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시대가 된 건 분명하다.

https://youtu.be/8 VGaTs3 kO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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